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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원일기/제3화 마을에 활력 불어넣어–20·30세대] 농사도 짓고 콘텐츠도 생산···농촌의 새 가능성을 열다창간 40주년 특집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청년농업인 안재은 씨는 도시에서 스펙을 쌓느라 바쁜 또래와는 다르다. "농촌의 선택지가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자연을 파는 농부를 꿈꾸고 있다.

드라마 ‘전원일기’ 촬영지였던 충북 청주 상당구 문의면. 문의면에서 대청호를 따라 내륙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4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마동리가 나온다. 평균연령 75세 이곳 마동리에는 보기 드문 청년 안재은(29) 씨가 있다. 도시에서 스펙을 쌓고 취업을 하느라 바쁜 여느 20대와는 다르다. 그는 마동리 이장님 댁 자두농장 직원이다. 작년부터는 300평 밭을 임대해 직접 농사도 짓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마동리에서 농사만 짓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해 마동리 생활과 얽힌 이야기로 수다도 떤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농산물이 부록인 잡지 ‘계간지 촌’ 발행인이기도 하다. 농번기엔 농사를 짓고 농한기엔 농촌 콘텐츠를 만드는 안재은 씨는 한마디로 다재다능 로컬 크리에이터다.


 

평균연령 75세인 마을에서
보기드믄 20대인 안재은 씨

청년 농촌체험 기획하면서
마동리와 맺은 인연 계기
회사 그만두고 농촌으로

해마다 새해 첫날 떡국 끓이며
어르신들에 ‘안떡국’ 애칭 얻어

농촌잡지 ‘계간지 촌’ 발행에
MBC 충북 라디오 농사코너 출연
가을부턴 유튜브 방송도 예정


#마동리로 돌아온 안떡국


안재은 씨는 마동리에서 ‘안떡국’으로 통한다. 2016년부터 매년 새해 첫날 마을회관에서 떡국을 끓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후 반도체 회사에 다니면서 타지 생활을 했다. 안재은 씨가 마동리에 발을 들인 건 2016년부터다. 서울에서 품질관리 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소셜 벤처기업인 ‘남영동 열정대학’을 다니게 됐다. 열정대학에서 안재은 씨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인 ‘열세끼’를 기획했다. 당시 인기리에 방영하던 TV프로그램인 ‘삼시세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열세끼’는 농촌에서 2박3일 동안 끼니를 먹는 20·30 청년 세대 연말연시 힐링 프로그램이다.

안재은 씨와 마동리 장호철 이장님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열세끼’ 베이스캠프가 마동리 이장님 댁 자두농장이었기 때문. ‘열세끼’는 12월 30일 시작해 1월 1일 새해 첫날 마동리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떡국을 끓여 먹으며 마무리되는 코스다.

안재은 씨는 마동리에서 ‘열세끼’를 시작했던 2016년부터 지금까지도 매년 새해 첫날이 되면 마을회관에서 떡국을 끓인다. 그가 마동리에서 안떡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처음에는 마을에서 인사를 해도 어르신들이 저를 잘 못 알아봤어요. 그럴 때 저 새해 첫날 떡국 끓였다고 하면 바로 알아보시고 우리 떡국이 왔냐. 이렇게 반겨주세요.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이나 가라고 핀잔을 주던 동네 어르신들도 지금은 떡국이 뺏길 일 있냐고 그런 소리 말라고 하세요(웃음).”
 

최종희, 안재은, 강호철 씨(왼쪽부터). 마동리 산골자두농장에서 세 사람은 자연과 함께하는 농업을 한다.


#‘수확여행’을 떠나다

안재은 씨는 농사짓는 로컬 크리에이터다. 그는 열정대학 이후 ‘촌스런(learn=촌에서 배우다)’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사업자를 등록하고, 농촌잡지 ‘계간지 촌’을 발행했다. 그리고 2018년 3월 회사를 퇴사하고 마동리 이장님 댁 자두농장에서 ‘계간지 촌’ 1호를 냈다.

“계간지 촌 1호는 열세끼를 진행했던 마동리 이장님 댁 자두농장 이야기를 담았어요. 회사 다니면서 이장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중에 자두농장 후계자로 삼아달라는 말이 현실이 됐죠.”

계간지 촌 1호는 마동리 자두농장으로, 2호는 제주도 당근농장으로 수확여행(수학여행 아님)을 떠났다. 그는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면서 당근 수확과 귤 알바를 하며 농촌잡지를 만들었다. 비록 농사일이 바빠 지금은 중단됐지만, 그는 옛날부터 꿈꿨던 농촌 삶을 계간지 제작 덕분에 경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안재은 씨는 고등학교 시절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걸 좋아해 개그우먼을 꿈꿨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어떻게 하면 마동리를 재밌게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상을 보낸다. 그런 그는 매주 수요일 충북 MBC로 출근한다. 저녁 코너인 ‘농사는 처음이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그는 농촌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마동리 주민들의 사연도 읽어준다. 올가을부턴 방송국과 함께 유튜브 방송도 찍을 예정으로 마동리 동네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방송 출연 약속을 잡고 있다고.

“농촌의 선택지가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왜 시골에 오면 농사만 짓는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이곳 충북 청주 상당구 문의면 마동리에서 농사도 짓고 콘텐츠도 생산하면서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어요.”
 

▲ 2020년 1월 1일 새해를 맞아 농촌힐링 프로그램 '열세끼'에 참여한 청춘들이 마동리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떡국을 먹고 새끼줄로 월계관도 만들었다.


#자연을 파는 농부

“재은 씨, 오늘 일찍 퇴근 혀!”
“정말요 이장님?”
“그려, 일도 다 끝났는디 일찍 들어가 쉬자고”
“네! 자두나무에 제법 꽃이 폈던데요. 여름농장 체험신청도 슬슬 받아야겠어요.”
안재은 씨는 마동리에는 강호철·최종희 이장님 댁 부부가 운영하는 자두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작년 자두농장 근처 300평 밭을 임대해 들깨, 서리태, 마늘, 양파 등을 심기도 했다.

“어휴 재은 씨 그건 잡초가 아니고 봄동이야, 뽑으면 안돼”
“이장님 제 눈엔 전부 잡초로 보이는 걸요”
안재은 씨는 억울하다. 초록색에 드문드문 자란 풀떼기는 모두 잡초로 보이기 때문.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부모 자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재은 씨는 낮엔 자두농장과 밭에서 농사를 짓고, 저녁엔 마을 사업계획서를 쓰거나 농촌 콘텐츠를 만든다.

“이장님 자두농장은 체리농장 2000평까지 합해 총 6000평이에요. 100% 현장직거래로 판매하죠. 80%는 수확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사가고, 나머지 20%는 택배로 보내죠. 이장님은 우리가 사람들에게 자두를 파는 게 아니라 자연을 판다는 이야길 해요. 요즘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안재은 씨도 아장님 댁 부부처럼 자연을 파는 농부로 성장해 나갈지 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 청년농업인 안재은 씨는 '계간지 촌' 잡지를 통해 본격 농업 활동을 시작했다.


#‘안떡국’ 씨에게 묻다

-현재 청년농업인인데, 농촌 고령화에 대한 생각은.

마동리는 고령화가 심각한 마을이에요. 우리 마을 왕언니는 올해 구순을 맞이하셨고, 마을회관에 가면 대부분 70대 후반에서 80대 어르신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눠요. 어쩌면 5년 안에 돌아가실 분들이 많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면 10년 뒤에는 2~3가구밖에 살지 않는 마을이 돼요. 이곳은 시골 오지마을에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외지인이 들어오기에는 다른 농촌보다 힘들거든요.

정부의 청년농업인 육성정책은 고령화로 지역소멸을 완화하고 농촌 마을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로 생긴 정책이잖아요. 지금 이 정책의 혜택을 받는 청년농업인으로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있어요. 담당 공무원분들이 바우처 카드 사용한계 민원에 끌려다니기 바쁘고, 청년농업인들은 이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를 못 하고 혜택을 받는 것도 봐요.

청년들은 아무런 기반이 없기 때문에 농업인 자격인 300평 규모의 땅을 구하기도 어렵고, 그곳에 정착하기 위한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요. 저도 지금 사는 원룸을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청년농업인 육성정책과 별개로 정말 농촌에 관심이 깊고, 농사를 차근히 경험하고 싶은 청년과 마을 주민의 교류부터 시작해서 농촌을 이해하고, 거주할 수 있는 청년농촌인 정책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스마트농업 혹은 SNS 농업에 대한 생각은.

처음 농산물 판매와 체험을 홍보하기 위해서 생각했던 게 ‘내가 지역 인플루언서가 되자’였어요. SNS 인플루언서들은 본인의 스토리로 인플루언서가 돼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내가 파는 상품의 판매를 SNS로 판매하더라고요. 젊은 농업인들은 SNS 시장 마케팅을 노리고 있어요. 기성세대 농업인들이 공판장 출하와 소비자와 대면한 판매만 생각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농촌에 왔다고 같은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시도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소비자가 농촌과 농업을 이해할 수 있는 시도이기도 하죠.

-농업의 경쟁력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마동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땅 놀리지 말라고 뭐 심으라고 자꾸 갖다주시는데 저는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농사를 짓거든요. 지금까지 농업은 땅을 늘리고 농작물을 많이 심고, 시설을 늘렸잖아요. 그게 돈이 많이 안 들면 좋겠지만 땅값은 오르고, 농사짓기에 점점 힘든 기후조건에서는 농업을 크게 벌리는 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농업의 패러다임이 변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농업이 ‘농민소득 5000만원’ ‘후계자 대출 3억’ 등 규모화하는 데만 집중되고 있는데 이제는 본인의 농업을 전문화하고, 농촌에서 하는 일 모두를 ‘업’으로 인정해 농업이 농사로 국한되어있는 기존 패러다임이 깨져야 나만의 농촌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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