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최대 성수기 앞둔 산지 표정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김해 대동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하고 있는 김종진 씨가 꽃을 따며, 한편으론 5월 대목장에 맞춰 출하될 카네이션 생육 상황도 살펴보고 있다.

서울에서 차로 쉬지 않고 네 시간여 달리면 나오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국내 최대 카네이션 주산지답게 중앙고속도로 대동IC로 내려서면 시설하우스 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18일, 화훼 최대 성수기인 5월 대목을 앞두고 찾은 대동면 시설단지에서도 차 앞유리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차 문을 열고 가까이 가보면 꽃향기가 예전만 못했다. 왜 그럴까. 시설단지 하우스 문을 열어보면 알 수 있었다. 꽃향기가 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이치인, 꽃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가시장 중국산에 뺏기고
콜롬비아산은 고가시장 잠식

난방비·인건비 계속 뛰는데
폭염에 황사·미세먼지까지
다른 작목으로 눈 돌릴 수밖에

국산 생산물량 급감 불구
'청탁금지법' 굴레 못 벗어
시세 반등 기대 어려울 듯

“더 이상 꽃농사 포기 않도록
화훼산업 진흥법 조속 통과를“

“3~4년 전만 해도 대동에서 80여 농가가 카네이션을 재배했어요. 지금은 30 농가나 될지 모르겠네요. 다들 중국산, 중국산 그러는데 더 무서운 건 콜롬비아산이었어요. 콜롬비아와의 FTA 체결 이후에 저가는 중국산, 고가는 콜롬비아산으로 시장이 잠식되고 있죠. 이렇듯 시장은 수입산에 내주고 있는데 모종비, 난방비, 인건비 등 안 오르는 게 없으니 농가들은 다른 작목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죠.”

대동에서 20여년간 꽃 농사를 했고, 현재는 9300㎡의 하우스 중 6600㎡ 단지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하고 있는 김종진(49) 씨는 최근 일련의 산지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엔 작황조차 좋지 못해 국내산 카네이션 물량이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카네이션은 보통 4~5월 중 정식해 행사가 많은 가을, 연말, 졸업식 등의 주요 시즌을 거쳐 어버이날이 있는 최대 성수기인 5월까지 한해 농사가 이어집니다. 카네이션은 저온성 식물인데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 속에 카네이션이 많이 고사했어요. 재배면적도 줄고 단수도 나쁘니 당장 올 5월 성수기에 국내산 카네이션 물량이 많이 줄 것으로 보여요.”

김 씨를 더 우려스럽게 하는 건 앞으로도 카네이션 재배에 녹록지 못한 재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어 지난해 폭염이 앞으로 자주 일어날 수 있죠. 여기에 일조량이 생명인 꽃 생육엔 봄철 잦은 황사와 미세먼지도 치명타에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카네이션에서 등을 돌리는 농가가 많아질 수밖에 없죠.”

김 씨의 전언은 기록으로도 확인이 되고 있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의 카네이션(절화/신선) 수입 현황을 보면 올 1~3월 카네이션 수입량은 148톤이었다. 같은 달 기준 2016년 36.3톤, 2017년 83톤, 2018년 115.4톤이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 중심엔 2016년 발효된 한·콜롬비아 FTA가 있었다. 콜롬비아에서의 카네이션 수입은 FTA가 발효된 당해 연도인 2016년 10.8톤에서 2017년 58.1톤, 2018년 87.7톤으로 급증했다. 올해엔 100톤을 넘어선 106.1톤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국내산 카네이션 물량은 재배면적과 단수 감소가 맞물리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15일 하루에만 전년 같은 날 대비 37% 줄어드는 등 이달 들어 16일 기준 카네이션 반입물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이와 관련 오수태 aT 화훼사업센터 절화실장은 “수입물량 잠식 속에 국내 재배면적이 많이 줄었고, 단수 역시 좋지 못해 성수기로 다가가고 있지만 물량이 예년만 못하다”고 분석했다.

물량이 크게 줄며 시장에선 올해엔 그나마 카네이션 시세가 작년보다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저장된 수입 물량이 많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 청탁금지법 선물 제한 조건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청탁금지법의 굴레에서 카네이션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물량이 줄어든 것 만큼의 시세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카네이션의 장점이자 단점이 저장성이 강하다는 거예요. 이에 현재 수입물량이 창고에 대기 중이란 소식이 파다하죠. 더욱이 여전히 꽃을 뇌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스승의 날 반 대표만 카네이션을 달게 하는 등 청탁금지법 영향도 계속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진 씨는 카네이션 농사를 짓는 최후의 1인이 있다면 그게 자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꽃이 중국에 수출되는 꽃보다 월등히 많지만 분명 중국 경제가 커지고 있고, 품위 좋은 꽃을 소비하는 층도 늘어날 거예요. 중국으로 우리 꽃을 수출하는 게 제 목표에요. 또 부모님과 스승님한테 달아드리는 카네이션 시장에서 국내산이 없어진다는 것도 있어선 안 되는 일이죠. 그럴 리야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카네이션 농사를 짓는 한 농가가 있다면 그게 제가 되도록 고품위 카네이션 재배에 박차를 가할 겁니다.”

김 씨를 비롯해 카네이션과 절화 농가들이 꽃 농사에서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한 여러 과제도 있다. 이와 관련 대동에서 절화 농사를 짓고 있는 김윤식 절화의무자조금 관리위원장(전 한농연김해시연합회장)은 “화훼농가가 타 작목으로 돌아서면 그 작목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정말 급증하는 수입 물량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서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서 계류 중인 화훼산업진흥법의 조속한 통과와 절화 의무자조금 조성을 통해 절화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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