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폭염 피해 철원 임연재 씨

▲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에서 3만3000㎡(약 1만평) 규모의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임연재 씨가 자신의 인삼밭에서 누렇게 말라죽은 2년근 잎을 살펴보고 있다.

인삼밭 온도 41도까지 올라
은박지 차광막도 무용지물
잎 타들어가는 ‘엽소현상’
저년근 중심으로 피해 커

내년도 묘삼 가격 폭등 조짐
750그램에 12만원 넘을 듯

"고려인삼 명맥 유지 위해
폭염피해 연구·보상 이뤄져야"


“이런 폭염은 정말 처음입니다.”

지난 9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 18년차 베테랑 인삼 농사꾼인 임연재(47) 씨가 혀를 내둘렀다. 최근 한 달 가까이 지속된 폭염으로 대부분의 인삼 잎이 누렇게 말라죽었기 때문이다. 은박지 재질의 두꺼운 차광막도 잎이 타들어가는 ‘엽소현상’을 막지 못했다. 특히 잎이 작은 저년근 인삼밭의 피해가 컸다.

임 씨는 “보통은 더웠다가도 비가 오면 좀 나아지곤 했는데, 올해는 정말 최악의 폭염이다. 인삼밭의 온도가 41도까지 올라 한마디로 속수무책이었다”며 “2년근 잎은 80% 가까이 타버렸고, 3년근도 50% 이상 엽소현상이 나타났다. 지금부터 10월까지 한창 뿌리가 커야 되는데, 잎이 말라죽어 생육장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묘삼 피해도 매우 심각해 내년도 인삼농사의 차질도 우려된다. 임 씨는 “인삼은 예정지 관리 2년을 포함해 총 7년 농사를 지어야 된다. 내년에 삼을 안 심으면 5년 뒤 소득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폭염피해를 입은 묘삼의 품질을 생각하면 5년 뒤 대풍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심지어 내년에 삼을 못 심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폭염피해가 발생하면서 내년도 묘삼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 씨는 “묘삼의 경우 자가로 하는 경우 폭염피해로 인해 무조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묘삼업자들도 벌써부터 내년에 줄게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보통 1년생 인삼묘삼 1채(750그램)에 6만~7만원 정도 하는데, 내년에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2만원도 넘을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품질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중앙회 등에서 피해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잎이 타들어가긴 했지만, 땅속에 묻혀 있는 인삼 뿌리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인삼농가들이 폭염 피해에 특히 시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 씨는 “올해 폭염피해로 3~4년 후 수확감소가 불 보듯 뻔하지만, 피해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인삼 같은 경우 뿌리 따로 시설 따로 재해보험을 드는데, 폭염피해 사례가 많지 않은데다 뿌리 자체는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삼의 폭염피해와 관련된 연구 데이터가 없다보니 재해보상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인삼6년근경작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한 임 씨는 고려인삼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폭염피해와 관련된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기상여건은 계속 안 좋아질 텐데, 지금이라도 폭염으로 잎이 타들어갔을 때 인삼 생육과 수확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며 “폭염으로 인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저품질의 묘삼을 심게 되면, 결국 고려인삼의 명맥도 끊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여 임 씨는 “몇 년 전 농촌진흥청에서 인삼 고온피해 경감제인 이소프렌 화합물을 개발했지만 아직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폭염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재배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정채현 주무관은 “현재 지자체와 농진청을 통해 인삼농가의 폭염 피해상황을 집계하고 있는데, 8월 13일 기준으로 전국적인 피해규모는 446ha로 파악되고 있다”며 “저년근의 경우 뿌리가 완전히 고사하면 대파대를 지급하도록 하고, 이외에 생육 부진에 대해선 농약대를 지급하는 등 피해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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