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전국사회부]

3일 김성학씨가 태풍 ‘바비’와 ‘마이삭’의 연속 강타로 쑥대밭으로 변해, 수확을 놓친 쓰러진 벼를 바라보고 있다.

전북 정읍시 벼농가 “수확 앞둔 조생종 벼 모두 쓸어가”

낟알 물에 잠기고 진흙에 빠져
수확량 평년비 절반 못미칠 듯
상품성도 떨어져 ‘눈 앞 캄캄’


“수확을 앞둔 벼가 두 번의 태풍이 강타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지요. 올해 벼농사는 망쳤다고 봐야겠습니다.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전북 정읍시 감곡면에서 40필지의 벼농사를 짓는 김성학(63)씨는 3일 태풍 ‘마이삭’이 강한 바람을 몰고 와 수확해야 할 벼가 쓰러진 상황을 바라보면서 “올 한해 농사는 틀렸다”는 말만 되 뇌였다. 김씨는 “지난 8월27일 태풍 ‘바비’가 비바람을 몰고 와 수확기인 조생종벼 ‘운광벼’ 8필지가 1/3정도 쓰러지는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 2∼3일엔 태풍 ‘마이삭’이 나머지 벼 2/3를 쓰러트려, 누렇게 익은 벼는 쑥대밭을 만들어 마치 잔디밭처럼 평평해져 있는 상태로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모두 40필지의 벼농사를 졌다. 조생종 운광벼 8필지, 찰벼 10필지, 신동진 15필지, 해품벼 7필지다. 찰벼와 해품벼 만이 두 번의 태풍을 간신히 견뎌 냈고 나머지 23필지의 벼는 도복의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김씨는 “올해 2개월 정도 지속된 비로 인해 잎도열병 등 병해충도 심해 다른 해에 비해 농약 살포에 정성을 기울였는데 야속하게도 연속된 태풍이 이를 모두 쓸어가 버렸다”고 흐느꼈다. 김씨는 또한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받기 위해  지난 5월초 조생종벼를 심었는데 수확을 앞둔 시점인  8월 27일 태풍 ‘바비’에 이어 ‘마이삭’이 잘 익은 벼를 모두 자빠트려, 이제는 낱알이 물에 잠기고 진흙에 처박혀 썩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특히 “지난 2019년 태풍이 세 개가 지나가 평년에 비해 80%정도 수확을 해 속상했는데 올해 두 번의 태풍으로 수확 시기를 놓친 조생종 벼는 평년 50%정도를 밑돌 것으로 보여진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씨는 “지난해 상품성 저하로 정상적인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벼 1포대에 4만8000원(40kg)을 받았는데 올해 역시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 같아 앞이 캄캄하다면서 2년 연속 태풍으로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김씨는 “태풍 ‘바비’ 때 벼 도복 피해로 손해사정사가 피해율 30%를 적용했다면서 이는 20%의 자기부담을 제외하면 농약 값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현실적으로 보탬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처럼 벼가 몽땅 쓰러졌음에도 일할 인력도 없어 도복된 채 방치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하루빨리 논을 말려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삽으로 새로운 물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학씨는 “갈수록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정부는  현실성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은 물론 기후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농업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읍=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강원 양양군 배 과수원 “나무에 달린 배보다 떨어진 게 많아”

수확을 2주 앞둔 김익환 씩 과수원이 태풍으로 인해 나무에 달린 배보다 떨어진 배가 많아 쑥대밭으로 변했다.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배는 가공용으로 쓰지도 못해 김 씨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냉해에 장마, 태풍까지 ‘한숨만’
수확 앞두고 크기 비대해져
가공용도 안되고 모두 묻어야


나무에 달린 배보다 떨어진 배가 많아 쑥대밭으로 변한 과수원 바닥을 바라보는 농민의 가슴은 타들어갔다.

9월 3일 태풍 ‘마이삭’으로 폭우와 강풍이 강원도 동해안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양양군 월리 김익환 씨 과수원의 배가 60% 이상 떨어지는 큰 피해를 입혔다. 농업재해보험의 보상기준으로 표시된 배나무에는 8월 20일까지 187개가 달려있었으나 태풍으로 126개가 떨어지고, 이날 현재 61개가 달려있었다.    

한창 비대해지고 익어가는 배는 수확을 2주일 정도 앞두고 떨어져 가공용으로도 쓰지 못하고 모두 묻어야한다. 너무 많이 떨어져 배를 피해 다니기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아버지 때부터 60년 이상 과수원을 하고 있는 김익환 씨는 이렇게 큰 피해를 준 태풍은 3번 정도였지만 이번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양양은 9월 2일 오후에만 333.5mm의 비가 내렸으며 특히 순간적으로 1시간에 124.5mm의 폭우가 내렸다. 3일 새벽부터 오전 11시까지는 사람이 서있기 어려울 정도의 초속 41m 이상의 강풍이 불어 과수농가의 낙과 피해가 늘어난 것이다.

김 씨는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정말 어렵다”며 “봄에 꽃 필 때는 냉해 피해를 입었고, 여름 내내 긴 장마로 과일들이 크지도 못하다가 최근 들어 잠깐 날이 좋았는데 이렇게 태풍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의 과수원은 1만4000㎡ 규모에 배나무 700여 그루 심겨져 있다. 평균적으로 나무 당 180개 정도 배가 달렸다면 총 12만6000개 수확이 가능했지만 태풍으로 60%인 7만5600개는 떨어지고 5만400개 정도만 남아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날 기준으로 7∼8일에 한반도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태풍보다 더 강력한 다른 태풍 하이선이 다가오고 있어 올해 과연 배를 한 개라도 수확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김 씨는 마음을 졸였다.

김 씨의 부인 박정숙 씨도 마음 불편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배즙으로 유명한 이농장의 가공공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부인 박 씨는 올해도 좋은 배즙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햇쌉 시설을 갖추는 등 준비했는데 원재료인 배 수확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0일 정도 후면 이른 배는 수확을 시작해야 하는데 보험사의 피해조사를 위해 떨어진 배를 마음대로 치울 수도 없다. 떨어진 배는 상처를 입어 2∼3일 정도면 썩기 시작하기에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마음만 아프다고 한다. 

농업재해보험도 실질적인 피해보상에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해 농업인들은 지적했다.

김익환 씨는 “기후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태풍과 폭염 가뭄 냉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농업생산을 갈수록 힘들다”며 “농업을 기준으로 하는 기상서비스와 농업재해보험을 강화해 농업인들의 영농활동을 지원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양양=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경남 밀양시 얼음골사과 “쓰러진 사과나무 복구 가장 난감”

경남 밀양시 산내면 김특수 씨와 김종원 한농연밀양시연합회 회장이 태풍에 쓰러진 사과나무를 살피며 복구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낙과에 나무 도복 ‘쑥대밭’
뿌리 드러내 베어낼 수밖에
‘쥐꼬리’ 재해보험금에 답답

거센 비바람을 동반했던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밀양얼음골사과단지에 낙과는 물론, 도복피해까지 속출하는 등 경남지역에는 918ha의 농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3일 밀양시 산내면 임고리 발례마을 ‘밀양얼엄골사과’ 재배 과수원에서 만난 김특수 씨는 뿌리가 뽑힌 채 무더기로 쓰러져 있는 사과나무들을 가리키며 깊은 한숨을 토했다.

김 씨에 따르면 지난 밤 태풍 ‘마이삭’이 훑고 지나가면서 이곳 정각산 아래 산골짜기 마을 곳곳에 거센 돌풍이 휘몰아쳤다. 비바람 소리가 워낙 세찼고, 밤도 깊어 김 씨는 집에서 숨죽여 기다림의 시간만 보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날이 밝아와 과수원으로 나가보니 낙과된 사과가 부지기수고, 한 과수원은 사과나무들이 무더기로 쓰러져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이 과수원 약1320㎡(400평)에 심겨진 200주에 달하는 사과나무 중에서 무려 150주 가량이 탐스러운 사과를 매단 채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굵은 지주도, 촘촘히 말뚝을 박고 연결한 강철와이어도 지형적 영향으로 더욱 거세어진 태풍으로부터 사과나무를 지켜내지 못했다.

뿌리를 드러내놓고서 쓰러져 있는 사과나무들은 다시 세울 수가 없기에 모두 베어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필지의 과수원 전체를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아직 버티고 서 있는 50주 가량의 사과나무도 함께 베어내야 하는데, 쓰러진 나무보다 못한 신세다. 농작물재해보험의 도복피해 복구비 보상금은 쓰러진 나무에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과수원을 정비해 사과묘목을 새로 심으면 5~6년 지나야 수확할 수 있는데, 농작물재해보험을 넣어도 사과나무 도복피해 보상금은 ‘쥐꼬리’ 수준이라 그다지 도움이 못 된다고 한다.

김 씨는 “다른 사과 과수원에도 아직 열매가 푸른 만생종 ‘부사’의 경우 20~30%, 추석 명절을 겨냥해 출하를 앞두고 있던 조생종 ‘홍로’의 경우 50~60%가 이번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낙과피해를 입었다”며 “사과나무 도복피해 복구가 가장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곳 밀양얼음골사과 재배단지는 지난해 9월에도 태풍 ‘타파’로 인해 사과나무 도복 50ha, 낙과 252ha의 큰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이번 태풍 ‘마이삭’은 ‘타파’보다는 폭우가 비교적 적었는데, 2ha의 사과나무 도복과 170ha의 낙과 피해를 밀양얼음골사과단지에 안겼다.

김종원 한농연밀양시연합회장은 “지난해 ‘타파’ 때만큼 피해범위가 광범위하진 않지만, 올해도 태풍으로 인한 사과나무 도복피해와 낙과피해로 밀양얼음골사과농가의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며 “피해농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다각적인 복구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밀양=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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