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위탁선거법,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고성진 기자]

▲ 홍문표·김현권·위성곤 국회의원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농어민신문이 주최하고 한국선거협회가 주관한 ‘조합장 위탁선거법 이대로 좋은가?’ 국민대토론회가 지난 10일 aT센터에서 열렸다.

‘깜깜이 선거’, ‘기울어진 운동장’, ‘금품 선거’ 등 현행 농·수·산림협동조합장 선거의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풀기 위한 첫 단추는 선거 시행의 근거인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의 개정이라는 데 각계가 한 목소리를 냈다. 1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조합장선거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회에 계류 중인 위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는 홍문표·김현권·위성곤 의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어민신문이 주최하고 한국선거협회가 주관했다.


#주제발표/농협 등 조합장 선거, 무엇이 문제인가
“과도한 선거운동 제약이 고질병 야기”

선거운동 포괄적 규제 반사이익
현직 조합장 유리한 선거환경 조성
선거사무소 설치·운동원 허용해야

▲안병도 대륙아주법무법인 고문=선거관리위원회에서의 경험과 조합장 선거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조합장 선거의 문제점을 분석했다는 안병도 고문은 조합장 선거의 문제점을 크게 4가지로 보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을 내놨다.

그는 △무자격조합원의 선거인명부 등재 △피선거권의 제약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 △현직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제기하면서 이로 인해 결국 금권선거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위탁선거법의 개정뿐만 아니라 조합의 정관으로 정하게 해 놓은 관련 사안들에 대해서도 선관위의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매번 문제로 지적되는 무자격조합원의 선거인명부 등재에 대해 “공직선거법과는 달리 위탁선거법에서는 선관위가 선거인명부작성과 관련해 지도와 관리·감독을 할 권한이 없으며, 조합 정관에 따라 위탁단체인 조합의 권한과 책임으로만 돼 있다”면서 관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무자격조합원들은 대체로 고령층으로 보수적인 성향과 함께 현직 조합장 지지성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조합에만 관리감독권이 맡겨져 있는 선거인명부 작성·관리 방식이 현직 조합장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안으로 선거인명부에 대한 사안이 조합의 정관으로 정해지지만 선관위가 이를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피선거권의 제약과 관련, 안 고문은 “후보자등록을 위해서는 후보자등록신청서, 출자금원장, 연체채무 유무확인서 등 많은 수의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중 출자금원장이나 사업이용실적 충족 유무 확인서, 비경업관계사실확인서의 발급권이 현직 조합장에게 주어져 있고, 발급자인 현직 조합장은 사소한 문제만 있어도 서류발급을 거절하거나 꺼리면서 적지 않은 법적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면서, 특히 “후보자등록신청은 선거 기간개시일 전 2일부터 2일 동안 관할 선관위에 서면으로 해야 하는데 발급자이자 후보자가 될 현직 조합장이 발급을 거부할 경우 불복과 재결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어 심각한 문제”라면서 제출서류를 간소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과도한 선거운동의 제약이 문제”라면서 “위탁선거법에서는 후보자 1인이 13일간 6가지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사실상 유권자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비조합장후보가 자신을 알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며 돈 선거 등 조합장 선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야기하는 근원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조합장 선거도 일반 선거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행위라는 점에서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위탁선거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선거는 후보자간 1:1의 경쟁이 아니고 후보자를 중심으로 하는 적극적인 지지세력과 다른 후보세력간의 경쟁”이라고 규정했다.  

선거사무소 운영에 대해서도 “현행 위탁선거법이 선거사무소 설치와 관련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후보자 외 조합원들이 선거운동에 가담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선관위가 선거사무소 설치를 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는데 사실상 현직 조합장은 조합장실과 직원이 선거사무소·선거운동원이고, 비조합장 후보도 은밀하게 자신의 사무실이나 거소 등을 거점으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조합원 1000명당 1명의 선거운동원을 두도록 하는 한편, 선거사무소 설치 허용을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거운동의 포괄적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현직조합장에게 보다 유리한 선거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라며 △조합 임직원의 선거운동이나 선거기획 관여 △현행위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에 가장 중요한 자료인 전체 조합원의 전화번호를 현직조합장만 독점하는 문제 △업무과정에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현직 조합장과 그렇지 못한 비조합장 후보 간의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상시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가상전화번호 제공, 조합임직원들의 선거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현직 조합장의 조합 활동을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3월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경쟁을 치른 조합 중 현직이 당선된 곳이 775개소, 단독후보 출마로 무투표 당선된 조합이 15.1%인 204개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병도 고문은 “조합장 선거는 높은 투표율과 낮은 경쟁률, 높은 재선율, 높은 무투표 당선율을 보이는 특징이 있는데 이 같은 통계는 지방선거 등 공직선거와 비교할 경우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토론

후보자-유권자 자주 만날 수 있게
토론회·합동연설회 등 허용해야
예비후보자등록제도 도입도 필요

위탁선거법은 기득권을 위한 법
농민단체 연대…개정 동력 마련을


▲김찬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제과장=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7월과 2019년 4월에 각각 위탁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 위탁 선거의 공정성 강화, 절차 사무의 공정성·투명성 확보 등이 골자다. 알 권리 보장 확대를 위해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 개최 허용 규정 신설, 조합의 공개행사 이용 정책발표 허용 규정 신설 등과 함께 선거운동 자유확대를 위해 예비후보자제도 신설, 후보자 배우자 선거운동 허용 신설, 선거인 전화번호 제공근거 신설 등 위탁선거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비현직 입후보 예정자의 기부행위 제한 기간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선거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입법화 노력에 힘을 쏟겠다.

▲이호중 (사)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선거 방식 개선 방향은 조합장 후보자와 조합원 유권자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 토론회 개최, 예비후보자등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이 많이 만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 위탁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그동안 만연했던 음성적인 돈 선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행 규정에 따르면 상임인 조합장은 2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지만,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 횟수에 제한이 없는 상황인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체 조합원의 전화번호 확보 문제도 나왔는데, 공직선거에서는 가상번호를 이용해 공평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런 방안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영철 한농연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느낀 부분은 현행 제도가 70% 이상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100미터 달리기를 한다고 하면 현 조합장은 70미터 지점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토론회나 합동연설회를 통해 후보자들이 스스로를 알릴 수 있도록 해 줘야하는데, 하나도 안 돼 있는 상황이다. 한농연이 위탁선거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법이 개정되지 못하면서 선거에서 현직 조합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선거법 개정을 하지 않는 이상 조합장 선거는 ‘깜깜이 선거’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위탁선거법은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 등 기득권을 위한 법이다. 앞으로 2차, 3차 토론회를 해서라도 기필코 위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허수종 전북 정읍 샘골농협 조합장=2005년과 2013년 도전한 뒤 낙선하고, 2015년 세 번째 도전 끝에 조합장에 당선된 후 이번에 재선됐다. 가장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협동조합 조직에서 대표를 선출하는데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할 선거가 여러 불합리한 부분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2005년 출마했을 때는 다른 후보하고 공개토론회를, 2013년에는 합동토론회를 개최했었다. 하지만 2014년 지금의 위탁선거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선거운동방식을 제약했다. 저도 도전자 입장에서 굉장히 많은 제약을 받았다. 협동조합이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조직인 만큼 선거운동 방식도 법적 테두리 내에서 조합원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장 후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남대니 한국선거협회 정책실장=2015년 제1회 전국조합장 선거에서 현직 조합장 당선율이 64%다. 2019년 제2회 선거에서는 72%로, 8%나 올랐다. 도전자가 현직 조합장과 대결했을 때 당선될 확률은 당선자 1114명 중 22%에 불과하다. 22%와 72%, 3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은 현행 조합장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 구도라는 것이며, 이에 따라 위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현행 조합장 선거의 가장 큰 문제는 선거운동방식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것이다. 금품수수에 대한 특단의 조치도 있어야 한다. 지난 2차례 조합장 선거 이후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 개정이 아직도 안 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의 처리가 시급하다.

▲김현대 한겨레신문 출판국장=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발현돼 있다고 본다. 이미 두 차례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치렀다. 중앙선관위원회도 두 차례나 개정의견을 내놨다. 이런 흐름을 보면 위탁선거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바뀌지 않고 있다. 위탁선거법을 누가 만들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현직 조합장들이다. 조합장의 동의를 바탕으로 지금의 위탁선거법이 만들어졌다. 현행 선거법을 그대로 끌고 가려고 하는 집단의 의지는 강력하다. 기존 조합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있고, 국회의원들도 그 사람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농연을 중심으로 농민 단체들이 연대를 통해 위탁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정윤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사무관=현행 조합장 선거가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다들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농식품부도 지난해 10월과 올해 제2회 조합장 선거가 끝난 후 예비후보자제도 도입 등 12개 부분에 대한 개정 의견을 냈다. 위탁선거법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선관위에서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개선의견을 냈고, 여러 국회의원들도 관심이 있어서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개정요구가 전부 다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법 개정이 힘들어지면, 농협중앙회 관계자와 이견이 없는 부분부터 조율해 개선 방안으로 반영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조합장 선거와 공직선거법과 엄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 공직선거의 경우 선거비용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차이와 특수성은 인정해야 한다. 이런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해 제도 개선이 됐으면 하는 입장이다.

이진우·고성진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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