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첫 ‘마늘 경매’ 창녕농협공판장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김관태 기자] 

지난 1일 국내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군 창녕농협공판장에서 올해 첫 (건조) 햇마늘 경매가 이뤄졌다. 이날 진행된 경매 평균 경락가는 1kg 상품에 ‘4894원’으로 마늘 농가가 대체로 만족할 만한 가격대가 책정됐다. 김흥진 기자 kimhj@agrinet.co.kr
지난 1일 국내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군 창녕농협공판장에서 올해 첫 (건조) 햇마늘 경매가 이뤄졌다. 이날 진행된 경매 평균 경락가는 1kg 상품에 ‘4894원’으로 마늘 농가가 대체로 만족할 만한 가격대가 책정됐다. 김흥진 기자 kimhj@agrinet.co.kr

평균경락가 1kg 상품 4894원
만족스러운 가격에 ‘안도의 한숨’  

잦은 비·치솟은 인건비에
시름 깊던 농가 모처럼 미소

“그래도 가격이 어느 정도 나와 다행입니다. 가격으로 보상받지 못했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을 상황이 올 수 있었습니다.”

수확기 잦은 비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인건비로 시름이 깊었던 마늘 농가 얼굴에 오랜만에 주름살을 펴게 할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일 국내 최대 마늘 주산지인 경남 창녕군 창녕농협공판장에서 진행된 올해 첫 (건조) 햇마늘 경매 현장. 오전 11시 15분 첫 경매 응찰기가 눌러졌다. ‘5500원’. 올해 첫 경매 단가가 전광판에 뜨자, 순간 여러 농민의 입에선 ‘와’라는 탄성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계속된 경매 이후 이날 공식적으로 나온 경매 첫날 평균 경락가는 1kg 상품(대서 스페인종)에 ‘4894원’으로 대체로 많은 농민들이 만족할 만한 가격대가 책정됐다. 
 

작황 부진에 생산량 크게 줄어 
농가 수취가격은 높지 않을 듯
최근 5년 낮은가격 이어져
“마늘가격 안정 최우선” 여론 

사실 가격에 대한 농민들의 기대감은 경매가 진행되기 전부터 감지됐다. 올해 마늘 재배면적이 지난해와 평년보다 줄어든 데다, 수확 무렵 계속된 잦은 비로 단수도 감소해 생산량이 많지 않으리라고 추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마늘 생산량은 31만3000톤으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13.9%, 5.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경매 전 창녕군 대지면에서 만난 마늘 농가 박영길(74) 씨는 “수확 무렵 비가 너무 많이 와 마늘 생산량이 감소했다. 평년의 70% 정도 수확한 것 같다”며 “조금 높게 기대를 하자면 kg당 5000원까지 나와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농가들의 기대감은 단순히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과 비장함이 내재해 있었다. 생산 단수가 급감했고, 특히 인력난까지 겹쳐 생산비가 치솟은 것은 물론 수확을 제때 하지 못한 피해까지 더해졌기 때문. 더욱이 최근 5년 동안 가격이 하락했던 시기가 길어 올해 가격이 지지되지 않으면 마늘 농가 상당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대구 달성군에서 마늘 농사를 하는 조재현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대구 달성군지부 사무국장은 “지난 5년간 마늘 가격을 보면 형편없었던 적이 더 많았다. 그걸 만회하려면 앞으로 2~3년은 꾸준히 가격이 양호하게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약초 농사를 짓다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마늘 농사를 시작한 창녕군 대지면의 성득용(60) 씨는 “올해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단수도 감소했고, 수확 시기에 비가 많이 와 제때 수확하지 못 한 농가가 많았다”며 “잦은 비로 뿌리가 썩거나 통이 벌어지는 등 상품성이 없는 물량이 많이 나와 가격대가 받쳐주지 않으면 피해를 볼 농가들이 수두룩했다”고 밝혔다. 성 씨는 “특히 올해 마늘 수확기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한명당 21만원까지 올라갔다”며 “가격을 보장받지 못하면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경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민들의 발걸음은 경매장에 들어올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첫날 43개 망(1망 20kg)을 출하했다는 창녕의 마늘 농가 성진섭(69) 씨는 “1000망 정도를 창고에 저장하고 있는데 첫날 가격 흐름도 볼 겸 가지고 있는 물량중 일부를 공판장에 가지고 나왔다”며 “오늘 받은 가격대를 보니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마늘 농사지으면서 올해만큼 팔이 아픈 적이 없었을 정도로 인력이 없어 자가 노동으로 수확을 했다. 이 정도 가격은 나와 줘야 한다”고 밝혔다. 

비교적 양호한 가격대가 나왔고 가격 지지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상품 간 가격 차이가 크고, 생산량도 워낙 줄어 농가 수취가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마늘 현장에선 농가 물량 수매, 유통단지 조성 등 장기적인 마늘 가격 지지를 위한 목소리도 내고 있다.

농가물량 50% 수매·수급 조절 
가공·수출 모색 등 제안도

성명경 한국농업경영인 창녕군연합회장은 “올해 가격은 괜찮지만 작황이 작년보다 안 좋다. kg에 1000원씩만 떨어져도 한 망에 2만원을 못 받는다”며 “일찍 수확한 농가들은 낫겠지만 수확을 못 하고 비를 맞은 농가는 가격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마늘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주산지별로 유통단지를 만들고 농가 물량의 50% 정도는 수매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물량을 파악하고 수급조절을 해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마늘은 저장을 해도 되니 주산지별 유통단지가 있다면 수출이나 가공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관련 기관 단체 인사들은 마늘 농가 앞에서 당부와 더불어 올해 마늘시장 전망 및 마늘산업 발전을 약속했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올해 중국에서도 지난해보다 80% 높은 마늘 가격이 나오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올해 국내 마늘 시세는 비교적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창녕농협에선 기존 중도매인 10명 이외에 올해 10명을 새로 확보했다. 이들을 통해 가격 지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출하 농가 편익을 위해 망 지원, 야간 입고, 정가·수의매매 등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조합장은 “출하 농가들도 판매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수시로 공판장을 찾아 시장 흐름을 잘 관찰하고 농가 간 정보 교류를 통해 신중히 출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은 “올해 마늘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마늘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돼 농가 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마늘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마늘 수입이 확대되고 재배면적이 늘어날 우려가 있어 정부는 수입 마늘 원산지 관리를 강화하고 수입 씨 마늘 사용을 억제하는 등 수급 관리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내년에 재배면적이 많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늘 자조금 단체 중심으로 적정하게 재배면적이 관리되도록 마늘 재배농가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욱·김관태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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