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수안마을

[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 기자] 

최영식 수안영농조합법인 조합장이 ‘소등껄 수국정원’을 가리키며 유럽의 꽃 체험마을 못지않은 명품 ‘수국천지 수안마을’을 가꾸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최영식 수안영농조합법인 조합장이 ‘소등껄 수국정원’을 가리키며 유럽의 꽃 체험마을 못지않은 명품 ‘수국천지 수안마을’을 가꾸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빈집 공터에 쌓인 쓰레기 치우고
꽃 심기 시작해 관광명소 탈바꿈

경남 김해시 대동면 수안마을은 쓰레기 더미를 치워낸 후 수국정원을 조성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계기로 농촌 주민들의 자치가 활발히 꽃피어난 마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어느 날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농촌마을엔 빈집이 늘어났다. 주소만 마을에 둔 채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긴 후 돌아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빈 집 주위엔 제대로 관리 안 되는 공터가 생겨났고, 누군가 몰래 버린 쓰레기더미가 쌓여갔다.

어떻게 하면 다시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할까 고민하던 수안마을 주민들이 쓰레기더미를 치워낸 곳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전략적으로 수국을 심어 정원을 조성했다. 소의 등 모양처럼 생겼다 해서 ‘소등껄’이라 불렸던 곳이 ‘소등껄 수국정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고서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주민들은 수국정원 옆의 작은 대숲도 정비해 조명까지 달아 아늑한 쉼터로 가꾸어냈다. 인접한 마을 도랑 쓰레기를 건저내고, 맑고 깨끗한 물 흐르는 마을의 젖줄로 복원시켰다. 마을 공동육묘장도 확보해 수국 식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판매용 화훼상품도 준비해갔다.

꽃피는 곳에 나비가 날아들듯이, 한적했던 농촌마을에 명품 수국정원이 생겨나니 도시민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6월이면 수국이 가장 만발한 주말을 택해서 ‘수국정원축제’를 개최하며 수안마을을 더욱 널리 알려갔다. 축제 기간엔 노을아래 펼쳐지는 ‘노을음악회’을 열었다. 수안물놀이장과 외양간갤러리 등도 운영했다. 수안마을부녀회에서 삶은 옥수수, 부추전, 식혜, 커피, 팥빙수 등의 먹을거리를 준비해 손님맞이를 했다.

축제를 전후로 수국이 피는 두세 달 도시민들의 방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8년 5000명, 2019년 1만5000명, 2020년 2만5000명 정도의 방문객이 수안마을을 다녀갔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문객을 받지 않고 내년을 기약하며 정원관리에 집중했다.

돗대산 탕건바위 아래 수국이 만발한 수안마을은 ‘수국과 꽃, 문화가 살아 있는 힐링마을’이라는 슬로건을 살린 다양한 문화·예술 및 체험 프로그램이 풍성해졌다. 주민들은 ‘수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마을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법인은 마을슈퍼, 카페, 화훼사업, 농산물가공사업, 체험학습 등을 주도하며 마을에 공동체문화를 확산시켜갔다.

특히 2020년 ‘농촌어르신 머슴사업’에 힘입어 구축한 ‘찾아가는 마을슈퍼’는 농촌지역 교통약자인 어르신가정의 불편함을 덜어 주는 배달 서비스와 안부 확인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마을 아래쪽 서낙동강변에서 수확한 연근과 가공품 등의 농·특산물 판매에도 앞장섰다.

또한 주민들은 스토리 있는 마을 만들기에도 정성을 쏟았다. 2018년 수안마을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 과정에서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와 협력해 마을의 역사와 매력을 정리한 책 ‘수안에서’를 발간했다. 올해도 수안마을 고문서 디지털 아카이빙 및 디지털 전시관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인데, 지난 9월 7일 수안마을문화센터에서 중간보고회를 진행했다.

수안마을은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창조적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선정을 시작으로 △2018년 마을기업 선정 및 농촌포럼 전국 대상 수상 △2019년 슬로시티 주민경진대회와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최우수상 △국가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 표창 수상 등의 성과를 거뒀다.

최영식 수안영농조합법인 조합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교 지로나의 봄꽃축제를 가족과 함께 보고서 많은 감흥을 받았고, 수안마을도 꽃과 행복이 가득해 활기 넘치는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다”며 “마을 주민들의 혁신과 협업 마인드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