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그저 뒷짐만….” 3일 창녕농협공판장에서 마늘 농가 등 마늘업계 관계자들이 1kg에 1000원대로 터무니없는 경락가가 나오고 있는 경매자료 현황판을 멍하니 보고 있다.

경남 창녕농협공판장 첫 경매
대서 1kg 상품 평균 ‘1610원’
지난해 ‘3400원’ 크게 못 미쳐

과잉 전망 나오면서 불안 확산
초반 출하 몰리자 상인들 ‘관망’ 
정부 안일 대응이 ‘최악’ 초래


“불안, 불안, 그리고 또 불안….”

마늘 공급 과잉을 둘러싼 과도한 불안 심리가 초반 마늘 시세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늘업계에 따르면 산지에선 과잉이라는 불안, 중매인들은 소비가 안 될 수 있다는 불안, 가공업계에선 적자 누적에 따른 불안이 겹쳤다. 기준이 되는 정보 없이 불안감만 모이다보니 마늘 산지 초반 시세는 당초 우려했던 예상보다도 더 낮은 가격대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3만7000톤 시장 격리 등 지난달 말 나온 당정 마늘 대책의 구체적인 시행을 산지 초반 가격 형성 이후로 미룬 것도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들어 전국 최대 마늘 생산지인 경남 창녕의 주요 산지 공판장에서 마늘 경매가 시작된 가운데 1일 창녕농협공판장에서의 마늘 가격은 대서 1kg 상품에 평균 1564원, 중품은 1351원이 나왔다. 2일엔 상품 1561원, 중품 1285원이, 3일엔 상품 1610원, 중품 1376원이 형성됐다. 지난해 이 시기 마늘 시세가 상품 기준 3153원~3400원, 중품은 2668~3295원으로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대가 형성됐다. 지난해에도 가격이 평년보다 낮은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올해 산지에서의 마늘 가격은 최악의 수준으로 초반 장이 시작됐다.

산지 첫 경매가 열리기 전 마늘 가격 지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은 모두가 공감했던 관측이었다. 재배면적 증가와 작황 호조가 맞물렸기 때문. 그러나 이 속에서도 1kg에 10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산지 경매 직전 주에 당정에서 3만7000톤 시장 격리 발표 등 마늘 대책이 나왔고, 중국산 산지 작황도 좋지 않아 중국산 마늘 종구가 생산량이 줄고 단가는 뛸 것이란 소식도 들려왔다. 또 작황 호조로 품위가 어느 때보다 좋다는 점에서 일부에선 어느 정도는 가격 지지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당초 우려했던 예상보다도 더, 마늘의 산지 초반 가격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경매 현장에서 만난 농가와 유통인, 가공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공통분모로 ‘불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농가들은 과잉 전망이 난무하는 속에 정부 대책도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 중도매인들은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소식에다 내년 봄엔 총선까지 있어 소비가 안 될 수 있다는 불안, 여기에 깐마늘 가공업체들은 지난해 피마늘 대비 낮은 깐마늘 가격에 따른 적자 누적이라는 불안 심리가 내재해 있었다.

이런 불안들이 표출돼 산지에선 출하 조절보다는 출하를, 유통업계에선 구매보다는 관망으로 이어져 공급과 수요의 간극이 더 벌어졌고, 결국 최악의 초반 마늘 가격대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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