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보고서가 9일 청문회가 끝난 직후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선 야당 일부에서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추궁하기도 했으나, 여야 전반적으로 농업·농촌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는 판단 속에 지난 5개월여 간의 장관 공석 사태를 신속하게 매듭지으려는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이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청년농업인 육성 △직불제 개편 등 쌀 산업의 틀 근본적 전환 △농촌을 쉼터이자 일자리로 조성 △생산단계의 농축산물 안전 관리 등 4가지를 지상과제로 꼽았다.


#중요 농업 현안과 이에 대한 입장은

쌀값, 농민 만족 수준 접근 우선

농민 소득보장 초점 직불제 개편

농업 예산은 농민들의 자존심
증액 위해 다각적 노력 약속

미허가 축사 실질적 대안 도출 
PLS 시행 문제점 살펴 볼 것



▲쌀 목표가격 재설정 등 쌀 문제=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 중 하나가 쌀 문제였다. 특히 올해 안까지 목표가격을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보자가 쌀 목표가격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는 여야 청문위원들의 질의가 많았다. 현행 목표가격은 18만8000원이다.

이 후보자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9만4000원 정도가 얘기되고 있는데, 목표가격이 그 이상이 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주홍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자 인사청문회 위원장은 “목표가격이 19만4000원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는 말씀은 고무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때 21만원을 약속했다. 국회에 정부 안을 제출할 때 목표가격 앞자리에 ‘2’를 적어서 제출해 달라”며 20만원대의 목표가격 설정을 주문했다.

특히 쌀 가격과 관련해 유독 소신 발언이 많았다. 이 후보자는 “현재 쌀값이 17만8000원까지 올라갔는데, 저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쌀값이 가장 높을 때인 단경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쌀값이 비싸다는 데 대해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 사이에 협상은 있을 수 있다. 농식품부 입장에선 우선은 산지가격이 농민들이 만족하는 수준까지 접근하는 게 우선이며, 시장가격은 물가당국과 협의해 나가면서 농식품부 차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직불제 개편과 관련해 이 후보자는 “직불금은 반드시 공익형으로 개정돼야 한다”며 “농업계 일각에서 논의되는 기초소득보장제와 농민연금도 같이 고려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장관에 취임한다면 연구용역을 통해 직불금 체제를 농민들의 소득보장 측면에 맞춰 개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한 소신도 눈에 띄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강원 속초고성양양) 의원이 이 후보자가 국회에서 밥쌀 수입 중단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해당 입장을 묻자 “밥쌀용 쌀 수입은 안 된다는 게 개인적인 소신이다. 장관이 되면 전반적으로 고려해 나가겠다”며 “결의안 낼 때의 그 결기를 꼭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다른 질의에 대해 “가급적이면 밥쌀용 쌀이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농업 예산 확대=내년도 농업 예산 확대를 위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의도 많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이 올해보다 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체 예산은 6.8% 증가한 것과 비교되며 ‘농업 홀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농업 예산은 반드시 증액시켜야 한다. 이는 농민들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장관이 되면 제일 먼저 예산 부처로 달려가 농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필요하다면 강력한 요구를 할 생각이며, 예산 증액 노력을 다각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 경험을 바탕으로 농해수위에서 힘을 보태주시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부탁했다.

▲미허가 축사 적법화 후속조치=축산 농가들이 미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한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할 기한이 9월 24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를 포함한 적법화 후속조치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묻는 질의도 많았다. 물리적으로 측량 소요시간 등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출기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연기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9월 24일이라는 제출기한을 당장 연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회에서 의결까지 한 사안이기 때문”이라며 “남은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축산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농작물 재해보험 확대=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재해보험 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올해 폭염 피해가 커지면서 이를 국가 재난에 포함하는 관련 법안을 당정이 내놓으면서 이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질의가 있었다. 

이 후보자는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는 상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재해보험, 특히 특약보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약 사항이다 보니 농민들도 잘 모르고, 보상 범위도 국한돼 있는데, 이런 부분을 주보험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경북과 경남 지역에 폭염으로 인한 과수 피해가 심각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취임하면 휴일이라도 가장 먼저 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농약PLS 제도도 이미 현장에서 많은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문회장에서도 관련 대책에 대한 주문이 이어졌다. 정운천 바른미래당(전북 전주을) 의원은 PLS(Positive List System)의 영문 P의 약자를 ‘Pain’(고통)이라고 말하며 “PLS제도는 농민에게 유용한 제도가 아닌 농민에게 고통을 주는 책상머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관계부처들이 PLS 시행과 관련해 8월 6일 보완 대책을 내놨다”며 “추가적으로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말/말/말

“다음 총선에 출마할 것인가?”
○“다음 총선 출마하시냐. 장관 임기 얼마로 보고 있나”…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의 농업 홀대를 부각시키며 한 질의. 이 의원은 “전임 김영록 장관은 8개월 장관직 하시다 출마하시고, 이번 장관은 다음 총선 출마하게 되면 최대 1년 반 정도 하게 되는데 이게 정부의 바람직한 농정 철학이냐”라고 비판.

“국무회의서 농민의 입장 대변해줘야"
○“국무회의에서 농민의 입장 대변해줘야 한다”…김종회 민주평화당(전북 김제부안) 의원이 농식품부 장관직 공석의 장기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한 말. 김 의원은 “농식품부 장관은 농민의 아버지인 격이라고 생각한다. 5개월 동안 자리를 비웠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해 달라”고 주문.

"농식품부, 중장기 계획 수립 소홀"
○“농식품부, 현안 해결 치중하느라 중장기 계획 수립 소홀”…손금주 무소속(전남 나주화순) 의원이 농업·농촌 분야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부재함을 언급하며 지적. 손 의원은 이어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농민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면서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후보자의 애정은 충분히 알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강조.

"이전엔 농어업수석실도 있었는데…"
○…“이전 민주 정부에선 농어업수석실도 있었고, 특별위원회도 있었는데”…오영훈 더불어민주당(제주 제주을) 의원이 농정 개혁의 대전환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당부하며 한 말. 오 의원은 “현재 농어업비서관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배치돼 있다. 농업농촌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려면 수석실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

“스마트팜 혁신밸리, 타당성 조사를”
○“스마트팜 혁신밸리, 예비 타당성 조사하시라”…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의 문제점을 들며 이같이 지적. 김 의원은 “시설원예산업은 면적과 생산량이 줄어들며 침체되는 시점인데, 여기에 수천억원을 들이겠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며 “더욱이 예비 타당성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 이에 대해 이개호 후보자는 “보조사업 적정성 심사로 대체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

이진우·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현장에서
‘농정 홀대’ ‘농업 패싱’ 우려부터 수습해야


공백 148일째…여야 신속 처리
농민 중심 농정개혁 속도 내길


큰 이변은 없었다. “현역 불패”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9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인사청문회는 오후 5시 30분이 못 돼 끝났고, 이후 여야 간사단 회의를 거쳐 결과보고서가 곧바로 채택됐다. 3월 14일 김영록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 이날은 정확히 148일째였다. 5개월 동안의 장관직 공석 속에 치러진 청문회는 휴회 및 정회 시간을 빼면 5시간 30분여 만에 끝이 났고, 여야 합의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해결이 시급한 농업·농촌 관련 현안이 적지 않는 현실 속에 더 이상 장관 공백이 지속돼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만희 자유한국당(경북 영천청도) 의원이 이날 청문회에서 지적한 것처럼 농식품부 장관이 부재한 지난 5개월 동안 농정 당국은 차관을 중심으로 애를 썼지만, 타 부처와 관련된 현안에선 만족스러운 대응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미FTA 재협상(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미허가축사 적법화(환경부), 최저임금(고용노동부), 태양광발전(산업통상자원부), 예산(기획재정부), PLS(식품의약품안전처) 등 타부처와 연계된 굵직굵직한 이슈들은 여전히 논란이 계속 되고 있고, 농심을 할퀴고 있다.

오죽하면 황주홍 위원장이 이날 청문회 시작에 앞서 “5개월이 넘도록 장관이 공석인 일은 유례가 없다”며 “외교부나 교육부, 국방부 장관 자리도 이렇게 오래 비워둘 수 있었겠나. 그만큼 더욱 공명정대한 인사 청문이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신임 장관이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공백 장기화 여파로 팽배해진 정부의 ‘농정 홀대’, ‘농업 패싱’ 우려를 수습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따뜻한 말과 위로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정책과 예산 등 가시적인 성과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개호 신임 장관의 좌우명 중 하나가 ‘화이부동’이라고 한다. 말에 깃들어있는 ‘포용’의 덕도 중요하지만, 숱한 과제가 겹겹이 쌓여있는 농촌·농업 현장에는 농민 중심의 농정 개혁 철학과 이를 끌고 나갈 뚝심 있는 추진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10일 이 장관은 취임 직후 폭염 피해가 큰 경남 거창의 과수 농가를 찾아갔다. 청문회 때 말한 약속 하나를 지켰다.

그러나 계절마다, 또 매년 피해를 입는 농업·농촌 현장은 불행히도 수없이 많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불가피하다. 이런 반복의 굴레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농정의 틀을 바꾸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난 5개월 동안 신임 장관을 기다려온 이 땅의 농업인들을 위해 그가 해야 할 역할이자 사명이다. 인사청문회에 임하며 되돌아봤을 초심과 소신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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