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양민철 기자]

학생 가정에 ‘학교급식 꾸러미’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초·중·고등학교 등교 수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가 학교급식 예산을 활용, 급식 꾸러미를 각 가정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 모든 학생 가정에 꾸러미를 처음 보내다 보니 각 지자체 별로 평가가 엇갈리는 곳도 있지만, 학교급식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 농가를 돕고, 친환경 농산물을 가정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데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급식 체계를 점검·보완해 나가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급식 꾸러미 사업을 점검 했다.


#학교급식 꾸러미 지원 사업

전남 시작, 6월부터 전국 확산
배송 차질·상품성 등 문제 불구
학부모 호응, 지역경제에 긍정적
2차 지원사업까지 이어져

대기업 가공품 위주 구성 등
일부 지자체 농가 외면 ‘도마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연기되자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던 농가와 급식업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 전개됐다. 각 지자체 별로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한 친환경농산물 구매 운동이 산발적으로 일어났지만 한계가 있었고, 이에 학교급식 농산물 지원 사업 예산을 농산물 꾸러미 사업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가장 먼저 실천에 나선 곳은 전남도. 지난 4월 전남도는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식재료 지원 사업’을 ‘친환경농산물 가족 꾸러미 사업’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4월 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당정협의를 통해 ‘학생 가정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을 전국 단위로 진행키로 해 농식품부와 교육부가 6월부터 꾸러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학생 499만명, 3만7000톤의 지역 농산물이 소비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농식품부와 교육부는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농산물 꾸러미 품목을 구성해 학생과 학부모,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꾸러미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학생 가정 내 원활한 식자재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재난 상황에서 처음 시도하는 꾸러미 사업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다. 경기도에서는 꾸러미 구성품을 대기업 가공품 위주로 보내면서 어려움에 처한 친환경 농가들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또 모든 학생 가정에 꾸러미를 보내다보니, 배송에 차질을 빚거나, 내용물이 상품성을 잃는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급식 꾸러미 사업에 대한 학무보 호응이 좋은 데다,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2차 농산물 꾸러미 사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전라도와 전남도교육청은 학교급식 중단으로 집행하지 못한 3~4월분 무상 급식비 예산 76억원으로 ‘제2차 학생가정 농산물 꾸러미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내 초·중·고·특수학교 학생 19만명 가정에 1인당 4만원 상당의 ‘남도장터’ 온라인 쇼핑몰 상품 구매 포인트로 지급하는 것으로, 1차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방식과 달리, 학부모가 전라남도 온라인 쇼핑몰 ‘남도장터’에서 직접 필요한 식재료를 선택해 구매토록 했다.

전북도와 전북도교육청도 도내 학교 무상급식 지원 대상 21만8000명 학생 가정에 ‘제2차 농산물 현물 꾸러미’를 7월말부터 배송키로 했다. 특히 학교급식협의회에서 각 시·군 여건에 맞게 도내 농산물 및 가공품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해 농업인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북도 농식품산업과 관계자는 “1차로 보낸 꾸러미는 주소가 누락되거나, 현물이다 보니 변질돼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2차로 보내는 꾸러미는 하절기에 배송되는 점을 감안해 보냉 기능이 있는 꾸러미 상자를 사용하고, 택배사도 기존 2개사에서 4개사로 늘려 원활한 배송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전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 청양 관내 학부모들이 받고 있는 꾸러미엔 농산물은 물론 가공품까지 지역산을 우선으로 했다. 특히 양파, 마늘, 감자 등 햇물량이자 가격 하락 품목을 기본 구성품으로 선정했다.

 

#우수 지자체/충남 청양군
피해농가를 우선 순위에 두다


마늘·양파, 구기자 농축액까지
생산시기·가격 등 고려 구성
새벽 입고-오후 배송 원칙
학부모 만족도 높여 ‘호평’ 


충남 청양군은 꾸러미 지원 사업을 처음 진행하면서 무엇보다 학교급식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 피해를 염두에 뒀다.

이성연 청양군 농촌공동체과 공공급식팀장은 “도에서 처음 관련 공문을 받은 뒤 군수님의 지시가 무엇보다 농가를 우선순위에 두라는 것이었다”며 “이에 마늘, 양파, 감자, 서리태 등 가격이 하락했거나 막 생산된 농산물을 꾸러미 기본 구성품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여기에 가공품도 청양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구기자로 만든 구기자액기스와 쌀식빵을 넣었다. 지역산이 아닌 것은 (청양군은 바다가 없어) 김 하나인데 이것도 지역 내 재활센터에서 만든 김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청양군은 이번 꾸러미 지원사업 공급업체도 기존 학교급식 공급업체이자 지역 농산물 판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청양로컬푸드협동조합과 햇살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진행했다. 기존에 학교급식을 담당한 업체라서 학부모와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정확히 짚어내 사업 추진 과정에 담겼다.

이인용 햇살영농조합법인 이사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꾸러미사업으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며 “23일부터 꾸러미를 발송하고 있는데 우리들이 직접 배송까지 맡고 있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새벽에 입고해 그날 오후 배송까지 이뤄지고 있다. 시간도 학부모와 통화해 맞는 시간에 전달하며 받아본 이후 만족도 조사까지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지난 6월 26일 꾸러미를 받은 이광남·안미현 부부도 그들 중 하나.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 두 아이를 둔 이들 부부는 청양군의 특색이 살아있는 꾸러미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안미현 씨는 “언론에서 대기업 제품이나 가공제품 이야기가 나와 탐탁지 않았는데 우리는 친환경 등 다양한 농산물로 기본 구성이 돼 있어 상당히 만족한다”며 “특히 가공품이야 사두면 오래 갈 수 있지만 신선식품을 구입하려면 장을 보기 위해 자주 읍내로 나가야 하는 데 그런 불편함까지 덜게 됐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방학에 이런 꾸러미 지원 사업이 진행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청양군은 이번 꾸러미 지원사업을 봐도 알 수 있듯 공공급식, 직매장 등 공공먹거리인 푸드플랜과 관련한 출하 농가에 대해선 여러 지원을 강구하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준가격보장제’가 대표적인 정책 사업이다.

이성연 팀장은 “지난해 급식에 납품하는 상위 40개 품목 중 감귤 등 지역 외 생산되는 품목을 제외한 36개 품목에 대해 기준가격보장제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기준가격 대비 시장가격이 7일 이상 하락 시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로 나눠 차액을 지원해주고 있다. 일반 농산물은 80%, 친환경 농산물은 100%까지 차액을 보전(농가당 300만원 한도)해 주고 있고, 앞으로 지원 품목도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김봉학 익산원협 조합장(사진 왼쪽)과 이용욱 경제사업본부장이 익산 농산물 꾸러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우수 지자체/전북 익산시
환경 친화적 꾸러미의 등장


배송상자까지 친환경으로
농산물 안전성 최우선
하절기 신선도 유지 각별
2차부터는 얼음팩 활용 계획

 

전북 익산시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는 배송 상자도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어 관심을 모은다. 전북도가 2차 꾸러미 사업 추진을 결정하면서,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익산원협(조합장 김봉학)이 1차 꾸러미 사업 때 사용한 스티로폼 상자를 종이상자로 대체한 것. 이에 더해 상자 안에는 은박을 입히고, 젤로 만든 아이스팩 대신 얼음을 얼린 아이스 팩으로 신선도를 유지했다.

꾸러미 상자 안에는 ‘힘내세요! 코로나19 극복 상생 프로젝트-익산시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가족 꾸러미라는 안내장’을 넣고, 꾸러미 사업 취지를 담은 내용과 함께 꾸러미 상자 분리배출 요령을 담은 학부모 협조 문구도 함께 넣는 세심함을 보였다.

앞서 익산시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가족꾸러미는 11억원의 예산으로 익산관내 82개 학교 3만4441명의 가정에 지난 4월27일부터 5월20일까지 배송을 완료했다. 익산시 농산물 가족 꾸러미는 쌀과 잡곡·계란·양파·감자·버섯류·방울토마토 등 9∼10개 품목으로 구성했다.

2차 꾸러미는 1차 때와 달리 하절기에 따른 신선도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농산물을 빼고 쌀과 잡곡·로컬푸드 가공품·친환경고춧가루 등으로 구성, 당일 배송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익산원협은 농산물 꾸러미는 물론 익산시 학교급식 납품 농산물에 안전 농산물이 최우선 공급되도록 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익산시청과 익산원협이 함께 매월 30여 품목을 대상으로 잔류농약검사를 실시하며, 월 5회 예고 없이 작황조사(친환경 재배 유무 등)를 위해 현장 점검도 펼친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한 치의 오차도 없기 위해서다. 친환경농산물 취급 작업장은 GAP와 HACCP으로 각각 지정, 깨끗하고 안전함을 앞세운다.

익산원협은 올해 농식품부 시범사업인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도 맡았다. 올해 1500명을 목표로 현재 500명의 회원을 확보, 회원 늘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익산시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계약 재배에 참여한 전세철 농가는 “꾸러미 덕분에 방울토마토가 많이 나가 아주 좋아요, 그래서 지금은 웃고 살아요, 다시 농사지을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꾸러미를 처음 받아 본 김선희 학부모는 “일상적으로 쓰는 재료들을 친환경으로 키운 농작물로 보내 주니까 아이들에게 먹이기에 걱정도 없고 저 자신도 요리하기에 마음이 편하다면서 앞으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자주 애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익산시학교급식센터를 총괄하는 익산원협 김봉학 조합장은 “얘기치 않은 복병인 코로나19로 친환경 급식 계약 재배 농가들이 큰 시름을 앓고 있는 상황에 꾸러미가 개별 1∼2농가가 아닌 전체 피해 농가들에게 도움이 돌아가게 돼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함은 물론 익산 꾸러미가 전국 롤 모델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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