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 시대, 주민자치가 농촌을 살린다 <상> 왜 주민자치인가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지역개발 정책 효과 높이려면
지역 주민 적극적 참여 필수
2013년 첫 도입된 이후
전국 626곳 주민자치회 운영

출산율 향상·인구 유입 등
‘맞춤형사업’으로 활력 높여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방 소멸 위기론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지 오래다. 현재 출산율을 감안하면 30년 이후 소멸에 가까울 정도로 인구 감소 현상에 내 몰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정설로 회자되고 있다. 대도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며 농촌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러한 지방 소멸 위기 시대를 맞아 농촌을 살리는 방안으로 주민자치회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 주민자치회가 활발하게 활동하거나 주민자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은 인구 유입 및 인구 감소 최소화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주민자치의 필요성과 전문가 제언, 성공사례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인구 감소 심각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농촌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88곳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겨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웃돌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시·군·구도 110곳에 이른다. 이로 인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83곳(2017년 기준)은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으며, 2047년에는 모든 시·군·구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북 의성군으로 무려 41.8%에 육박한다. 그 다음으로 전남 고흥군(41.1%), 경북 군위군(39.8%), 경남 합천군(39.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은 대부분 농촌지역인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지역 공동체는 빠르게 해체되고 이웃과 단절, 지역경제 기반 붕괴 등 심각한 지역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크고 작은 사회문제를 누가 해결 할 수 있을까. 가파른 인구 감소의 위험성을 감지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율 향상, 인구 감소 요인을 최대한 줄이거나 유입 가능하도록 지역개발 정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지역개발 정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가 주민자치회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 조직을 결성해 지역개발 사업을 발굴 및 추진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예산제를 적용해 사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행정안전부와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통해 중앙 부처의 예산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재정분권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의 중요성과 성과를 설파하고 있는 권선필 목원대학교 공공인재학과 교수는 “지방소멸을 늦추기 위해서는 주민자치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강원도 정선 고한읍은 탄광산업의 몰락으로 지역 쇠락현상을 겪었는데 마을 전체를 호텔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실천하면서 이색 관광지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고한읍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도시의 청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청년들이 유입되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라며 “이러한 성과는 주민 간 소통과 협력으로 이뤄낸 결실로 인구 감소를 막아낸 대표적인 사례다”고 강조했다.

 

#주민자치회 전국 확산 중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구성되고 운영되도록 제도화 돼 있다. 법에 따르면 주민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의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법으로 정해 놨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에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안 마련과 함께 전국 31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시범실시 됐으며 2017년에는 83개소로 확대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에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추진단을 설치·운영하고 대폭 수정된 표준조례안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으며, 2020년 6월 현재 전국 626개소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주민 직접 참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문제는 지방의회나 지방자체단체보다 주민의 직접 참여에 의해 더 잘 해결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74%가 매우 동의 또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라고 응답 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정책결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직접적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에 질문에 대해서는 93%가 매우 동의 또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선필 교수는 “주민참여와 주민자치는 세계적인 추세인데 스위스 란츠게마인데에서는 참정권을 가진 주민이 매년 한 번씩 모여 토론과 의결로 법을 개정하거나 주 정부 각료 등을 선출한다”며 “우리나라 일부 읍면동장도 주민들이 투표로 뽑는다. 아직 대부분은 공무원이 지원하는 방식이지만 조만간 주민들 중에서 읍면동장에 선출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업분야 주민자치 사업

농림축산식품부 분야에서 주민자치와 관련된 정책은 살기 좋은 농촌 및 마을만들기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명은 다양하게 불려 왔으나 마을 주민을 주축으로 마을 협의체를 구성하고, 마을협의체 내에서 농어촌 주민들과 관계 전문가, 재능기부자 등이 참여해 마을 발전과제 발굴 및 마을 단위의 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독려해 왔다.

농식품부는 10년 전부터 마을의 잠재적 자원을 발굴해 특성화, 소득화 해 나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로 색깔 있는 마을 1만개 조성에 주력해 왔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농촌체험휴양마을도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 중 하나다. 2014년부터는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 개최를 통해 주민화합과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례를 발굴하고 공유하는 중이다. 더불어 주민참여와 지자체에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농촌협약을 통해 사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2018년부터 추진하는 농촌 신활력플러스 사업은 향토산업, 6차산업 등 이미 구축된 지역자산과 민간조직을 활용해 특화산업 고도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의 자립적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 지방분권 기조에 맞춰 주민·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신활력플러스 사업에 선정되면 균형발전특별회계 재원으로 1개소당 4년간 총 70억원이 지원된다. 2018년 10개소, 2019년 20개소, 2020년 30개소가 신규 사업지구로 선정됐다.

 


#전문가 제언ㅣ권선필 목원대 교수
“주민자치회는 새로운 의사결정 기구여성·청년 등 다양한 계층 참여해야”

많은 주민들 편안하게 만나는 
열린 공간의 축제 활성화돼야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주민자치는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민자치회는 공식적이고 유일한 자치 단위의 새로운 의사결정 기구이며, 지역이나 마을단위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문제를 해결 능력을 갖춘 자치 기구라고 강조한다.

권 교수는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우선 돈으로 해결해 왔던 사회다. 민주주의나 주민자치도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데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은 사회의 약자가 되고 문제 해결에서 뒤쳐진다”라며 “그러면 돈, 권력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문제 해결점을 자치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자치는 스스로 다스린다는 의미인데 많은 사람들은 자치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주민자치회가 구성된 곳이라 해도 주민 참여율은 상당히 낮다. 지역의 문제인데도 더 그렇다고 한다.

권선필 교수는 “동네일, 지역문제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데 그 자리가 축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좋은 얼굴로 서로 만나는 자리가 많아져 관계와 지역을 배워가는 학습이 이뤄지고 나야 지역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주민을 모아서 지역문제를 얘기하라고 하면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문제만 얘기 한다. 지역의 소외 된 사람에 대해 모르고 내린 결정은 자기들만의 결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만나는 열린 공간의 축제가 활성화 되면 주민자치도 성숙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주민자치회는 특정 단체에서 주도하는 것보다 여성, 청년,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을 참여시켜야 새롭게 변화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농촌이 소멸의 위기 속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학교가 살아나면 인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는 한다. 그는 “주민 스스로 우리 마을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경북 의성군은 외지인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주거공간을 마련해 준다”라며 “그러면서 도시민들이 자녀를 데리고 귀촌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이런 사례 뿐 아니고 자유롭게 사는 청년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방안을 고민해서 적용한다면 지역주민과 청년들이 더불어 가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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