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작년가격 못 미치고
수급에 문제 없는데도
정부는 소비자에 ‘잘못된 신호’
출하 한창인 산지는 ‘답답’


‘김장 시기를 늦추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산지와 시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년보다 배춧값이 하락세인 시점에 나온, 김장을 늦춰달라는 정부 신호는 떨어지는 배추 가격에 기름을 붓는다는 지적. 여기에 농업관측본부와 통계청의 가을배추·무 재배면적 조사 결과도 차이를 보여 산지 혼선이 증폭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 27일 김장채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김장을 조금 늦춰달라고 소비지에 당부했다. 12월로 갈수록 배추·무 생산량이 늘고 가격은 하락세일 것이라고 부연 설명하며 ‘사실상 12월 이후 김장’을 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대해 산지와 시장에선 농식품부가 산지 상황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초 10월 배추 도매가격이 10kg 상품에 1만4000원 내외를 보일 것이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전망과 달리 추석 연휴 이후 10월 5일부터 기록된 배추 도매가격은 9일 1만3586원으로 1만4000원 밑으로 내려간 뒤 13일엔 8152원을 보이며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7000원대를 유지하다 24일엔 5931원까지 내려갔고, 10월 30일 기준 5319원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1만2930원이었던 지난해 10월은 물론 6706원이었던 평년보다도 못한 약세다. 10월 30일 기준으로 봐도 최근 5년(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품목별 최근 5개년 가격비교, 2016~2020년) 중 올해보다 가격이 낮았을 때는 2017년뿐이었다. 김장철이 시작되는 11월 시세도 지난해 8924원, 평년 5986원이었다. 

배춧값이 하락세인 시점에, 김장 시기를 늦춰달라는 농식품부 발표를 접한 산지에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현재 출하가 진행되고 있는 산지에선 격앙된 반응도 보인다. 이들 산지의 경우 올해엔 여름철 배춧값이 양호했던 데다 8월 파종기에 태풍 등 기상악화의 영향을 받아 관리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갔다. 

한 산지 관계자는 “김장은 시작부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수능도 늦어지고, 김장 관련 행사도 줄어들어 김장 분위기가 예년만 못할 텐데 김장을 늦춰달라는 정부 발표는 이해할 수 없다”며 “관리비는 많이 들어간 상황에 김장철 소비마저 줄어들까 걱정이 크다. 농식품부가 너무 소비자만을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도 “지금 배추 수급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배추 물량이 많아 감당을 못할 것 같다”며 “김장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12월엔 한파 등 변수도 있고 지금 배추 가격도 낮아 계속해서 김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틀 차로 발표된 농식품부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에서의 가을배추·무 재배면적(관측본부)과 통계청의 2020년 가을배추·무 재배면적 조사 결과도 차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1만3135ha, 가을무가 5710ha라고 게재한 반면 통계청은 가을배추가 1만3854ha, 무가 5147ha로 발표한 것. 이래저래 산지에선 하락하는 배추가격과 맞물려 정부 정책과 통계 엇박자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관련기사 5면

이와 관련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김장을 늦춰달라는 건 갈수록 김장 비용이 내려가고, 늦더라도 김장 담는 걸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들어가 있다”며 “워낙 그동안 언론 등에서 김장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미까지 있다”고 밝혔다. 

재배면적 차이와 관련해선 “배추의 경우 통계청 신뢰범위에 들어갔고 차이는 있지만 면적이 증가했다는 건 같다. 무는 더 차이가 나지만 산지와 관계자 의견을 종합 수렴한 결과 늘어났다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었다”며 “통계청은 재배면적이 10월 말 나오고 단수가 포함된 생산량은 더 늦게 나오기에 선제적인 수급대책을 세우는 데에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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