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해 열사 18주기 추모식, 장수 농업연수원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고 이경해 열사의 18주기 추모식이 지난 11일 전북 장수군 한국농업연수원 내 열사 묘역에서 거행됐다.
고 이경해 열사의 18주기 추모식이 지난 11일 전북 장수군 한국농업연수원 내 열사 묘역에서 거행됐다.

유가족·장영수 군수 등 참석
WTO 맞서 ‘온몸 항거’, 희생 기려
‘농민도 사람답게 사는 이 땅’
못다이룬 열사의 뜻 실현 다짐 

농민운동가 故 이경해 열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18번째 추모식이 지난 11일 전북 장수군 한국농업연수원에서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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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제2대 회장을 역임한 이경해 열사는 2003년 9월 11일 제5차 WTO 각료회의가 열린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농민을 죽인다”고 외치며 산화한 농민운동가다.

당시 제5차 WTO 각료회의는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의 세부원칙을 마련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로, 이경해 열사는 급격한 관세인하 반대와 개도국 지위유지 등 전 세계 농민들을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 결국 WTO에 온몸으로 항거한 이경해 열사의 숭고한 희생으로 제5차 WTO 각료회의 협상은 결렬됐고, 한국 정부의 대농민 지원대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최하고, 한농연전북도연합회와 한농연장수군연합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추모식에는 이경해 열사의 유가족인 남동생 영신·창준 씨와 딸 보람·고은 씨가 참석했고, 한농연중앙연합회 집행부와 각 시도연합회장, 장영수 장수군수, 김용문 장수군의회 의장 등 90여명의 추모객이 함께 했다.

추모식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한 이고운 씨는 “어느덧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8년이 됐다. 살아계셨다면 75세로, 농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거란 생각에 울컥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는 농민들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한농연 관계자분들이 농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 앞장서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학구 한농연중앙연합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이역만리 광활한 대지 속의 고독한 철책 위에서 피를 토하며 외치던 이경해 열사의 의연하고 당당했던 모습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열사께서는 살아생전 불의와 부당함이 판치던 곳, 그리고 치열했던 농권운동의 현장 곳곳에 항상 우리와 함께 했고, 돋보이고 인정받는 자리보다 보이지 않는 구석진 자리에서 궂은일과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이 시대 진정한 농민운동가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학구 회장은 “농업·농촌과 농민을 위해 평생토록 일궈낸 역할과 불꽃같은 정신은 그 어느 누구도 대신 할 수 없고, 이경해 열사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 후배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며 “‘몸은 먼저 가지만 정신은 남아 지켜볼 것이다’라는 이경해 열사의 유언처럼 우리들은 그 불굴의 열정을 받들어, 이 나라 농업·농촌·농민·농권보호를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농업경영인 출신인 장영수 장수군수도 추모사를 통해 이경해 열사의 정신을 본받아 농민들을 위한 가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장영수 군수는 “이경해 열사의 죽음은 강대국의 논리대로 자유무역을 요구하는 세계무역기구의 질주에 제동을 걸고 세계화로 인해 도탄에 빠진 전 세계 농민들의 현실을 고발했다”며 “그의 희생으로 인해 우리나라 농업이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아직도 농업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열사께서 못다 하신 ‘농민도 사람답게 사는 이 땅, 우리농업’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문 장수군의회 의장은 “평생을 농민운동에 몸 바친 이경해 열사는 WTO의 농산물 개방저지를 위해 타향만리 칸쿤에서 협상장으로 향하던 중 장막 꼭대기에 올라 ‘내 걱정은 말아라, 끝까지 투쟁하라’를 외치며 세계 농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온몸으로 호소하며 자신의 한 몸을 희생했다”면서 “개방화되는 시대에 갈수록 희망이 사라져가는 농촌은 고인의 숭고한 뜻과 뜨거운 함성이 밀알이 되고 참된 희망의 불씨가 되어 다시 뜨겁게 타오를 것”이라고 추모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1부 추모식과 2부 추모걷기 및 묘역참배 순으로 진행됐으며, 전국적인 코로나 확산세를 감안해 방역지침을 준수한 내부 추모행사로 거행됐다.

장수=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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