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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범의 마을정담] 좌고우면 말고 ‘농촌주택’ 문제부터 해결하자

[한국농어민신문]

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대표 

농촌이주를 시작할 때부터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주거 문제였다. 욕심만 내지 않으면 농촌에서도 쉽게 집을 구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주하기 몇 개월전부터 집을 알아봤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큰 아들 초등학교 입학 며칠전 이주 하기로 한 마을 형님의 소개로 창고형 농가주택을 소개 받았다.

흔히 “브로크”라 불리우는 속이 빈 벽돌로 지어진 작은 단층 건물인데 옆에 있는 사당에서 제사를 지낼 때 필요한 물품을 보관하거나 잠시 쉬는 곳이기에 벽채는 벽돌 한 장에 미장을 한 형태로 구조도 매우 간단한 빈 집이었다. 마음 급했던 우리 가족은 비를 피하며 다리 쭉 펴고 살 집을 무상으로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시골 인심에 고마워했지만 앞으로 닥칠 고난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각종 벌레와 수시로 드나드는 쥐들, 종종 문밖에 대기하던 뱀은 기본이고 농번기엔 물이 나오지 않아 근처 마을회관으로 물을 받으러 다녔다. 여름철엔 집 안의 이불과 옷들이 축축해져 “물먹는 하마”를 곳곳에 비치하고 겨울엔 결로 현상으로 벽을 타고 흐르는 물에 벽지가 곰팡이 투성이었다. 거의 매년 도배를 다시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그렇게 여름에 찜통더위로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겨울엔 입김이 담배연기처럼 뿌옇게 나오던 그 집에서 무려 7년을 살았다.

물론 첫 해부터 매년 이사를 시도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면단위에 기본적으로 전월세를 내줄만한 좋은 상태의 집은 사실상 거의 없고 조금만 수리하면 살 수 있는 집들은 하나같이 도시의 소유자들이 주지 않았다. “부모님이 살던 곳이라”, “내가 언젠가 내려올꺼라서”라는 이유들과 여러 자녀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연까지 다양했다. 지역에선 백이면 백 “집은 관리 안하면 금방 못 쓰게 되는디...”하며 혀를 차시지만 그뿐이다. 당시에도 있었던 농가주택 수리비 지원사업은 귀농인에게만 기회가 주어졌고 그것조차 예산의 한계로 몇 사람 받지 못했다. 귀농인의 집도 나중에 생겼지만 겨우 몇 가구 밖에 살수 없는데다 최장 1년이면 나와야 했고 전입 기간이 지난 우리와는 무관했다. 고민 고민하다 답답한 마음에 영광읍 아파트로 이사 갈시도를 했으나 결국 접었다. “농촌까지 와서 다시 아파트에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차마 그럴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돈을 좀 들여서 리모델링도 생각해봤지만 그마저도 포기했다. 무허가건물에다 계약서를 써주지 없으니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농촌도 계약서를 쓰는 것이 어느정도 자리 잡았으나 당시엔 무슨 계약서냐며 빈 집을 관리해오던 마을 어르신들이 거부하셨기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여민동락 어떤 가족은 돈 들여 집 안 곳곳을 수리한지 1년만에 생활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원래 관리하던 윗 집 어르신에게 쫓겨났고 또 다른 가족은 집 주인이 말도 없이 집을 팔아버린뒤 새 주인이 갑자기 나타나 마당 한켠에 있던 2개 창고의 문을 열쇠로 잠그고 나갈때까지 안 열어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 지역사회에 안착하고 신뢰가 쌓이면서 마을 내 빈 집 얻기가 좀 더 수월해졌고 이후 이주하는 여민동락 식구들은 좀 더 나은 집을 얻었지만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 오래된 농촌의 빈 집을 얻어 사는 건 여전히 어렵고 불편한 일이었다.  최근엔 이장님이나 마을 어르신들이 도와주셔도 마을 내 살만한 빈 집 얻기는 극히 어렵다. 이제는 농촌의 주택도 좋게 말해 투자의 대상이 된지 오래라 도시의 젊은 소유자들이 굳이 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귀농귀촌 인구 증가와 인근에 산단이 들어서면서 집 주인들을 설득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인구감소와 과소화, 고령화로 정치권, 중앙정부, 지자체 할 것 없이 청년 인구 유입에 사활을 거는 듯 한 모습이지만 현장에선 정작 가장 기본적인 주택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농어촌 뉴스나 농업, 농촌 관련 포럼, 연구자료에 단골로 나오는 현안이지만 현재까지도 농촌에 내려오는 수많은 이들이 한결 같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자본과 연고가 없는 젊은 청년들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니 정책 결정권자들은 정말로 청년들이 농촌지역에 내려오는걸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자발적으로 농촌지역에 내려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 전국의 젊은 청년들이 고단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작은 공간하나 확보하는게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14년동안 똑같은 일들이 반복됨에도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는지 답답함 그 자체다. 언제까지 “법령과 지침이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정도는 감당해야지”라는 관행과 헬조선의 논리로 농촌마저 각자도생의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계자들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최근 LH주택공사에서 도시나 읍단위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조성 사업에서 면단위 소규모 사업으로 방향을 확장 하고 있다. 정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당장 전국에 모두 시행할 순 없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몇가지 장치를 덧붙여 추진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내리라 생각한다.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사업들과 연계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농촌이 도시보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통계는 한 두 해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정 농촌을 살리고 싶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주택문제부터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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