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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15년, 한국농업에 미친 영향은] 52개국과 FTA···농가 폐업 속출·빚 내 투자하다 결국 ‘빚더미’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지난 2004년 4월 1일 한국이 처음으로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지 15년이 지났다. 그간 한국은 57개국과 총 16건의 FTA를 체결했고, 현재 52개과는 FTA가 발효 중이다. 정부는 이같은 FTA 체결에 대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국내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계기를 제공하는 핵심적 통상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농축산업계는 ‘어려움만 가중되는 과정이었다’는 평가다. 정부차원에서는 농업부문에 대해 ‘다각적인 FTA 대책을 추진했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지원책이 일정기간 후 갚아야 하는 융자 사업으로 추진되면서 ‘결국 빚만 는다’는 게 농촌현장의 반응이다. 한·칠레 FTA 발효 15년. FTA 시대를 살고 있는 국내 농축산업은 어떤 상황일까?


#농식품 수입액 2.4배 증가

축산물 수입은 3.6배 증가
과일·채소는 3.2배 늘어
농식품 무역적자폭 확대
지난해 284억 달러 기록


한국의 첫 FTA 체결인 칠레와의 FTA 이후 농식품 수입액 증가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FTA 체결 이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칠레와 FTA를 체결한 지난 2004년 농식품 수입액은 축산물이 21억달러, 과일·채소 10억달러, 곡물 38억달러, 임산물 40억달러, 가공식품이 35억달러를 차지하면서 총 146억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나면서 총 52개국과 FTA가 발효된 지난해 수입액은 총 35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2.4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신선농산물의 수입액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15년간의 FTA로 인해 국내 농축산업계에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21억달러에 불과하던 축산물 수입액은 지난해 75억달러로 3.6배, 금액으로는 54억달러나 늘었으며, 과일·채소 수입액도 10억달어에서 32억달러로 3.2배(22억달러)나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총 수입액 증가배율 2.4배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축산물은 자급률 하락을, 신선농산물은 가격변동성을 커지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수출은 어땠을까? 수출도 늘긴 했다. 2004년, 2012년, 2018년 각각 농식품 수출액은 29억달러·57억달러·69억달러로 15년 사이 2.4배 늘었다. 하지만 늘어난 금액은 40억달러 수준. 같은 기간 수입액은 207억달러나 늘면서 적자폭은 각각 117억달러·238억달러·284억달러로 커졌다.

특히 2004년 이후 15년간 늘어난 농식품수출액 40억달러 중 거의 대부분인 35억달러를 가공식품 수출이 차지했으며, 신선농축산물과 임산물의 수출액 증가는 5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수입액으로는 같은 기간 신선농축산물과 임산물 증가액이 14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수입액 증가분의 70%가량을 차지했다.


#피해보전·폐업지원

피해보전직불 대상 19개
폐업지원은 14개 품목
요건 까다로운데도 대상 많아
포도는 국내 생산량 반토막


FTA로 인한 농축산업부문의 피해는 지난 15년간 실시된 FTA 피해보전직불 및 폐업지원 건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FTA피해보전직불 품목은 총 19개, 폐업지원품목도 14개나 됐다. 폐업지원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그리고 2013년부터 2016년, 2018년에 걸쳐 15년 동안 10년이나 이뤄졌다. 피해보전직불도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발동되면서 15년간 FTA폐업지원에 8141억원, FTA피해보전직불에 1567억원이 들어갔다.

피해보전과 폐업지원이 이뤄진 주요품목으로는 한우를 비롯해 노지·시설포도, 블루베리, 체리, 호두, 양송이버섯, 염소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포도의 경우 2년 연속 FTA피해보전 및 폐업지원품목에 오를 정도로 수입 증가로 인한 타격이 컸던 품목. 2004년 37만톤에 육박하던 국내 포도생산량은 한·칠레FTA와 한·미FTA, 이후 2015년과 2016년 폐업지원품목에 이름을 올리면서 다시 급감했다. 2018년 국내 포도생산량은 16만2000톤으로 15년 사이 절반미만으로 감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2004년 총 수입량 1만톤 중 8000톤을 차지하던 칠레산 포도는 2012년 4만7000톤으로 늘었다가 지난 해 3만2000톤으로 감소했다. 반면, 2012년부터 미국산 수입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해 2012년 6000톤이던 미산 포도 수입량은 지난해 2만톤으로 3배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FTA피해보전직불이 발동되려면 △국내 가격 요건=지원 대상 품목의 해당 연도 평균가격이 기준가격(직전 5개년 평균가격 중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3개년 평균가격의 90%) 미만으로 하락한 경우 △총수입량 요건=지원 대상 품목의 해당 연도 총수입량이 기준총수입량(직전 5개년 연간 총수입량 중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3개년의 평균총수입량)을 초과한 경우 △FTA 체결국 수입량 요건=FTA 체결국으로부터의 해당 연도 수입량이 기준수입량(직전 5개년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량 중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3개년의 평균수입량에 수입피해발동계수를 곱하여 산출한 양)을 초과한 경우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적용된다.

또 폐업지원은 피해보전직불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품목 중에서 △재배·사육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이 크고, 폐업 시 이를 회수하기 어려운 품목 △2년 이상의 생육·사육 기간이 필요 하는 등 단기간에 재배·사육한 품목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품목 △기타 비용이 크거나 장기간 소요 외의 사유로 폐업지원금을 지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농업인등 지원위원회의 심의·의결로 인정된 품목 중 한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피해보전품목으로 선정되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고, 특히 FTA피해보전직불제가 해당품목에 의한 직접 피해만 인정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품목이 대상품목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원책은 제대로 추진됐나

농업부문 투융자 7건 계획
2017년까지 27조5000억 사용
집행실적 87.9% 수준 그쳐
현장 농민 “빌리면 결국 빚”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정부가 내놓은 농업부문 투융자 계획은 모두 7건이다. 2004년 한·칠레 FTA 대책으로 1조4000억원, 2007년·2011년·2012년 한·미FTA 대책으로 23조1000억원, 2010년 한·EU FTA 대책으로 10조8000억원, 2014년 한·영연방 FTA 대책으로 11조6000억원과  2015년 한·뉴질랜드 FTA 대책 1조1000억원, 한중FTA 대책 1조6000억원, 한·베트남 FTA대책으로 2000억원 등이다. 또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농업농촌종합대책으로 119조원을 투입하는 일명 ‘119대책’이 마련됐었다.

투융자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한·미FTA 대책이 추진된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총 10년간 진행된 FTA 국내보안대책 투융자 예산 대비 집행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집행실적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조4000억원을 투융자하겠다는 계획에서 출발한 예산계획은 2017년 기준 누적으로 31조30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집행액은 27조5000억원에 그쳤다. 집행률이 87.9%로 3조8000억원이 집행되지 못한 것.

이에 대해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돈 빌려서 경쟁력을 갖추라는 게 투융자 계획의 핵심인데 빌리면 결국 빚”이라면서 “농업소득이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이자나 갚겠냐는 게 현장 농민들의 분위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정책자금금리보다 하락한 상황에서 농민단체의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3~4%대를 유지하던 정책자금이자를 낮추기로 결정한 것도 지난 2015년 8월이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농식품부, 해수부는 당정협의 결과를 반영해 농업분야 27개 사업자금 고정금리 대출을 농업인 2.5%·조합 등 3%로, 변동금리 대출 25개 사업에 대해서는 농업인은 시중금리와 2%포인트, 조합 등은 1% 포인트 수준 차이로 금리를 산정하기로 했었다.


#대책 추진기간 얼마 안 남아

주요대책 5년 내 마무리
수입관세 지금보다 낮아지고
TRQ물량은 더 늘어나
방어막 사라져 속수무책


문제는 FTA로 인해 그나마 마련된 대책의 추진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앞으로 FTA 체결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농축산물의 수입관세는 현재보다 더 낮아지고 관세할당물량(TRQ)은 늘어나게 된다. 방어막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수입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쇠고기(냉동·냉장쇠고기·냉동갈비)의 경우 기준관세율이 40%이지만 올해 미산에는 18.6%가, 호주산 23.9%·뉴질랜드산 26.6%로 떨어졌다. 돼지고기의 경우 기준관세율이 25%인 냉동돼지고기는 EU와 미국산에 0%관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며, 기준관세율 22.5%인 냉장삼겹살은 EU산에 4%, 미산에 4.5%가 적용된다.

주요 수입과일인 오렌지·포도·키위·체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기준관세율이 50%인 오렌지는 3~10월에 수입되는 미산 오렌지에 0%, 4~9월에 수입되는 호주산에 5%가 적용되며, 기준관세율 45%인 신선포도는 미산에 0%(1~4월, 10월 16~12월)·칠레·페루산 0%(1~4월, 11~12월)·호주산 0%(1~4월, 12월)가 적용된다. 기준관세율이 24%인 신선체리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에 즉시 철폐됐고, 기준관세율 45%인 키위도 칠레산 0%·호주산 0%(5~10월)가 적용된다.    

주목할 점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각국과의 FTA를 체결하면서 농축산물 양허품목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관세를 철폐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다는 것. FTA 발효 후 이행기간이 진행될수록 관세율을 낮아진다는 뜻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농업분야 FTA 국내보안대책은 발효일로부터 통상 10년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대책 중 한·미FTA 대책은 지난 2017년으로 추진기간이 만료됐고, 한·EU FTA 대책은 2020년에 끝난다. 이어지는 한·영연방 FTA 대책은 2024년에, 한·중/한·베트남 FTA 대책은 2025년에 기간이 만료된다. 사실상 주요 대책은 앞으로 5년 뒤에 마무리 된다는 뜻.

또 FTA피해보전직불과 폐업지원대책도 한·중 FTA 발효를 기준으로 피해보전직불제는 10년, 폐업지원제는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한·중 FTA가 발효된 건 지난 2016년 11월 1일이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개방이 더 가속되는 상황에서 앞선 15년의 상황을 비춰볼 때 앞으로 5년 내에 뭐가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최근 FTA 15주년을 기념해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도 ‘포용의 FTA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면서 '농업 등 FTA 피해 산업의 혁신과 전환을 지원해 새로운 활로를 찾도록 돕겠다’고 했다는데 어떤 지원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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