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금산수삼센터에 인삼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발길이 끊겼다.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금산수삼센터에 인삼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발길이 끊겼다.

국내 인삼산업이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인삼 가격의 하락세가 계속 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농가 도산을 우려하며 정부에 근본적인 수급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 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소비자들의 인삼 소비패턴 변화로 인한 소비침체까지 겹치자 인삼산업의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작신고 의무화 아닌 까닭
인삼 경작량 파악조차 못해
지난해 8월 수해 발생 전후
수확 서둘러 공급 과잉 가속

농협 수급기능 상실·정부 방관
코로나로 축제 끊겨 판매 ‘뚝’
정부 시장격리·소비회복 절실


인삼업계에서 인삼 가격 하락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공급과잉과 소비침체 두 가지다. 한국인삼협회에 따르면 우선 경작신고가 의무화가 아닌 까닭에 인삼이 정확히 얼마나 경작되고 있는지 파악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인삼농가들은 수해 발생 전후로 수삼(생삼)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획했던 재배기간보다 수확을 서둘렀다. 수년 전부터 이어온 인삼 물량의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수삼이 유통시장에 쏟아지다보니 공급과잉이 눈덩이처럼 가속화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삼공사와 지역 인삼농협 등의 홍삼 재고는 1조원 이상 규모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 지목하는 또 다른 공급과잉의 문제는 농협의 수급기능 상실과 방관하는 정부의 태도다. 농협의 경우 기존 홍삼 물량이 적체되자 수삼 수매량을 줄이거나, 수매를 한다 하더라도 악성재고 방지를 위해 다시 시장으로 방출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삼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11개 인삼농협의 홍삼 재고량은 19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앞으로도 수매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도 수급조절의 기초가 되는 경작신고의무제 도입을 일부 농가들의 눈치를 보며 수년간 미루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공급과잉 상황에서 코로나19 발생과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소비침체까지 진행됐다. 수삼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금산 인삼시장이나 지역축제에 관광객이 끊기며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또 면세점과 백화점, 토속품점에 내·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끊겨 약 2000억원의 판매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인삼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정부에 수삼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인삼농협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수삼을 수매하거나 지역농협의 창고비나 수매비용 이자라도 지원해 올해 수확시기 가격폭락을 사전에 차단해 달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인삼산업의 지속가능한 유지를 위해 근본적인 수급 대책도 반드시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국인삼협회 관계자는 “매년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침체와 지난해부터 이어온 공급과잉이 맞물려 올해 큰 가격폭락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만이라도 시장격리에 나서줬으면 한다”라며 “정부가 국내 인삼업계의 유지를 위해 근본적인 수급 대책도 반드시 함께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삼업계의 이 같은 요구에 정부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삼이 쌀이나 양파, 마늘 등의 필수식품이 아니라 기호식품인 까닭에 세금을 투입해 시장격리를 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가격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향후 코로나19가 안정기에 들어서면 소비도 다시 되살아나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상돈 농림축산식품부 서기관은 “현재 상황에서 소비 확대가 가격 회복의 가장 큰 해결방법이다”라며 “코로나19 집단면역이 완성되면 서서히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도 늘 것이고, 정부도 인삼 소비 확대를 위해 농산물 할인행사와 공영홈쇼핑 판매 등의 노력과 정확한 재배면적 파악을 위해 경작신고의무제 도입 논의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향후 <상>, <하>편에 걸쳐 국내 인삼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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