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생육 악화 속 생산비 올랐지만 
농산물값은 하락 ‘이중 삼중고’

지속 한파…과일산지 엄습
기록적 폭염 이어지면서
새벽잠 쪼개 물대기 등 몸살

산지 신음에도 정부·언론 외면
물가상승 주범으로 내몰아 
소비 확대 찬물 ‘분통’


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세밑, 그러나 농산물 산지에선 기록적인 폭염 등 변화무쌍했던 날씨 속에 어느 해보다 힘들었던 한해로 올해를 각인시키고 있다. 생산비는 유독 많이 투입된 반면 농산물 가격은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산지 농가들을 더 힘들게 했던 건 농산물을 물가 상승의 원흉으로 보고 있는 언론의 보도 행태와 정부의 무관심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 지구온난화 등으로 앞으로 궂은 날씨에 따른 산지 어려움은 더 잦아지고 가중될 수 있기에 올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산지의 외침도 들리고 있다. 그래서 힘들었던, 또 아팠던 일이 많았던 올해 산지 상황을 되돌아봤다.

시작은 한파였다. 1~2월 지속적인 한파가 과일산지를 엄습했다. 또 초봄까지도 저온 현상은 계속됐다. 이로 인해 과수 밑동이나 가지, 꽃눈 등이 동해를 입은 피해가 속출했고, 이 영향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가을 대다수 품목의 과일 수확량이 줄어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에 나올 저장과일 양이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채소도 산지 피해는 컸다. 초여름을 전후해 나오는 양파와 마늘의 올해 재배면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보다 생산량이 덜 나온 주된 이유가 저온 등으로 인해 양파와 마늘의 작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파와 마늘 역시 저장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 봄 햇 물량이 출하되기 전까지 저장력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절정은 폭염이었다. 110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여름철 내내 장기화되면서 산지의 어려움은 극에 달했다. 특히 여름철 주산지인 고랭지의 경우 새벽에 물대기부터 비료 시비 등 농가들은 몸과 마음은 물론 생산비 상승 속에 금전적으로도 힘든 날들을 보내야했다.

이 시기 일부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자 이를 추석이나 김장 물가와 연계시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소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는 추석과 김장 대목장 농산물 시세 하락이라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생산비는 많이 투입된 반면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농가에서 받는 충격은 유독 클 수밖에 없었다.

여름철 이후에도 늦여름 태풍, 가을철 우박, 초겨울 평년을 웃도는 기온 등 올해 날씨는 연중 산지 기대를 저버렸다. 또한 최근 빈번한 미세먼지도 일조량 감소 등 농산물 생육에 상당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산지에선 정부 대책에도 거리감을 느꼈다. 특히 감자 TRQ(저율관세할당) 물량 증대와 함께 김장철 비교적 가격이 높았던 건고추는 비축 물량을 신속히 방출했던 것과 달리 가격이 낮았던 배추와 무 대책은 뒤늦게 나온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궂은 날씨와 농산물 가격에 대한 편향된 시선이 산지 농가를 가장 힘들게 했지만 이외에도 올해 농가들은 여러 부침을 겪었다. 농자재비 상승, 최저 임금 인상 등 산지 생산 제반 요건이 좋지 못하게 흘러가며 공선출하회 조직 위축 등 여러 파생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한해 계속됐던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를 전화위복,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품종 선택에서부터 연작 문제 개선, 관수 시설을 비롯한 산지 기반 정비 등 이상기후에 따른 산지 생육 과정에서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때 이상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을 때에도 관심을 갖고 신속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산지의 바람이다.

정만기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장은 “여름철 고랭지 출하 시기엔 폭염으로 생산비가 유독 많이 들어가는 등 고생이 컸던 반면 폭염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로 정부와 언론은 농산물 가격 상승에만 초점을 맞췄다. 반면 김장철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낮은 시세 속에 최악의 상황까지 흘러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늦고 다수의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며 “올해를 교훈삼아 앞으로는 생산기반 정비부터 정부의 선제적 대책 마련까지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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