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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매헌농민상] "윤봉길 의사 정신 깃든 생명창고 사상···국민적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충남 예산군은 4월 29일 덕산면 충의사에서 ‘매헌 윤봉길 의사 상해 의거 제87주년 기념다례행사’를 열었다. 이와 함께 충의사 일대에는 매헌 윤봉길 의사의 정신을 기리는 ‘제46회 윤봉길 평화축제’가 27~29일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 치러졌다.  사진=예산군

매년 4월이면 충남 예산군 충의사 일대에는 매헌 윤봉길 의사의 4·29 상해의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올해로 46회째를 맞은 ‘윤봉길 평화축제’는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이들이 꾸준히 발걸음을 하며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독립운동가로 기억되기 전 농촌·농민 운동가로 살아갔던 그의 삶을 되새기는 노력들도 눈에 띈다. “농업을 민족의 생명창고”라고 주창한 그의 ‘생명창고’ 사상을 계승하기 위한 ‘매헌 윤봉길 농민상(매헌농민상)’ 시상식과 관련 행사가 (사)매헌윤봉길월진회와 매헌농민상위원회 주최로 지난 4월 28일~29일 진행됐다.
 

#매헌농민상은
매년 ‘상해의거 기념일’ 맞춰 4개 부문 시상

매헌농민상은 매헌 윤봉길 의사의 협동조합운동 등 농업·농촌, 농민 운동가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고 계승하고자 (사)매헌윤봉길월진회와 한국농어민신문사, 매헌윤봉길농민상위원회가 2011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농민권익보호 부문과 신농업인 부문, 협동조합 부문, 여성농업인 부문 등 4개 부문이며, 공모를 통해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한 농민이나 농업 관련자들이 대상이다. 매년 4월 29일 상해의거 기념일에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매헌농민상 수상자는 농민권익보호 부문에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신농업인 부문에 주형로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 협동조합 부문에 주교종 옥천살림협동조합 상임이사, 여성농업인 부문에 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이 각각 선정됐다.




#매헌 농민상 수상자에게 듣다

"농업이 가진 다양한 가치 인식을"

▲농민권익보호 부문/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매헌 윤봉길 선생이 농민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이자 앞으로 생명창고 사상을 계승하고 확대하는 일들을 하라는 사명감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김영재 회장은 대학교 졸업 후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영농에 종사하면서 국내 식량 주권 실현 및 농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 농민회 활동을 주도적으로 펼쳐왔다. 친환경 농업 발전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붓고 있는 이들 중 하나다. 올해 3월까지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상임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생산 진영에서 농민단체의 연대를 뛰어넘어 소비자들과 국민들이 같이 할 수 있도록 연대를 계속 주장하고 있고, 작은 노력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멋쩍어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봉길 선생에 대해서는 농민독본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협동조합 운동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선각자들이 봤던 농업 문제, 먹거리 주권 문제가 현재 농업의 위기 상황을 미리 내다봤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농업과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을 더 생각하고,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 비친 우리 농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입 개방과 세계화 흐름 속에서 수입산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침범했고, 이로 인해 농업·농촌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것들은 생산 현장을 넘어서 먹거리 안전성 문제로 확대돼 사회 전반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농업을 생산 수단으로만 접근했지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에 대해서는 등한시 한 것 아니냐는 반성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농업이 가진 다양한 가치를 인식하고, 이 가치가 생산 영역에만 머물지 말고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어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때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 텃밭·동물농장교육 부활해야"

▲신농업인 부문/주형로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

“상이라는 것이 두려운 마음을 들게 합니다. 상을 받은 이후에 변화가 있어야 되는데 하는 생각에 말이죠. 특히 이 상은 윤봉길 정신이 깃든 것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어서 받아들였어요.”

친환경 농업에 뛰어든 지 올해 43년째라는 주형로 대표는 충남 홍성에 터를 잡고 있다. 전국 최초로 친환경 벼 오리농법과 메기농법을 시작한 데 이어 논두렁 물막이판을 최초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는 등 홍성 친환경 농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 왔다. “힘들 때가 많았다. 외롭게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걸어왔다”고 한 주 대표는 “매헌농민상 수상을 계기로 새로운 결단을 하게 됐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올해 환갑이지만, 아직 청년이니까요”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는 “저희 지역이 유기농 쌀 재배면적이 120만평 정도 되는데, 수계 지역이 200만평 정도 된다”며 “이 200만평을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상을 수상하면서 용기를 얻어 나름의 ‘작은 독립운동’처럼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5년 정도 시간을 잡고 있고, 200만평이 유기농으로 전환하면 우리 지역이 세계 최대의 유기농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농업이 많은 돈을 투여해도 어렵고 희망이 없다고들 얘기합니다. 그것은 경제적 잣대로만 해 왔기 때문이다. 농업의 경제적 잣대는 아주 작은 것이죠. 교육적 가치, 문화와 예술적 가치 등 3가지 인식은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어요. 보는 눈을 달리 하지 않으면 농업의 미래를 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우리 농업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주 대표는 교육적 가치로서의 농업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이 농업을 더욱 악화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있다. 텃밭과 동물농장을 초등교육에서 빼버린 결과는 결국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법이 만들어지는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며 “초등교육에서 텃밭과 동물농장을 부활하고 아이들이 자연을 닮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봤다.


"순환·공생의 지역공동체 건설 중요"

▲협동조합 부문/주교종 옥천살림협동조합 상임이사

“많이 부족한데 상을 주셔서 부끄러워요. 열심히 살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수상 소감을 묻자 돌아오는 답변이 굉장히 짧았다.

주교종 상임이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1988년 고향인 충북 옥천군 안남면으로 돌아왔다. 지난 30여년 동안 농민과 지역주민 이웃과 함께 자치와 협동에 기초한 순환과 공생의 지역공동체 만들기에 매진해 왔다. 옥천군농민회를 조직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지역 활동과 조직화 등에 탁월한 역량을 보이며 많은 성과도 거뒀다. 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설치·운영의 산파역을 맡고, 위원장도 역임했다. 민관협의체인 옥천군 농업발전위원회를 구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면 단위에서 전국 최초로 주민이 세운 작은도서관인 ‘안남 배바우작은도서관’도 그의 노력이 깃들었다.

그가 몸을 담고 있는 옥천살림협동조합은 2008년부터 친환경학교급식과 어린이집 등 보육급식, 복지시설 등 공공급식에 건강하고 안전한 로컬푸드 공적조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옥천군의 지역먹거리종합계획 수립·추진을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주 이사는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들이 지역의 공공적인 영역에서 중심이 되고, 지역에서 재생산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순환과 공생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업 정책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농업 정책, 특히 지역과 관련된 것들이 아예 없다. 어느 정권이나 정부든지 그 이해도가 천박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윤봉길 의사의 식량창고 사상처럼 농업농촌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안아야 할 시각의 변화, 국민적 운동으로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이런 힘은 지역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사실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고, 출범 시기도 늦어 힘이 떨어진 상황에서 농업이 어디로 갈까 막막하다”며 “관료 적폐가 없어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안전 먹거리 공급, 청년이 이어가길"

▲여성농업인 부문/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

“언니네텃밭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너무 영광스러워요. 주변에서도 다들 축하해주고 있어요”

박점옥 이사장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이사장을 맡은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상을 받게 돼 고생을 많이 하신 전 이사장님께 미안하다”며 웃었다.

언니네텃밭은 전국 13개 공동체, 120여명의 여성 농민과 언니네장터의 여성농민 12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몇 십 년 농사를 지어도 본인 명의의 땅도, 통장도, 수입도 없던 여성 농민들이 언니네텃밭과 함께 하며 많은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박점옥 이사장은 “60~80대 고령의 여성 농민들이 마을 공동체를 꾸리고 텃밭에서 토종종자를 가꾸고 번식하며 공동체를 이뤄가는 모습들을 좋게 봐주셔서 이런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면서 “독립운동가로서 윤봉길 의사를 알고 있었는데, 농민운동가의 삶을 잘 알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농업과 농촌을 사랑하고 먹거리 주권을 강조했던 윤봉길 의사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언니네텃밭은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생산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 공동계획과 공동생산, 제철농산물, 토종씨앗농산물 등 나름의 확고한 원칙들을 바탕으로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주력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해는 10주년을 맞은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재정이 어려우니 공간도 협소하고 인력 문제 등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앞으로는 소비자 교육을 확대하는 사업을 해 나갈 계획이고,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또 “물류 유통을 하다보니 도시 소비자들이 1인 가구가 많아지고 4인 가구라고 하더라도 물량이 많지 않아 소포장을 고민하고 있다. 시설이나 창고 등 인프라 구축 방안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산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산자들이 고령화돼 은퇴할 시기가 됐다”면서 “젊은 여성들이 들어와서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생명창고 사상 대화마당
"생명창고 열쇠 쥔 농민 살아야 나라도 잘살아"


농민운동가로서의 윤봉길 의사가 강조한 생명창고 사상을 되새기는 자리도 마련됐다. ‘생명창고 사상’이란 윤봉길 의사가 펴낸 농민독본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4월 28일 예산군 소재 예산사과와인에서는 ‘생명창고 사상 대화마당’이 열렸다. 이 자리는 독립운동가로 기억되기 이전에 윤 의사가 나고 자란 예산 지역에서 펼친 농민·농촌 운동을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윤봉길 의사는 “농사는 천하의 대본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억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진리입니다. 사람의 먹고 사는 식량품을 비롯해 의복주옥의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생산에 기대지 않는 것이 없는 만큼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라며 ‘생명창고’ 사상을 피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윤 의사는 농촌 부흥을 통한 사회개조 및 민족해방 노력을 펼쳤다. 협동조합 운동도 이런 활동의 일환이었다.

김영우 매헌윤봉길월진회 이사는 “윤봉길 의사의 생명창고 사상은 농업과 먹거리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생명창고의 열쇠를 쥔 농민이 잘 살아야 나라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람이 살고 싶은 농촌’으로 농정의 철학과 목표를 바꿔야 하고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주는 농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우 이사는 “윤 의사의 농촌 운동은 단순히 농업의 문제만을 풀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농민의 문제까지 폭넓게 인식하고 있고 공동체적인 운동으로 실천했음을 알 수 있다”며 “농업은 결단코 묵은 글자가 아니고 생명창고이며 그 열쇠를 농민이 지고 있다는 말씀은 결국 농업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국 한살림연합 상임고문도 “지금 우리 농업이 매헌의 생명창고 농의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농업·농촌·농민이 존재의 이유를 외면 당해가고 있다”며 “매헌의 농업, 농촌, 농민 살리기와 농의 가치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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