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기재부, 소득세법 개정안 마련
값싼 수입산 농축액 사용해도
시설기준 완화·세제혜택 받아
국산 농산물 사용 조건에 허가
지역특산주업계 피해 클 듯


정부가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소규모주류제조면허’ 대상에 과실주를 포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값싼 수입산 원료로 과실주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포도와 사과 등 국산농산물로 ‘지역특산주’를 생산해온 농민들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1개 개정세법의 위임사항 등을 규정하기 위해 소득세법 시행령 등 21개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히면서,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소규모주류제조면허’ 대상에 과실주를 포함했다고 밝혔다. 소규모주류 창업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탁주와 약주, 청주 및 맥주에만 발급돼 온 소규모주류제조면허 대상에 과실주를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 과실주 제조자에 대해 제조장 시설기준이 완화되고, 특정주류도매업(종합주류도매업에 접근하기 어려운 주류를 지원하기 위한 주류 유통망)을 통한 유통이 허용될 예정이다.

기재부의 기대와 달리, 지역특산주를 생산하는 농민들과 농업회사법인은 피해가 우려되는 정도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탁상행정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농민주면허’로 불리는 지역특산주제조면허는 자가로 생산하거나 인근 시군의 농산물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시설기준 완화 및 세제혜택을 주고 있는 반면, 소규모주류제조면허의 경우 값싼 수입산 원료를 사용해도 시설기준 완화와 세제혜택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특산주가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한국와인생산협회 정제민 부회장은 “현재 활발하게 생산되는 지역특산주 260여개 중 100여개가 과실주로, 대부분 연간 2~3톤 정도를 생산하는 영세한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지역특산주는 과일을 착즙하는 등의 별도 시설이 필요한데, 소규모주류는 값싼 수입산 농축액을 사용할 경우 시설투자도 필요없고, 손쉽게 다양한 과실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국산농산물을 사용하는 지역특산주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이는 당초 국산농산물 사용 촉진이라는 지역특산주제조면허의 취지와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역특산주 업계는 기재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정제민 부회장은 “이번 규제개혁과 관련해 사전에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했다. 사실 맥주는 99%가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고, 탁주와 약주, 청주 등도 쌀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농업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과실주는 차원이 다르다”며 “농식품부 이동필 장관 당시, 쌀 소비를 늘려보자는 취지에서 소규모주류면허에 탁주와 약주, 청주를 포함시켰지만, 과실주를 넣지 않은 건 수입산 농축액의 위험성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규모주류제조면허 대상에 과실주를 포함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지역특산주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1월 29일까지이며, 차관회의·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2월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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