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 발표
‘국산콩 두부, 수입산의 2.8배’
언론은 가격만 단순비교 보도
수입산 GMO 포함여부 등 무시
국산콩생산자단체 강력 반발


정부 산하기관과 다수 언론에 의해 합작된 ‘국산 콩’과 ‘수입산 콩’ 두부의 단순 가격 비교에 국산 콩 재배농가가 반발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맞는 콩 수확기이기에 반발의 강도는 더욱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4일 국산과 수입산 콩을 활용한 주요 두부 시험·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언론엔 10일 조간부터 사용해달라고 전했다. 소비자원은 국산 콩 10개, 수입산 콩 7개 등 17개 제품에 대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등의 품질과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 함량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각 제품의 가격을 공개하며 원산지별 두부의 영양성분 함량은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공지했다.

이를 10일 보도 시점부터 다수의 언론에서 ‘국산과 수입산 콩 두부 가격차 2.8배’ 등 가격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 시작했다. 15일 현재 54개 언론에서 이런 식으로 보도됐다고 콩 생산자단체인 한국국산콩생산자협회는 보고 있다.

수확기에, 그것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논 타작물 전환 시책으로 콩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한 시점에 이 소식을 접한 콩 농가는 ‘날벼락을 맞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이번 소비자원의 발표에선 수입산 제품에 유전자변형(GMO) 콩이 들어갔는지 유무는 무시한 채 ‘조사대상 전 제품이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적합하다’는 내용만을 알렸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콩 재배농가들은 국산 콩의 재배 과정이나 생산 원가, 산지 특성, 국내산 가치 등은 완전히 배제한 채 단순 가격만 비교한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콩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16.8% 증가한 5만3229ha로 추정되는 등 올해 국산 콩은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확대 시책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엔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 등 작황이 좋지 못해 생산비도 많이 투입됐다. 이에 어느 해 수확기보다 수취가 보전 및 판로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콩 재배 농가는 이번 사태를 보며 가슴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협회장은 “수십 개 언론이 자극적인 보도만을 일삼고 있다. 수확기에, 더욱이 유독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생산비는 상승한 이 시점에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소비자원이 왜 이 같은 발표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도 되지 않는다”며 “콩만이 아니라 어느 농축산물도 국내산이 더 가치를 인정받기에 가격도 높을 수 있는 데 이런 부분은 다 배제하고, 유전자변형농산물 첨가 여부도 무시한 채 단순 가격 비교만을 늘어놓는 소비자원과 언론의 발표 행태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비자원을 항의 방문하고, 잘못이 시정되지 않으면 집회까지 계획하겠다”며 “이 문제는 우리 콩 농가만이 아니라 타 품목 관계자나 농식품부, 농협 등 국내산 농산물 소비를 장려하는 기관에서도 나서야 할 상당히 문제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농가의 반발에 안타깝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소비자 정보 제공 목적이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언론에서) 단순히 한 방향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만 원에선 콩 원산지 유무나 원료 자체의 문제가 아닌 영양성분 관점에서 보고 그 점을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분석했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유전자변형과 관련해선 수입산 두부가 이를 재료로 사용했는지가 아닌 표시기준에 적합한 부분만 검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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