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은 제2의 주식이다. 2016년 기준 1인당 밀 소비량은 연간 32.1㎏로 쌀(61.9㎏) 다음으로 많고, 연간 수입되는 식용밀은 230만톤이 넘는다. 그런데 우리밀은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사)국산밀산업협회는 2018년 생산량을 절반 이상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감소 등으로 인해 1만8000톤의 우리밀 재고가 쌓여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산밀산업협회 소속 회원사들의 연간 소비량이 1만3000톤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치가 넘는 재고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식습관의 변화로 밀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정작 우리밀 1~2만톤을 소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제분회사와 식품기업들이 우리밀을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제분회사와 식품기업들은 무관세로 들어오는 값싼 수입밀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이제는 제분회사와 식품기업들이 무관세로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우리밀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우리밀농협 김태완 상무는 “연간 수입되는 밀이 230만톤이 넘는데, 우리밀 1~2만톤을 소비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민간 차원에서 진행된 우리밀 살리기가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며 “제분회사와 식품기업들이 사용하는 수입밀의 일정량을 우리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밀 세상을 여는 사람들’은 우리밀과 수입밀의 혼합제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송동흠 운영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자국산 밀 생산량이 연간 80만~100만 톤에 달하는데, 그 중 60% 이상이 수입밀과 혼합 이용하는 형태이며, 자국산 100% 이용 제품 논의는 비교적 최근 일"이라며 "최소 20~30년 이상에 걸친 품종개발 등 국가차원의 큰 투자와 집중적 노력이 이 같은 변화를 가져오는 밑천이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밀과 수입밀 혼합이 밀가루 고유 특성을 헤칠 우려는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수입밀과 혼합을 통해 우리밀 재고를 털 필요가 있다”며 "다만 혼합 밀은 엄연한 수입밀로, 100% 우리밀과는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우리밀 자급률은 0.8%(잠정)로, 2016년 기준 1.8%에 비해 1%나 하락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우리밀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이기노 식품팀 기자 leekn@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