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오리농장서 발생 '비상'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정읍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발생 농장 주변과 방역에 취약할 수 있는 작은 저수지·하천 등을 대상으로 집중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양민철 기자

올해 세계적 증가 추세 대응
사전 차단방역 강화했지만
야생조류 통한 유입 못 막아
전국 확산 우려 ‘긴장 고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11월 28일, 정읍시 소재 오리 농가에 고병원성 AI(이하 AI)가 발생하자 방역을 위해 노력하던 가금 농가들이 허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자칫하다가는 전국적으로 AI가 확산될 수 있는 위험한 분위기라며 방역조치를 대폭 강화키로 하고, 가금 농가 협조를 요청했다.

국내에서 2003년 첫 확인된 AI는 2014년까지 보통 2년을 주기로 나타나다 그 이후부터 2018년까지 매년 동절기에 지속적으로 발병해 왔다. 특히 2016년에는 그 이듬해 4월까지 대규모로 확산돼 국내 가금농장에서 383건의 AI가 보고됐으며, 당시 950여개 가금 농장에서 닭·오리 3787만 마리를 살처분 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같이 매년 겨울이면 가금 농가를 공포로 몰아넣던 AI는 2018년 3월을 마지막으로 한 건도 나오지 않다가 올해 전국 철새 도래지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데 이어, 농장에서는 2년 8개월 만에 AI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그러나 올해 가금 농장의 AI 발생은 예견됐던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는 세계적인 AI 발생 증가 추세로, 방역당국에선 최근 유럽과 러시아 지역에 급증한 H5N8형과, 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H5N6형 AI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방역당국은 사전에 AI 차단방역을 강화하도록 하는 ‘철새 도래 경보’를 발령하고, 방역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야생조류를 통해 유입되는 AI 바이러스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지난 10월 21일 천안 봉강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항원이 첫 검출된 이후 전국적으로 8곳(11월 28일 기준)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항원이 발견되며 AI 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더니, 11월 28일 정읍 육용 오리 농가에서 우려했던 AI가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 예측대로 야생조류 분변과 정읍 오리 농가에서 발병한 AI는 모두 올해 유럽과 러시아에서 많이 보고된 H5N8형 바이러스다. H5N8형은 과거에도 두 차례 국내 유입돼 큰 피해를 입혔던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읍 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와 야생조류에서 검출한 바이러스 형이 동일한데다, 정읍 오리 농장의 경우 여타 오리 농장과는 다르게 비교적 현대화된 시설을 갖춘 농장으로 알려져, 야생조수류를 통해 농장으로 오염원이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기·강원·충남·제주 야생조류 및 전북(정읍 오리 농장)에서 발견된 AI 항원이 전남·경남 등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큰 상황으로 판단하고, 방역조치를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방역당국은 AI 발생 농장이 속한 전북지역 철새도래지와 가금농장 인근 도로는 물론, 방역에 취약할 수 있는 작은 저수지·하천 및 농장 진입로 등에 대해 집중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거점소독시설·축산시설 및 농장에서 사람·차량의 소독 실시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농장·축산 시설 등에 대한 환경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장 생석회 벨트 구축 △농장 마당 청소·소독 △장화 갈아 신기 △축사 내부 소독 등 가금 농장 ‘4단계 소독’ 이행 여부를 사진 제출 방식으로 확인하고, 방역 취약 농장은 검역본부를 통해 주간 단위로 점검 중에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AI 조기 차단을 위해 농가·관계기관 등이 함께 총력을 다 해야 한다”면서 “가금 농장에선 차단방역을 반드시 실천하고, 가금 계열화업체는 소속 농가들을 지도·점검해 달라”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