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경산시 자인면 계정숲 일대에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2019 경산자인 단오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사진은 단오제 행사의 첫날 한농연경산시연합회 자인면회 회원들이 참여해 구성한 호장행렬 장면이다.
▲ 경산자인 단오제 기간 중 마련된 창포머리감기 시연. <사진제공 경산시청>

고을 수호신 한장군에 행하는 제례
자인 단오굿·여원무·팔광대 공연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 총망라
창포 머리감기 시연 등도 눈길


경북 경산시 자인면 계정 숲 일원에서 지난 7~9일까지 3일간 열린 ‘2019년 경산자인 단오제’가 경산자인단오제보존회가 주관하고, 경산시·경북도·문화재청이 후원한 가운데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를 통해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경산자인 단오제는 신라시대부터 전승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민속축제 중 하나다. 경산시 자인면 지역 주민들의 고을 수호신인 ‘한장군’에게 행하는 유교적 제례로서 고래의 명절인 수릿날 즉 단오절에 한묘제를 올리고, 자인 단오굿, 호장행렬, 여원무, 자인 팔광대, 계정들소리, 씨름, 그네 등 각종 민속 연희를 연행하는 방대한 형태의 고을굿이다.

경산자인 단오제는 오랜 기간 동안 행해졌던 제례의식과 충의정신 그리고 다채로운 민속놀이로 독특한 장르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다. 자인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응집돼 신라시대부터 전승돼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가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됐다.
 

▲ 올해 경산자인 단오제에서 진행된 한장군대제의 모습.

올해 경산자인 단오제의 주요 행사일정으로는 경산자인 단오제 개막을 알리는 전통복장을 한 거리행진의 일종인 ‘호장행렬’을 필두로, 한장군대제, 여원무 공연, 자인 단오굿, 팔광대 공연 등 ‘경산자인 단오제’의 다섯 마당과 창포 머리감기 시연, 계정들소리 공연 등 다채로운 전통공연 등이 진행됐다.

호장행렬은 단오 날 아침 한장군 사당으로 제사를 지내러 가는 제관들의 행렬을 말한다. 조선시대 자인 현청의 사또 행차와 같은 격식과 채비를 갖추고 진충묘 등 단오 행사장으로 향하는 행렬로 수많은 인원과 말이 동원되고 각종 깃발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단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의 일종인 ‘호장행렬’은 경산자인 단오제를 대표하는 퍼포먼스 중 하나로 여겨진다. 자인면 지역 농민단체인 ‘농업경영인 자인면회’ 소속 회원 3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농촌지역에서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십 수 년째 ‘호장행렬’ 행사를 도맡아 준비해 오고 있다.

경산자인단오제보존회 관계자는 “올해 드론을 활용한 개막 선언이 눈길을 끌었으며, 경산자인단오제의 성공개최와 헝가리 유람선 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친환경 풍선비둘기 날리기를 진행해 주목 받았다”며 “올해 부족했던 점들은 충분히 보완해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인단오제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경산자인단오제 호장행렬 이끈 지재식 농업경영인 자인면회장
“10년 이상 회원 30여명 참여…전승활동도 앞장”

농사짓는 틈틈이 1년 여 준비
지역문화 계승·발전 자부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기대

올해 경산자인 단오제에서 선보인 호장행렬 공연을 준비한 지재식(58) 경산시 농업경영인 자인면회장을 만났다. 그는 열악한 읍·면 단위 농민단체인 농업경영인 자인면회가 ‘호장행렬’이라는 지역의 전통문화 공연을 자발적 참여를 통해 계승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됐다고 자부심을 밝혔다.

지 회장이 속한 농업경영인 자인면회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올해로 11년째 경산자인 단오제의 개막을 알리는 호장(장군)행렬을 전승하고 있다. 그는 올해부터 농업경영인 자인면회장을 맡게 되면서 올해 단오제의 호장행렬 공연을 준비하는 책임자가 됐다.

-호장행렬의 유래는?

“호장행렬의 기원은 한장군 제사를 지내러 가는 가장행렬에서 유래했다고 들었다. 유래가 되는 조선시대 이뤄진 호장행렬은 사또 행차와 같은 격식과 차비를 갖춘 일종의 가장행렬이었다고 한다. 반상의 신분이 엄격했던 당시 현감이 평민에게 현감복장을 빌려주어 사또 행차와 같은 행렬을 하게 했다는 것은 이 지역에서 한장군을 수호신으로 추앙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행사준비 과정은?

“농업경영인 자인면회장이 되면 호장(장군)행렬을 준비해야 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단오제에 선보일 호장행렬을 준비하는 과정에 회원들이 매달 호장행렬 전수 교육을 받고 있다. 자인면회원이 30여명이 벌써 십년 이상 구성원 변동이 거의 없이 호장행렬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행사는 어땠나?

“올해는 단오제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 첫날 오전에 예정됐던 호장행렬이 강한 비로 전격 취소됐다. 하지만 오후에 비가 잦아들면서 단오 행사장인 자인 계정 숲을 한 바퀴 도는 호장행렬을 방문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호장행렬을 지켜보는 방문객들의 호응도 좋았다. 무엇보다 호장행렬 공연을 1년 동안 준비한 회원들의 노력이 공염불이 되지 않아 기뻤다.”

-다른 곳에서도 공연을 하는지?

“농업경영인 자인면회는 자인단오제와 호장행렬을 전국에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전승 활동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 경산 연등행사, 대구국립박물관 기획공연 등에 참여해 타 지역 주민들에게 자인 단오제를 널리 알리기 위한 호장행렬 공연을 선보였다.”

-참여하는 회원들의 반응은?

“회원들이 농사짓는 틈틈이 준비를 위해 모인다. 회원들이 다들 농사가 많아서 바쁜 가운데도 참여율이 높다. 농번기에도 농사일을 제쳐두고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자주 모여서 소통하기 때문에 영농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등 또 다른 장점도 있다. 11년간 인적 구성원의 변동 없이 한 번 참석했던 회원이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들 지역문화 계승 발전의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문화를 알리는 문화재 공연을 준비한다는 긍지와 자부심, 봉사하는 마음이 없었으면 적극적인 행사참여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향후 계획은?

“올해부터는 호장행렬을 준비하는 회원 중 한 명이 문화재청에서 선정하는 무형문화재 이수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자인면회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래에는 호장행렬을 준비하는 구성원 중 한 명이 이수자가 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최종 목표로는 호장행렬을 준비하는 회원 중에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산=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