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급식 관련 진단을 위한 간담회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고성진 기자]

▲ 친환경 농업인단체와 먹거리단체, 급식업계 관계자들이 6월 25일 ‘코로나19 급식 꾸러미 사업’ 진단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급식 중단 속에 친환경 농산물 판로가 막혔고, 급식업체 매출도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꾸러미 지원 사업에 대한 요구가 분출했고, 지자체별로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선 대기업 위주 가공 제품 등 농산물과는 무색한 상품들로 꾸러미를 구성, 사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월 25일 희망먹거리네트워크·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전국먹거리연대·코로나19극복친환경농업대책협의회 등은 ‘코로나 급식 관련 진단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현장 상황과 함께 꾸러미 사업에 대한 평가, 이후 과제 등을 논의했다.

꾸러미사업 활성화 됐지만
급식 납품농가 혜택 의문
농산물 판로 확보 기대 못미쳐

생산영역 공동수매제 도입
납품계약물량 이행 급선무
지역 내 급식지원센터 의무화
국산 원료 가공식품 집중을

 #급식 중단 후 현장 상황 


▲손영대 (주)상촌 대표이사=1995년부터 학교급식을 했고, 현재 서울, 경기 권역 급식 납품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사태 이후 급식업체는 하루하루가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마 급식업체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최근 들어서도 등교가 이뤄지며 학교급식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지만 양은 줄은 상황에서 학교 검수는 철저해져 인원은 풀로 돌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급식업체들 간 물건을 주고받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 거의 모든 급식업체들이 도산 위기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두 군데가 무너지면 전체적으로 무너질 우려도 크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친환경 농가 간 업무 분장이 잘 돼 있었다. 학교급식이 확대되면서 학교에 책임 있게 공급하는 책임생산을 하겠다고 농가들이 의지를 모아, 역할분담을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어느 농가나 단체는 수도권 학교급식을, 또 다른 농가와 단체는 생협 등으로 출하를 전담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경기권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농가들 피해가 속출했다. 더욱이 한 친환경 쌀 농가의 예를 들자면 그 농가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개학이 된다고 해 목요일에 물량을 가져다줬는데 금요일에 다시 등교 결정이 재보류됐다고 물량을 싣고 가라고 해서 싣고 왔다. 모든 피해를 농가에 강제하는 문제도 크다.

 #일부 지역에서의 꾸러미 지원 사업 문제점 

▲송정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이사=서울시의 경우 책정된 금액 중 40%가 농협몰을 통해서 소비되고 나머지 꾸러미 배송도 지역농협 유통채널을 통해서 배송된다. 실제로 꾸러미 사업이 학교급식 연계 업체나 단체, 생산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 의문이 든다. 또 평소 소비되는 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은 180여 품목이나 서울시 꾸러미에 들어가는 친환경농산물 종류는 8개 품목으로, 급식 생산자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에도 역부족인 시스템이다. 가공식품 원재료 역시 저가의 수입 원료 중심으로 만들어진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김재철 경기도학교급식지원센터협의회장(부천시친환경급식지원센터장)=경기도 사례를 보면 경기도에선 교육청에서 꾸러미 사업을 통해 농산물 판로를 대거 확보할 거라 믿었는데 그렇지 않고 일선 학교별로 꾸러미를 구성하게 돼 혼란이 있었다. 경기도에 11개 급식지원센터가 있는데 그나마 급식지원센터가 있는 지역은 센터를 중심으로 기존 농민, 납품업체 등을 중심으로 꾸러미 구성에 적극 나섰는데 그렇지 않은 지역은 가공식품 등으로 꾸러미를 구성,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전은영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넷 공동대표=학부모들도 참치캔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건 마트 가면 널려 있고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서울시 꾸러미 관련 협의회가 3차까지 진행됐는데 (1차는 못들어가고) 2차 회의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요구했지만, 이미 1차에서 가공식품으로 구성을 결정했다고 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농협이 하게 된 것도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서 하지 않는다고 해 농협으로 정해졌다고 들었다. 그걸 듣고 굉장히 실망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제언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근본적으로 학교급식 조달체계가 재점검돼야 한다. 학교급식 자체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이제는 학교급식과 지역사회급식이 함께 가야 한다. 지역사회급식은 공공급식은 물론 가정 배송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노인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반찬이나 음식 배송보다 오히려 꾸러미 방식을 선호했다. 또 생산영역에선 공동 수매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포스트 코로나에 맞춰 식량 자급률을 높이라고 하는데 그와 연계해 공공 수매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김재철 협의회장=급식비 단가의 전면적인 재조정도 필요하다. 현재 단가는 학교 영양사들이 식재료를 살 액수에 맞춰진 것이지 농민이나 관련 업체의 고통은 전혀 고려치 않았다. 급식비 조정과 함께 관련 수수료 등 전반적인 급식 단가 체계를 재조정해야 한다. 또 하나 생산자나 납품업체들과 계약한 물량은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발생해도 100%는 아니더라도 80% 이상은 계약을 이행해줘야 한다. 그리고 계약이행한 식자재가 남으면 긴급재난지원금처럼 긴급재난 형식으로 먹거리 보살핌이 필요한 곳에 공급해주면 된다. 현금도 주는 세상에 식자재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또한 푸드뱅크 등 관련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박종서 사무총장=21대 국회에선 급식법을 개정해 지역 내 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여기에 센터를 지방이 아닌 국가 사무로 전환, 센터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 수의 계약 한도도 없애 가격 경쟁보다는 품위 위주의 농산물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외 식품위생법 등에도 급식 관련 조항들이 있다. 이런 조항들도 꼼꼼히 살펴, 개정할 것은 손을 봐야 한다.

▲송정은 이사=가공식품도 지적하고 싶다. 가공식품은 현재 비중이 높지만 앞으로도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가공식품을 쓰는지가 중요하다. 현재는 수입 원료로 된 가공식품을 많이 쓴다. 이를 국산콩으로 만든 된장, 고추장 등 국내산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으로 돌려야 한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배옥병 전국먹거리연대 공동대표
“공적조달체계, 국가먹거리전략 통합적 관점서 논의돼야”

책임생산·책임소비 바탕
궁극적 공적조달체계 구축
공공·현물수매 제도적 보장
거버넌스 역량 강화해야

“학교급식 꾸러미사업은 결국 ‘책임생산·책임소비’ 체계를 어떻게 지금보다 더 공적조달체계를 통해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과제를 크게 던졌다고 생각한다.”

배옥병 전국먹거리연대 공동대표는 통합적 관점의 먹거리체계 구축이라는 시각에서 이번 학교급식의 꾸러미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짚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이에 따라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공고했던 ‘책임생산’(계약재배) 시스템은 위기에 직면했다. 학교급식 수요가 끊기면서 긴급 대안 차원에서 추진됐던 방안이 학교급식 꾸러미사업이었는데, 지자체의 행정력과 생산자 조직 여건, 민관 거버넌스 역량 등에 따라 급식 꾸러미사업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배옥병 대표는 궁극적으로 공적조달체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꾸러미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친환경무상급식 초기에는 국민건강, 아이들 건강의 관점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도농상생 형태의 공적조달체계를 나름대로는 만들어왔다”며 “하지만 지금까지는 부분적으로 책임생산, 책임소비 형태였다. 전체 국민이나 수요자들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민했다기보다는 급식 형태로만 이해했던 측면이 컸다”고 봤다.

배 대표는 “급식 꾸러미사업이 책임생산·책임소비 관점을 가지고 농민에게 희망을 주고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형태로 진행됐어야 했다”면서 “이 취지와 의미를 충분히 살려낸 곳도 여러 군데 있다. 그런데 부분적인 한계로 시스템의 문제, 거버넌스 문제 등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통합적 관점에서의 먹거리기본권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접근이 미흡했고, 거버넌스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대기업의 가공품 위주로 구성돼 최근 논란을 부른 경기도 급식 꾸러미사업이라는 것.

배 대표는 “경기도교육청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단위 학교 내의 학교운영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었는지와 함께 두 번째로 학부모의 선택권과 학운위의 자율성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학교급식 중단으로 나타난 농가와 관계자들의 위기 상황에 대해 학부모들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권과 자율성이 보장됐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실제로는 몇몇 사람이 결정하게 돼 본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학교급식 등 공적조달체계가 국가먹거리종합전략의 통합적 관점에서 짜이지 않으면 여전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협치를 얘기하고 있지만, 잘 안 되고 있다. 행정을 비판하기 전에 민간 영역의 자아비판도 필요하다. 이번 급식 꾸러미사업은 민관, 관관, 민민 등 거버넌스 영역 모두에 과제가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향후 2차, 3차 꾸러미사업 추진 가능성을 전제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배 대표는 “민관, 관관, 민민 등 거버넌스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책임생산과 책임소비 체계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취약계층 520만명과 공공영역 1700만명 등을 위한 공적조달체계를 구축하려면 공공수매, 현물수매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엽채류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품목들을 현물로 선수매해 공급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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