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이기노 기자]

농식품 수출은 어렵다. 한국인들이 아닌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안정화된 수출시장을 두고 새로운 수출 길을 개척하는 것도 마찬가지. 해외시장 조사, 상품 등록, 바이어 및 유통업체 확보 등을 직접 수행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수출 시장을 직접 발굴하는 것은 물론 현지 소비자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안포도유통센터장인 박용하 씨와 만전식품 대표인 정재강 씨가 주인공이다. 본보는 창간 39주년을 맞아 그들이 말하는 수출 이야기를 들었다.
 

▲ 박용하 천안포도유통센터장이 지난해 선정돼 받은 최고농업기술명인 현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박용하 천안포도유통센터장
"거봉포도 최초 중국 수출 성공 도착 전 완판 기쁨 잊지 못해"

FTA 위기 수출로 극복하고 파
2015년 천안포도수출단 규합
대만·베트남 수출길도 활짝

‘사드 후폭풍’에 중국 수출 위기
캐나다·미국 등 눈 돌려 해결
‘대한민국농업기술명인’ 선정도 


포도 수출은 오랜 시간 정체됐었다. 10년 전이었던 2008년 158만 달러였던 수출실적은 2009년 203만 달러를 달성, 수출액 200만 달러를 넘는가 싶었지만 2014년까지 매년 100만 달러와 250만 달러 사이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5년 328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300만 달러를 넘어선 포도 수출실적은 2016년 512만 달러, 2017년 849만 달러를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1388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포도 수출이 급등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천안포도유통센터장이자 한국포도유통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박용하 센터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박용하 센터장은 “우리가 처음 (수출) 길을 열어놓으면 후발주자들이 수월하게 들어오지 않겠느냐”라는 철학을 갖고 수출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가 수출시장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잇따른 FTA 체결에 따라 한국 농업이 위기에 처하자 수출을 통해 극복하고 싶었다. 또 외국 농산물처럼 한국 농산물도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 관심을 가진 곳은 중국시장. 그는 “한류 열풍으로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고 중국의 고소득층을 공략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15년부터 대 중국 수출을 준비했다. 중국에 수출하는 농가들을 모집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천안 거봉포도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진행했고 2015년 천안포도수출단을 규합했다. 그 결과, 같은 해 국내 최초로 거봉 포도를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에 수출했다. 수출물량은 45톤. 거봉포도의 수출 길을 연 주인공이다. 박 센터장은 “당시 한류 열풍으로 포도가 중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팔렸었다. 당시 중국 바이어들이 고품질 포도만 갖고 오면 얼마든지 팔아주겠다고 할 만큼 흡족해했다”며 “첫 수출의 기쁨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중국 수출 길을 열었지만 여전히 적잖은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제대로 된 선과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중국 측 요청에 따라 충남도청과 천안시청 등을 뛰어다니며 공무원들은 물론 회원농가들까지 설득해 예산을 확보, 2016년 천안포도유통센터를 건립하게 됐다. 이곳은 지난해 중국은 물론 미국·캐나다·뉴질랜드 수출단지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시장이 얼어붙으면서 2017년부터 큰 타격을 받는다. 박용하 센터장은 “사실 중국시장에 보내기 위해 중국이 요청한 위생조건에 맞는 생산 및 선과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사드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시장이 꽉 막혔다”고 말했다. 한국산 포도의 인기가 높았던 동남아시장도 포도 수출업체들이 대거 몰리면서 한국 업체끼리 경쟁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그는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았다.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물론 올해 호주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시장 조사를 위해 그는 천안 포도농가들과 함께 미국과 캐나다 시장을 다녀왔다. 박용하 센터장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우리 교민들이 아닌 현지인들에게 팔아보자고 농가들끼리 의기투합했다. 특히 북미시장에는 한국산 포도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중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민이 직접 해외시장 조사를 가야 한다.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에서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포도라는 공통사항이 있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만,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시장에 꾸준히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포도 농가들의 소득 증대와 내수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회원농가들이 생산한 친환경 거봉포도를 서울지역 학교급식에 전부 납품한 것은 물론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500g 단위 소포장한 포도 상품을 개발했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정부로부터 인정받았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2018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선정된 것이다. 포도 수출을 위한 공헌 외에도 시설포도 지중 냉온풍장치 특허등록, 지역 내 봉사활동, 한국농수산대학 실습농장 운영, 농업기술습득을 위한 단국대 유기농 최고전문가과정 수료 등 다양한 활동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며 과수명인으로 뽑혔다.

앞으로 러시아 수출도 추진해보겠다는 박용하 센터장은 “포도 수출은 농민들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며 “포도농가들에게 도움될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내 자리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 정재강 만전식품 대표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레이버랜드 크런치를 소개하고 있다.

|정재강 만전식품 대표
"김 수출시장 다변화에 총력 매년 5개국 이상 직접 찾죠"

일본 시장 집중에서 벗어나
중·미·태국 등 39개국에 수출
브라질·멕시코까지 타진 중

현지 취향 맞춤 간식용 김제품
해수부 수출브랜드 대상 영예
신뢰 깎는 저가 수출 지양해야 


바다의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 수출이 지난해 5억2553만 달러(한화 약 5673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농수산물 품목 중 궐련과 참치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출 실적이다.

김을 수출효자 상품으로 만든 주역을 꼽으라면 ㈜만전식품 정재강(69)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40여년 간 김 산업에 종사해 온 정 대표는 1980년대부터 미국에 김을 수출했고, 2009년 한국김수출협회 창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협회장직을 도맡아 수행 중이다.

정재강 대표는 “2008년까지만 해도 연간 김 수출이 1억 달러가 안 됐는데, 2017년 처음으로 5억 달러를 넘었고, 지난해 최대실적을 달성했다”며 “예전에는 일본으로 김 수출이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 태국 등 수출시장이 다변화되면서 김 수출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강 대표는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말 그대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대표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5개국 이상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그는 “인천공항에 귀국하자마자 제품 샘플만 받아 들고 곧바로 해외에 다시 나갈 정도로 해외출장을 정말 많이 다녔다”며 “당장 성과는 안 나더라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해외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했고,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전식품보다 김을 많이 수출하는 회사는 있지만, 다국적으로 수출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현재 39개국으로 김을 수출하고 있는 만전식품은 최근 브라질과 멕시코 수출을 새롭게 타진 중이다. 2018년 수출실적은 2000만 달러로, 올해 시장다변화를 통해 2500만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접 발로 뛰며 해외 국가별로 김 제품에 대한 소비 취향을 파악한 정 대표는 제품 차별화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 등과 경쟁하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수적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만전식품이 ‘레이버랜드 크런치(LAVERLAND CRUNCH)’라는 해외 브랜드를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와사비와 간장, 하바네로(매운 고추), 아몬드, 쌀 튀밥 등 다양한 맛을 혼합한 간식 형태의 김제품 브랜드인데, 2018년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수출브랜드대전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한국에선 김을 주로 반찬으로 먹지만, 해외에선 김스낵 등 취향에 따라 먹기 때문에 현지에 맞는 제품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현지인들의 취향에 따라 매콤한 맛, 와사비 맛, 신맛 등을 추가해 김스낵 제품을 만들었고, 이러한 노력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강식품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김은 유통기한이 길고, 제품형태가 다양한데다, 여러 음식에 넣어서 먹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수부는 2024년까지 김 수출 10억 달러 달성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추가적인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정 대표는 “국내에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김을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내수시장이 크다. 따라서 수출을 무작정 늘리면 국내 김 가격이 폭등할 수도 있고, 해외시장에서는 저가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적정한 가격도 형성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김 생산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김 양식 면적을 확대해 생산을 늘려야 한다. 또 해외 박람회에 참가해 한국산 김을 홍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시에 외국의 방송 등을 통해 김의 건강기능성을 홍보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김수출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강 대표는 끝으로 김 수출업계 관계자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저가 수출은 정말 지양해야 합니다. 저가로 수출하면 당장은 좋을 수 있지만 절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저가 수출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 한국산 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경쟁국인 중국의 저가 김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 입니다. 김 산업을 큰 틀에서 보고, 조금 덜 팔더라도 품질을 높여 수출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업계 스스로 사명감을 갖고, 한국의 김 산업을 위해 힘을 모아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