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김규호 입법조사관 보고서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코로나발 식량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식량 접근성이 떨어지는 빈곤국가의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량 접근성이 좋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유엔세계식량계획

최근 국제기구와 국내외 언론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발 식량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식량위기론은 2007~2008년과 2010~2011년에 발생했던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과는 그 양상이 달라 곡물가격의 급격한 폭등이나 수급 불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식량 접근성이 떨어지는 빈곤국가의 취약계층. 세계적 봉쇄 조치로 공급망이 무너지면 이들에 대한 식량 접근성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규호 입법조사관은 27일 발간된 ‘이슈와 논점-코로나19발 식량위기론의 부상 배경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하고,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량 접근성이 좋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점검과 농촌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수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식량 수출 제한·중단 잇따르자
FAO ‘빈곤·취약계층 타격’ 우려

최근 세계 곡물재고율 30.4%
FAO 권장 17~18% 훨씬 상회
“종전 식량위기 때와는 달라”

취약계층 영양 실태 면밀 분석
늘어날 실업자 등 염두에 둬야
농촌 ‘외국인 근로자’ 수급 대책
밀·콩 공공비축량 확대 등 필요 
농정당국 투명한 정보 제공도

 

◆코로나발 식량위기론의 대두=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3월 26일 개최된 G20 정상회의. 일부 국가에서 식량 수출 제한 및 중단조치가 잇따르자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취동위 사무총장은 당시 “다양한 이동 제한조치가 국내외에서 식량의 생산, 가공, 유통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특히 빈곤층과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각국의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곧이어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등도 공동 성명을 통해 “식량의 가용성과 이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대가 연쇄적인 수출 제한을 유발함으로써 글로벌 식량난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러시아는 6월 말까지 곡물 수출량을 700만톤으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국제사회에 통보했다. 우크라이나는 200만톤의 밀 수출 쿼터를 설정했고, 베트남은 4월과 5월 각각 40만톤의 쌀만 수출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비 40%가 감소한 물량이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식량수입국들의 경우엔 대규모 곡물 비축 동향이 감지됐다.

◆최근 식량위기론의 특징과 관건=최근 대두되고 있는 식량위기론은 종전의 식량위기와는 그 특성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2007~2008년과 2010~2011년의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육류 소비 증가와 바이오연료 개발 등으로 곡물 수요는 증가한 반면 라니냐 등 기상이변에 따라 곡물 수출국의 생산량이 급감, 수출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곡물 투기 수요까지 가세,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당시와는 다르다. 우선 전 세계 곡물 재고량이 아직 충분한 상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9/2020년도 세계 전체 곡물재고율은 30.4%로, FAO 권장 적정재고율 17~18%를 훨씬 상회한다. 또한 원유가격의 하락은 해상운임 인하와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 감소를 가져온다. 여기에 경제적 위축 및 외식 자제로 인한 식량 수요 감소도 곡물시장 균형 지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규호 조사관은 “국제기구의 권고가 종전의 식량위기 때와는 달리 주로 원활한 물류 흐름의 중요성이나 시장심리의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구매력이 없거나 약화된 국가와 시민들에 대한 식량 접근성 보장에 사회적 관심과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대응과제=김 조사관은 국제기구의 권고를 우리 상황에 적용하는 맥락에서, 먼저 이번 사태로 식량에 대한 접근성이 악화된 계층이 없는지 세심히 살피고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가령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균형 잡힌 식단을 접하기 어려워진 학생이나 복지단체 급식대상이었던 취약계층 등의 영양 실태와 복지전달체계를 긴급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 여파가 시차를 두고 확산되면 앞으로 실업자나 저소득층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 역시 개인과 가계의 식량에 대한 접근성 차원에서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농촌 현장의 ‘외국인(계절)근로자’ 수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청했다. 곡물과 달리 노동집약적인 밭작물이나 시설재배 작물 등은 노동력이 제 때 투입되지 못하면 작황을 장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 김 조사관은 “정부가 인력중개센터 추가 설치 등의 농번기 일손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면서 “최근 외국인 계절근로자 8만명의 입국을 허용한 독일 정부처럼 우리도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외교적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정부의 해외 식량도입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토와 보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비상시 해외농업자원의 국내 반입명령의 구체적 조건과 내용이 법령에 규정되지 않고 ‘실무 매뉴얼’로만 마련되어 있는 문제나 해당국 수출금지 상황에서 반입의 실효성 제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곡물운반선과 국적선사에 대한 지원과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넷째, 자급도가 낮은 밀과 콩에 대한 공공비축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들 품목은 가공식품이나 사료가격 등에 영향을 미쳐 국민 식생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위험관리 비용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다섯째, 농정당국의 투명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국내외 농산물 수급 및 재고 현황, 농산업계 대응 동향, 농식품 물가 추이, 국제기구 및 언론 보도 동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그 함의와 당국의 고민, 전략 등을 공유, 관계자와 소비자의 심리적 동요를 방지하고 시장을 선제적으로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나라의 쌀 생산 안정과 충분한 재고량 확보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식량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을 돌아보면서,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곡물비축 현황은?

쌀 비축량 수확기까지 충분
단기적 수급불안은 없을 듯

국제 곡물 수급여건이 양호하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쌀 등 비축물량이 충분해 단기적 수급불안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주요국 수출 중단과 항구 봉쇄 등에 따른 물류 차질 우려가 상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1일 발간한 ‘농정포커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 곡물시장 영향 및 전망’ 보고서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곡물 비축현황을 보면 현재 쌀은 정부(110만톤)와 민간 재고(89만 톤) 물량으로 수확기까지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0년 4월 기준 식용 곡물(밀, 콩, 옥수수) 재고 보유량은 1~3개월 분으로 추정되며, 업계에서 매입계약 완료한 물량은 8월~10월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사료용 곡물(옥수수, 소맥, 대두박)은 대부분 사료협회와 농협사료를 통해 도입되는데, 운송 중인 물량을 포함해 창고와 항만 등에 보유한 물량은 3개월 사용분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료협회와 농협은 2020년 9월분까지 매입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료용 부원료의 경우, 5월에서 6월 초순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물량에 대해 계약을 완료한 상황으로 단기적 수급 불안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단,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곡물 수입단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주요 곡물 수출국의 수출 제한 조치 확산과 주요 항구 봉쇄 조치 발령시 수입 곡물 도입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곡물 수급 불안은 해상운송 등의 물류 차질이 주요한 요인인 만큼 물류 장애로 인한 식량 및 식품공급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며 “항만 사일로 시설 확충과 곡물 보관시설 확보가 필요하고, 민간 비축을 의무화하고 있는 석유와 같이 곡물도 민간 부문의 의무 비축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한 “쌀과 콩은 국가 비축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타 곡물에 대해서는 정부 비축이 미미하므로 곡물 부문에서도 민간의무비축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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