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산지에선 김장(가을)배추 출하가 시나브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주요 김장배추 산지인 경북 영양의 한 배추밭에서 산지 관계자들이 곧 출하될 가을배추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이렇게 떨어질 시세 아닌데…”
경북 영양서 만난 박현국 씨 
‘추풍낙엽’ 배춧값에 근심 깊어

물량 수급은 물론 품위도 양호
지금도 충분히 가격 낮은 상황
예년처럼 원활히 김장 진행을


“이 정도로 떨어질 시세가 아닌데… ”

김장철을 목전에 둔 지난 10월 28일 주요 김장(가을)배추 산지인 경북 영양군 석보면의 한 배추밭에서 만난 산지유통인 박현국 씨(농업회사법인 착한 대표)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배추 가격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었다. 

박 씨는 “시세가 아무리 안 나와도 1만원(10kg 상품)은 나올 줄 알았는데 그 절반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이제 김장철이 시작돼야 하는 데 소비가 너무 안 되는 것 같다”며 “올해엔 관리비도 많이 들어가 충격이 더 크다”고 답답해했다. 

박 씨는 영양에서 가을배추 16만5000㎡(5만평), 전남 해남에서 가을·겨울배추 26만4000㎡(8만평) 규모의 배추를 재배하고 있다. 현 시세가 김장철부터 시작해 겨울철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줄지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 박 씨를 비롯해 이곳의 산지유통인들은 당초 전망보다 더 떨어지고 있는 시세에 대해 늘어나는 물량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소비력이 워낙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더 큰 원인으로 들고 있다. 

박 씨는 “추석 이후 소비가 이 정도로 안 될 줄 몰랐다. 하도 배추 가격이 높다고 해서 그런지, 소비가 전혀 안 이뤄지는 것 같다”며 “보통 수능 이후 김장 시즌이 절정을 이루는데 올해엔 수능도 늦고 코로나19로 행사도 축소돼 가격이 더 하락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산지 가격이 소매점 가격으로 바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고 있다. 

박 씨와 함께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산지유통인은 “언론에서 배춧값이 높다고 떠들면 소비가 안 되는 문제도 있지만 이에 더해 소비자들이 배추 가격이 높다고 인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산지 가격이 바로 소비 시장에 반영되지 않아도 잘 모른다”며 “배추 가격이 낮으면 소비라도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게 실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부터 계속해서 김장 소비에 불씨를 댕겨야 한다. 김장철은 초반 분위기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더욱이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올해엔 더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지에선 가을배추 생육이 큰 무리 없이 흘러가고 있다. 다만 지역별로 편차는 있는 상황이다. 
박현국 씨는 “경북이나 충북 등지엔 파종기 태풍 영향으로 결구가 늦어지고 출하기도 늦춰진 반면 해남은 큰 무리 없이 평년 수준으로 배추가 재배되고 있다”며 “이렇듯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면적이 많이 증가해 김장철 배추 수급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 이른 한파에 따른 변수는 있다”고 전했다. 

도매시장에서도 김장철 원활한 배추 수급은 물론 품위도 양호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원활한 김장 소비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오현석 가락시장 대아청과 경매부장은 “물량 수급은 물론 품위에도 문제가 없다”며 “지금도 충분히 가격이 낮은 상황이니 예년처럼 김장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산지에선 올해 물량이 많이 들어간 것에 대해, 배추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함축돼 있다고 지적한다. 

한 산지 관계자는 “여름철 배추 가격이 높으면 겨울철엔 배추 가격이 낮다는 업계 속설이 있고 거의 들어맞는다. 이는 산지에서 파종·정식 당시의 가격을 보고 재배에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이 속엔 통계 정보가 너무 늦게 나오는 것에 대한 문제도 내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을배추를 출하하는 시점인 10월 말 가을배추 재배면적 조사가 나오고, 수확이 거의 마무리 된 12월 말 가을배추 생산량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 산지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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