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홍삼 낮은 수출가격 근거로
현지 바이어, 가격인하 요구
A업체 5억 상당 수출계약 보류 

지난해 말 '절삼' 19톤 수출때
A·B등급 섞어 벌크로 보내
수출가 하락 부정적 영향 초래
진상규명·재발방지 대책 시급


농협홍삼이 지난해 말 중국시장에 덤핑수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지 바이어들이 농협홍삼의 수출가격을 근거로 국내 홍삼수출업체에 추가적인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봉합되면서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인삼업계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홍삼을 수출하는 A업체는 최근 50만달러(한화 약 5억3000만원) 상당의 중국 수출계약이 보류됐다. 지난해 12월 선적 스케줄까지 받아놓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수출이 중단된 것이다. 이유는 농협홍삼의 낮은 수출가격이었다. A업체 대표는 “사드 문제가 풀려서 수출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수출이 보류됐고, 나중에 알고 보니 농협홍삼이 덤핑수출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실을 보고 파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농협이 덤핑수출을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홍삼은 지난해 말 중국에 원형삼(뿌리삼) 중 등급이 가장 낮은 ‘절삼’ 19톤을 수출했다. 가격은 근당(600g) 9만8000원. 당시 시세를 고려하면 정상적인 수출이었다는 게 농협홍삼 측의 주장이다. 농협홍삼 관계자는 “중국 내 소비감소와 사드문제 등으로 이미 홍삼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고, 일부 바이어들은 우리가 제시한 가격이 비싸다며 거래를 포기할 정도였다”며 “중국 현지마진과 수출제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절삼의 수출 예상가는 7만2000원에서 10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덤핑수출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출방식이다. 농협홍삼의 경우 벌크 형태로 절삼을 수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A등급과 B등급의 절삼을 섞어서 수출한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 내에서 선별 및 재포장이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수출가격이 낮아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협홍삼 측은 “홍삼도 농산품이기 때문에 시세가 정확하진 않은데, 2012~2015년산 묵은 재고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B등급을 같이 수출해 일부 가격이 낮아진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바이어가 안 사려고 하는 B등급을 협상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농협의 경우 농가와의 계약재배로 안 좋은 등급의 인삼도 전량 수매를 하다 보니 B등급 재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삼수출 업계는 농협홍삼의 이 같은 수출방식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농협홍삼은 나쁜 등급의 절삼을 섞어서 싸게 팔았다고 하지만 중국 바이어들은 등급 얘기는 안 한다. 그냥 농협홍삼이 저렴한 가격에 들어왔으니 수출가격을 낮추라고만 하기 때문에 절삼은 물론 다른 등급의 원형삼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무엇보다 농협홍삼은 중국에선 정부 단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곳에서 재고처리를 위해 품질이 나쁜 홍삼을 싸게 팔았다는 건 우리나라 고려인삼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것이며, 수출장려 정책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농협홍삼 제품의 샘플을 구해 확인해보니 근당 15만원은 받을 수 있는 A등급이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협홍삼이 재고소진을 위해 무리하게 수출을 진행했고, 농협중앙회가 손실을 보전해 준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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