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시장 혼선 초래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기재부·농식품부 간담회서 주문… 4월 말 ‘출하 지연’ 전략과 대조 
유통업체 할인 판매 독려도… 주요 작목 ‘약세’인 현실과 괴리


정부가 출하량 증가로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양파에 대해 ‘출하 지연책’을 편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조기 출하하라’는 엇박자 신호를 보내 산지와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주요 민감 품목 가격이 약세인 시점에 ‘물가를 잡기 위해 할인행사를 하라’는 메시지도 현 시장 상황과는 괴리가 큰 주문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과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4일 민생·물가 현장 점검을 이유로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아 주요 판매 코너를 둘러봤다. 이후 농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양 부처는 “기상 여건으로 수급이 불안정했던 양파, 대파, 배추 등 채소류의 조기 출하 독려, 생육 상황 점검을 강화하겠다. 정부 비축물량의 탄력적 방출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 간담회에서 언급된 품목은 양파와 대파, 배추 등 3개 품목이었다. 이 중 양파와 배추의 경우 수급이 불안정하지도 않고, 현재 시세도 평년과 지난해보다 약세를 보인다. aT KAMIS(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기준 이달 초 배추 10kg 상품 평균 도매가는 8000원 후반대를 기록하며 1만6600원이었던 지난해와 1만500원이었던 평년보다 약세를 형성하고 있다. 양파 역시 같은 기간 700원 후반에서 800원 초반대를 보이며 1010원이었던 지난해와 930원이었던 평년 시세를 못 미치는 낮은 가격대가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양파와 배추의 조기 출하 독려와 비축 물량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양파의 경우 산지와 시장에 혼선만 주고 있다. 지난달 말 농식품부와 생산자단체, 농협 등에선 저장으로 돌리는 등 조생 양파에 대해 ‘출하 지연’ 전략을 펴겠다고 밝혔는데 며칠 되지 않아 ‘조기 출하 독려’라는 전혀 상반된 메시지가 던져졌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양 차관의 하나로마트 방문 이후 공식 보도자료로 배포됐고, 현장 영상, 사진과 함께 다수 언론에도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또한 이날 유통업체에 할인 판매를 당부한 것도 현재 주요 작목이 약세를 보이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5대 수급조절 품목인 배추, 무, 건고추, 마늘, 양파 중 저장이 아닌 봄철 햇물량이 나오고 있는 건 배추와 무, 양파 등 3개 품목인데 이들 품목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할인 판매를 주문한 건 ‘현재 가격이 높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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