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창녕 경매 현장 가보니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3일 창녕농협 공판장에서 마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 속에 이날 마늘 경락가는 낮게 형성됐다.

‘대서’ 첫 경락가 1kg 1060원
"적어도 2500원 돼야하는데"
그나마 응찰 없어 한때 중단도
1·2일 바닥시세로 물량 줄었지만
과잉 걱정에 ‘투매현상’ 여전

정부 3만7000톤 시장격리 대책
산지 경매 직전에야 겨우 마련
수매가 결정 등 구체적 행동 없어

중국 마늘 산지 상황 좋지않아
대책 뒤따르면 ‘최악’ 벗어날 듯
"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 줘야"


올해산 마늘에 대한 산지 경매가 진행된 지 3일째인 지난 3일 경남 창녕농협 산지공판장. 이날 경매는 오전 11시 13분에 시작됐다. 몇 번의 경매사 호창 속에 겨우 나온 첫 경락가는 대서마늘 1kg에 1060원. 그렇게 몇 번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되다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잠시 쉬었다 해야 되나요. 응찰을 안 하면 경매 진행이 안 됩니다”라는 경매사의 안타까운 멘트가 흘러 나왔다. 그럼에도 경매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경매가 시작되고 20여분 밖에 지나지 않은 11시 35분 경매가 잠시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경재 창녕농협 공판장장은 “오늘은 지난 1~2일 바닥시세를 보고 물량이 줄었지만 이틀 동안엔 예상보다도 많은 물량이 들어왔다. 농가들은 너무 과잉이라는 말이 난무하다 보니 빨리 내놓는 게 그나마 피해를 덜 본다고 여겨 일종의 투매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며 “중도매인과 가공업체들도 소비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는 등 농가와 유통인들의 불안 심리가 맞물려 초반 가격이 형편없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매장에서 만난 농가들은 우려했던 예상보다도 더 못 미치는 마늘 가격대에 아연실색했다. 

경북 구미의 마늘 농가 유창욱 씨는 “적어도 (1kg에) 2500원 이상은 나와야 하고 아무리 못 나와도 2000원은 넘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가격대가 나오고 있다는 건 농가들의 불안감이 극도에 달해 있다는 것”이라고 산지 상황을 전했다. 유 씨는 “10년 동안 마늘 농사를 하면서 몇 년 전에 2000원이 안 되는 가격대가 한 번 나온 적이 있지만 그때는 그래도 인건비나 자재비가 지금처럼 많이 들진 않았다”며 “농가들은 저장시설이 빈약해 늦어도 여름철 안에는 물량을 출하해야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창녕의 백무기 씨는 “나 같은 경우엔 이달 안에는 물량을 출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늘에 촉이 올라와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30년 넘게 마늘 재배를 했지만 올해 같은 상황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냈다. 대책이 한 박자씩 늦는다는 것이다.
한 농가는 “당정의 마늘 수급 대책이 수확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산지 경매가 진행되기 직전 주에나 나왔고, 수매가 결정 등 구체적인 행동은 산지 경매가 시작됐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수확이 마무리되기 전에 대책이, 산지 경매가 진행되기 전에 수매가가 결정됐어야 했다. 결국 농가들은 불안 심리 속에 마늘을 출하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유통인들도 불안 심리를 갖기는 마찬가지. 한 가공업체 대표는 “2년간 깐마늘 시세가 좋지 못해 적자가 누적돼 있는 상황에 올해 소비도 안 좋다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더욱이 내년 4월엔 총선까지 있지 않느냐”며 “정부에서 소비 진작책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우리들은 관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마늘업계에 엄습하고 있는 ‘불안’ 심리만 가시면 산지 초반 장에 형성된 만큼의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다고 마늘업계 전문가들은 밝히고 하다. 돌려 말하면 정부 대책이 마늘업계의 불안 심리를 가시게 하는 데까지는 아직 못 미쳤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앞으로라도 정확한 정보 제공과 더불어 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정부에서 3만7000톤 시장격리를 약속했고, 2일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공판장에 와 마늘업계에도 정부 대책을 다시 알렸다. 여기에 중국 마늘(종구용) 산지 상황도 좋지 않아 정부 대책만 제대로 시행된다면 최악의 상황까지 흐를 정도는 아니다”며 “과잉 불안, 소비 불안 등 불안 심리를 걷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가들은 한 번에 출하가 몰리지 않게 출하를 조절해야 하고, 정부도 그에 맞는 정보를 주고 구심점 역할을 하면 마늘 가격은 반드시 오를 것이다. 이를 믿고 농가들은 출하 조절, 유통인들은 적극적인 구매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 조합장 발언처럼 산지에서의 마늘 가격대는 미약하나마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상품 기준 1일 1610원이었던 시세가 2일엔 1561원으로 떨어졌지만 3일엔 1610원이 나왔고, 공판장을 다녀온 다음 날인 4일엔 1779원까지 올랐다. 앞으로 시장 격리 물량에 대한 수매가 등 마늘 대책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사업이 진행되는 시점과 사업 강도에 따라 바닥세인 초반장이 이어질지, 공급과 수요가 균형선으로 향해 갈지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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