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농가식품 김치은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 농가식품은 최근 냉동장고에 쌓여있는 김치만 1억 원에 달하는 등 재고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 하락·직원 감축 등 애로
억대 달하는 재고 소진 골치
찌개용으로 쓸 수도 없어
폐기수순 밟아야 하나 걱정

외식업체 등 찾아가보지만
값싼 중국산에 잠식당해
가격 아무리 낮춰도 높은 벽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교급식 중단으로 급식용 김치납품업계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외식업체 등 다른 쪽으로 판로를 뚫어보려 하지만 저가의 중국산 김치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 이에 지난 8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김치은 농가식품 대표를 만나 코로나 사태에 따른 피해 상황을 살폈다.

20년 넘게 김치공장을 운영해오며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김치은 대표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연이은 개학 연기와 판매 하락으로 월 매출 2억 원이 감소했다. 결국 공장 가동을 멈추고 10~12명의 공장 직원을 감축했다”며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지만, 1억 원에 달하는 재고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농가식품에선 배추김치, 무김치 등 13가지 종류의 김치를 하루 평균 약 10톤을 생산해왔다. 생산된 김치는 서울·경기 지역의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일반식당으로 납품되는데, 이 중 100% 국내산 농산물로 만들어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획득한 김치는 80% 이상이 학교급식으로 납품돼 왔다.

▲ 김치은 농가식품 대표는 학교급식 중단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김 대표는 “학교급식용으로 납품하는 김치는 일정 기간의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물량을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학교가 개학을 못하자 김치 재고가 쌓이게 됐다”며 “특히 무채가 들어간 학교급식용 김치는 시간이 오래 지나 시어져 버리면 찌개용으로 쓸 수도 없어 어디로든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 막막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자구책으로 김 대표는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는 외식업체 문을 두드렸다. 학교급식과 달리 외식업체에서는 숙성된 김치를 묵은지나 찌개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농가식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배추 비축물량 입찰에 참여, 국산 배추 90톤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 외식업체들을 만나보니 가격을 낮춘다고 바로 국산 김치를 납품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지난 4월 초 배추를 공급받은 이후 서울·경기 일대 외식업체를 찾아다니며 현재 1kg당 약 1400원 정도 하는 중국산 김치 납품가보다 600원 더 높은 2000원 선에서 국산 김치를 납품할 수 있다고 설득을 했다. 특히 공장이 위치한 인천 지역이라면 공장 직배송으로 2000원 중 택배비 300원까지 김치업체에서 부담, 국산 김치를 1700원에 납품할 수 있다고 한 것.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외식업체를 뚫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김 대표는 토로했다.

김 대표는 “이 가격의 국산 김치라면 외식업체에서 적어도 100톤은 충분히 발주가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외식업체로부터 발주가 들어온 물량은 5~6톤 수준”이라며 “이유를 들어보니 한국외식업중앙회에 소속된 외식업체는 전부 각 지부에 지정된 수입김치 납품업체로부터 물량을 공급받다 보니 국산 김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재고김치에 대해선 폐기 수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계속 장기화된다면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방법이 아니고서야 결국 재고김치는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우리는 지난달 배추를 저렴하게 공급받은 덕분에 최근 몇몇 외식업체에서 김치 주문이 들어오는 데로 보내주고 있지만, 다른 김치업체들은 이마저도 어렵게 돼 힘든 상황일 것이다”고 언급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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