이슈진단 ‘고향사랑기부금법’ 제정 의미와 과제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한농연 이학구 회장(오른쪽)은 9월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영교 위원장(가운데)을 만나 고향사랑기부제 법제화 촉구 결의문을 전달했다. 

국회가 지난 9월28일 본회의에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9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지 1년여 만이다. 이로써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에 도움을 주면서 지역 주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답례품을 통한 지역 농특산물 소비활성화의 길이 열렸다. 농촌소멸 위기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되던 마당에 한농연을 비롯한 범 농업계, 정부, 국회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얻은 값진 결실이다.

 #주요 법안 내용은 

기부액 한도는 연간 500만원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
초과분도 16.5% 혜택 제공

답례품은 기부액의 30% 이내
최대 100만원 지역특산품 등
농특산물 소비활성화 기대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는 출향민 등 국민들이 자신의 주소지 외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자치단체가 기부자에게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이번 법에 따르면 지역주민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주소지 관할 자치단체에는 기부할 수 없고, 기부액도 연간 5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기부자에게는 연말 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이 제공된다. 기부하는 국민에게는 일석이조의 혜택이 제공되는 셈이다.

세액공제는 10만원까지는 전액(100%), 10만원 초과분은 16.5%의 혜택이 제공된다. 예를 들어 100만원 기부 시에는 10만원 전액과 초과분 14만8000원을 합해 24만8000원이 세액공제 된다. 답례품은 기부액의 30% 이내, 최대 100만원 이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제공된다. 현금이나 귀금속류, 일반적 유가증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제외된다.

기부금은 취약계층 지원 및 청소년 육성보호,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보건증진,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주민 복리 증진에만 사용할 수 있다.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기부의 강요는 금지되고, 모금방법도 엄격히 제한된다. 업무, 고용 등의 관계에 있는 자는 기부 또는 모금이 불가하고, 모금방법은 광고매체를 통해 정해진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호별방문, 향우회, 동창회 등 사적 방법을 동원한 모금은 안 된다. 기업에 대한 강제 모집 등을 방지하기 위해 법인(기업)은 기부가 불가하다.

효율적인 기부금 운영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치단체는 조례를 제정, 기금을 설치하고,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구성, 관리 감독한다. 또 기부자가 편리하게 기부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 제공을 위한 ‘종합정보 시스템’을 구축, 자치단체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기부금을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추진 경과 
한농연, 현수막 걸기·의원 동의서 받기 운동 등 총력 ‘결실’

문재인 대통령도 도입 약속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공약으로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을 위해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2017년 7월 국정기획위원회가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고향사랑기부제법(가칭)의 제정을 채택했다. 또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의 2020년 자치분권시행계획에도 재정분권 추진과제로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이 포함됐다.   

21대 국회에서는 2020년 6월~8월 사이 이개호, 김태호, 김승남, 한병도, 이원욱 의원 등 여야 의원 5명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행안위에서는 5개 안건에 대해 행정안전위원장 명의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안으로 마련했다. 2020년 9월21일, 행안위 법안 심사소위에서는 답례품은 제외하는 것으로 의결됐으나, 9월22일 전체 회의에서 답례품 제공 허용으로 수정 통과돼, 11월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했기 때문에 법제화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지만, 법안은 야당의 이견으로 법사위에서 장기간 발목을 잡혀왔다. 이 법안은 11월18일 법사위 회의에 올랐다가 법사위 2소위로 넘겨 올 2월, 3월, 6월 심사를 3차례 진행했지만 소위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행안위에서 의결한 법안에 대해 체계·자구 심사를 하는 법사위에서 법안의 취지와 내용 전반에 대해 반복적으로 문제를 삼아 논의가 공전되자, 또 다시 법 제정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감돌았다.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에 발목이 잡히자 각계에서는 한 목소리로 고향사랑기부금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한농연은 국회 처리가 고비를 맞은 올해 7월부터는 전국적으로 현수막 걸기 및 국회의원 동의서 받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한농연은 제21대 총선에서 고향사랑기부금제를 농정공약 요구사항의 17대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관련 제도의 법제화 촉구를 위해 대국회 활동을 진행해 왔다.

한농연은 이개호 의원, 한국농어민신문과 공동으로 8월11일 ‘고향사랑기부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연데 이어, 9월9일 성명을 발표했다. 9월15일에는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기자회견과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 방문을 통해 법 처리를 요구했다.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은 이학구 한농연 회장에게 “고향사랑기부금법은 농업인과 지역을 살리는 제도”라며 “법사위에서 조속히 통과시키지 않으면 행안위 전체 회의에서 꼭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행안위와 법사위를 오가며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부심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3차례의 의견 수렴, 행안위 및 법사위와의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주력했다. 

시간이 지체되자 행안위에서는 법안을 직접 본회의에 보내겠다며 9월16일 전체 회의 표결을 추진했고, 전체 회의 진행 중 여야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16일 법사위 여야 간사들과 함께 고향세법 처리방안을 논의하고 24일 법사위에서 이를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열어 고향세 개인 기부액 상한을 연 500만원으로, 법 시행시기를 2023년 1월1일로 조정하는 수정안을 도출했다.

그리고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재석 의원 193명 중 찬성 172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의결했다. 지난해 9월22일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지 1년 만이다. 또 2009년 국회에 관련 법안이 처음 제출 된 이후로는 12년 만이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 
“세부 사업 설계 힘쓰고, 대국민 홍보 펼쳐야”

“여야간 의견차로 다소 시일이 소요됐지만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기 위한 숙고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보다 나은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

고향사랑기부금법 제정에 앞장서 온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법안 통과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고향사랑기부금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부족한 지방재정 보완을 통해 사회 서비스 기능을 확대,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국산 농축산물과 농축산 가공품 수요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농가경영 안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에 “저출산 및 고령화와 대도시 인구 쏠림 현상으로 지방소멸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향심 고취, 지역 홍보와 같은 부대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면서 “이를 통한 관계인구 창출은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 회장은 향후 과제와 관련, “다양한 유무형 가치 창출로 주요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시행 전까지 세부 사업 설계에 힘써야 한다”면서 “먼저, 기부자의 편의를 고려한 납부시스템 구축과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답례품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답례품 선정과 관련해선 본래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지역 농축산물 및 농축산가공품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지자체·농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 회장은 “3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관련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한편, 고향사랑기부금제에 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대국민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면서 “기부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도시민들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 이개호 민주당 의원 
“법 시행되면 상한액 폐지 개정안 발의 계획”

“늦었지만 우리 농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고향세법이 이제라도 통과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21대 국회에서 처음 고향사랑기부금법안을 발의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제도가 잘 시행이 되어 농촌지역과 지방이 활성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향세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게 2007년 대선국면이었기 때문에 14년이 넘게 이어져온 농업계의 숙원이 이뤄진 것”이라며 “저 또한 2017년 20대 국회에서 발의했으나 도시지역 의원들의 공감대 부족 등으로 임기 만료 폐기되었고, 이번에는 꼭 통과시키고자 21대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던 것”이라며 법 통과를 환영했다.

그는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았다. “농어촌이 주저앉게 되면 식량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이 법으로 도시에 있는 출향인사들이 고향발전을 위해 기부를 하고 각 지방에서는 자기 지역에서 나는 농특산품을 구매해서 선물로 보내면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뿐만 아니라 농어촌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의원은 일본의 경우 고향납세제라는 이름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첫해인 2008년 81억엔에서 시작한 모금액이 2020년에는 역대최고인 6725억엔, 원화로 계산할 경우 7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인구가 3배정도인 것으로 생각해보면 제도가 잘 정착할 경우 우리도 2조3000억원에 이르는 지방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그는 개인 기부금 한도를 500만원으로 제한하고, 시행시기를 내년 지방선거 이후인 2023년 1월로 한데 대해 “이는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니었음에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사위에서 기부금 상한액을 설정하고 시행시기를 2023년으로 하는 것은 당초 법 제정의 목적이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판단라고 본다”면서 “법이 시행되면 상한액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야 ‘극적 합의’ 이끌어낸 한병도 민주당 의원 
“하위 법령 제정·지자체 준비 꼼꼼히 챙길 것”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시을) 의원은 극적인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한병도 의원은 “지난해 9월 여야 합의로 행안위를 통과한 고향사랑기부금법이 법사위 단계에서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로 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1년째 처리가 지연됐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안위의 표결로 안건을 직접 본회의에 부의하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막판 협상을 진행해 법사위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제21대 국회에 진출한 한병도 의원은 그간 ‘고향사랑기부금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 의원은 “고향사랑기부금 도입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논의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처리되지 않았다”며 “21대 국회에선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다짐으로 국회 처리를 공약한 바 있고, 자연스럽게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 목표를 두고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병도 의원은 국가가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개정안은 지난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 의원은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재정분권과 함께 지자체에 재정적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제도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1단계 재정분권, 지방이양일괄법 처리,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자치경찰 시행 등 본격적인 자치분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고향사랑기부법이 시행되면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지역의 특산품이나 농수산물 등을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고, 이는 지역 홍보와 관광객 증가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지역주민의 소득증가와 지역 이미지 개선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병도 의원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을 준 동료의원들과 논의 과정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 언론, 그리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준 농축산어업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향사랑기부금법이 본격 시행되는 2023년,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추가로 필요한 법 개정은 없는지, 하위 법령 제정과 지자체의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등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기대 효과는 
지역특산품 홍보·판로 개척 효과지방재정 확충에도 도움

인구유출 심한 지역일수록
출향인 수 많아 재정 확충 유리

일본도 ‘고향납세제’ 시행 후
기부액 13년 만에 82배 증가


첫 번째로 답례품 제공에 따라 지역특산품 생산, 판매와 관련된 새로운 시장이 창출돼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부액의 최고 30%, 최고 100만원 범위 내에서 제공되는 답례품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치단체에 100억 원의 기부금이 접수될 경우 30억 원 상당의 시장이 창출된다. 지역특산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홍보와 판로 개척으로 추가적인 구매가 이뤄질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지방재정 확충이다. 특히 수도권 등으로 인구유출이 심한 지역일수록 출향인 수가 많은 만큼,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해 지방재정 확충에 유리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2008년 ‘고향납세제’ 시행 후 기부액이 814억엔(한화 약 8675억 원)에서 13년 만인 2020년 6274억9000엔(한화 약 7조1480억원)으로 82배 증가하는 등 열악한 지방재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특히 지진 등 대규모 재난발생 시에는 해당 자치단체에 출향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기부가 이어지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실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이와테현은 전년대비 기부금액이 16배 증가했고,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시 전년 대비 8배 증가하기도 했다.   


 #전문가 진단 /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 
“규제·징벌보다 기부 촉진 유인책 급선무”

일본, 기부금 한도 없고
기부액 대부분 세제혜택 부여
우리도 보완해 완성도 높여야
고향세 연구 전담 조직 필요

고향사랑기부금제에 대해 10년 이상 연구해온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이번 고향세법 제정에 대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국내에서 고향세 학술연구를 제일 먼저 시작했고 그동안 고향세 도입을 줄곧 주장해 온 저로서는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법이 통과되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제도 정착이 중요하다”면서 “규제와 징벌보다 기부를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이 급선무”라고 평가했다.

염 교수는 “가장 아쉬운 점은 이 제도의 성패가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민간 기부를 장려하고 촉진하기 위한 유인책 대신 기부남발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와 징벌책 일색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는 고향세 기부금 한도도 없을뿐더러 기부금액을 거의 전액 되돌려주는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기부하는 데 필요한 행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해서 적극적인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국내 고향세 제도의 유인책은 턱없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만엔, 우리 돈 30만원 기부의 경우 일본은 6%대, 우리나라는 50% 대 개인부담입니다. 만일 국내 기부자가 일본 기부자에 비해 훨씬 많은 금전적 부담을 하면서까지 각종 규제와 벌칙망을 뚫고서 앞다퉈 고향세를 기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에게 일본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애향심’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고향세 기부 유인수단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법이 통과됐으니, 이 제도를 어떻게 중·장기적으로 제대로 수정·보완해서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고 바람직한 정책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다. 그는 “법 도입 자체만으로 단박에 고향세의 취지와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고향세 제도는 장단점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쟁점사안도 서로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향세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현재 지방이 안고 있는 문제가 즉시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기대라고도 했다. 염 교수는 “다행히 2023년 1월 고향세 제도 도입 때까지 1년여의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정책충실도를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제도가 과연 바른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체크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일단 몇몇 서로 다른 여건에 있는 지역들을 선정,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를 실시함으로써 고향세 제도 정책효과의 방향을 미리 점검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 결정되는 내년도 정부예산에 파일럿 테스트 예산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한 각 지자체는 각자의 지역 홍보전략과 답례품 특화전략을 세워 고향사랑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한 자체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자체를 상품화해서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사람·기업·자금을 유치하는 ‘플레이스-마케팅(Place-Marketing)’과 다른 지자체와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전략도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전문 연구기능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은 고향세 제도를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고향납세연구회’라는 연구조직을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고향세 분석 및 정책방향, 정책효과 등에 대한 전문적, 종합적인 연구기능 없이 단지 개인이나 연구소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접근하고 있을 뿐입니다. 고향세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고향세 연구를 전담하는 조직을 설립·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길·김선아·이기노 기자 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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