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수입액은 2.4배 늘어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한국의 첫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칠레 FTA가 지난 1일로 발효된 지 15년을 경과한 가운데 농식품 수입액이 2004년 대비 지난해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축산물과 과일·채소류의 수입액이 큰 폭으로 늘어 국내 농가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FTA 15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통상국내정책포럼’을 개최하면서 FTA를 더 확장하겠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후 한국은 지난 15년간 57개국과 총 16건의 FTA를 체결했다. 이중 52개국에 대해서는 FTA가 발효 중이고, 파나마·코스타리카·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 등 중미 5개국과의 FTA는 협상을 타결하고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 같은 FTA 체결로 인해 한국은 지난해 세계 7번째로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하는 한편,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77%에 해당하는 FTA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을 지나면서 국내 농축산업은 피폐해질 데로 피폐해 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난 2004년 146억달러이던 농식품 수입액은 지난해 353억원으로 2.4배나 늘어났고, FTA로 인한 직접피해만 보전해주는 FTA피해보전직불과 폐업지원 품목도 각각 19개·14개나 발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외국산 농식품 수입 증가에 대해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04년 대비 2018년 수출 증가액은 40억달러 수준이고, 이중 신선농식품 수출 증가액은 5억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농식품 수입액은 207억달러 늘었고, 신선농식품 수입액은 142억달러나 늘었다.

정부는 현재 한·중·일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해 에콰도르, 이스라엘, 메르코스, 인도네시아와의 FTA 협상을, 한·아세안 FTA와 한·인도 FTA, 한·칠레 FTA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을 더욱 심화시키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에서는 농업에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FTA도 감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일례로 “쇠고기는 수입 증가로 인해 국내 자급율이 30%대로 떨어졌고, 두 번이나 폐업보상이 이뤄진 포도는 생산량이 반토막 났다”고 지적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또 “FTA는 발효 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관세율이 떨어지거나 저율할당관세 물량이 늘어나게 협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농업부문 FTA 대책은 추진기간이 정해져 있는데다 그것도 대부분 융자방식으로 지원하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갚아야 할 빚”이라면서 “생산비도 보장되지 않는 농축산물 가격결정구조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제고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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