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기준이자 정부의 수급대책 마련에 중요한 잣대가 될 통계청의 농산물 평년 생산량 조사치가 농가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품목의 최근 5년간 생산량이 8만톤 미만이 생산된 적이 없음에도 통계청의 논리라면 최근 5년 생산 동향을 적용하는 평년 생산량이 7만톤이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통계 전문가들은 산정 방식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고, 재배면적 조사에 대한 기관 간 현격한 통계 차이 등 농업계에선 계속되는 농산물 통계의 문제 제기와 함께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고추 생산량
해마다 8만톤 웃도는데도
평년 생산량 7만톤으로 산출

참깨 평년 생산량은
1만3700톤으로 나온 반면
최대 생산량 1만3600톤 그쳐

단수는 평년 단수 적용하면서
재배면적은 당해년도 기준 도출 
전문가 “산정방식문제” 지적
농산물 통계 근본 개선 필요


▲통계청의 평년 생산량 조사=통계청은 지난달 24일 ‘2017년 고추, 참깨 생산량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고추 생산량은 5만5700톤으로 지난해의 8만5500톤보다 34.8%, 평년의 7만1900톤보다는 22.5% 줄어들었다. 지난해보다는 줄어든 폭이 크지만 통계의 기준이 될 평년과 비교해서는 감소 폭이 완만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평년 생산량을 적용하는 해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고추의 생산량이 7만1900톤을 밑돈 적이 없다. 2012년엔 10만4100톤, 2013년엔 11만7800톤, 2014년엔 8만5100톤, 2015년엔 9만7700톤, 2016년엔 8만5500톤이 생산됐다. 단 한해도 7만1900톤보다 적게 생산된 해가 없지만 평년 생산량은 7만1900톤이 돼 버렸다.

이날 같이 발표된 참깨도 2012년 9700톤, 2013년 1만2400톤, 2014년 1만2200톤, 2015년 1만1700톤, 2016년 1만3600톤이 생산됐지만 평년 생산량은 그 어느 해도 넘어서지 못했던 1만3700톤으로 나왔다. 

비단 이번 고추와 참깨 생산량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17일 통계청의 ‘2017년 쌀 예상생산량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쌀 총 생산량은 396만톤으로 평년의 394만톤보다 0.5%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2012년 401만톤, 2013년 423만톤, 2014년 424만톤, 2015년 433만톤, 2016년 420만톤 등 최근 5년간 쌀 생산량이 통계청의 평년 생산량인 394만톤을 밑돈 해가 없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평년 생산량을 결정하는 데 활용하는 재배면적을 올해 면적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평년 생산량을 구할 때 단수(10a당 생산량)는 최근 5개년 중 최고와 최저 연도의 수량을 제외한 평균 단수로 정하고 재배면적은 올해 재배면적 추정치를 적용하고 있다”며 “재배면적은 매년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올해 면적을 적용한다. 예전부터 계속해서 이렇게 적용을 했고, 타 부처와 기관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통계청 산정방식 오류 문제 제기=통계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산정 방식에 분명한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다. 농업 분야에서 통상 평균을 구하는 방식은 이른바 ‘올림픽 평균 방식’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는 5년 간의 평균이라고 하면 5년 사이에 최고와 최저를 제외한 3개년의 평균을 구하는 것이다. 통계청도 보통 단수라고 말하는 10a당 생산량을 이러한 방식으로 구했다.

이를 적용하면 평년의 생산량을 구하는 산정 방식은 평년의 재배면적을 도출하고, 같은 방식으로 평년의 단수를 추정한 다음 이를 곱해서 생산량을 추정한다. 이를 통계청 자료에 적용하면 고추 평년 생산량은 평년 단수(10a당 생산량)인 254kg과 평년 재배면적인 3만866ha를 곱해서 추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평년 고추 생산량은 9만8000톤이 된다. 이 결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건고추 생산량을 추정한 결과와 같다.

그러나 통계청이 단수는 평년을 적용하면서 재배면적은 당해 연도를 곱해 평년 생산량을 도출하는 건 사실상 통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통계 전문가는 “재매면적은 매년 변화가 있다. 그 변화를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 평년의 재배면적을 구하고 평년 단수를 적용해 생산량을 도출하는데 통계청의 방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계청의 평년 생산량 산정 방식에 있어 오류를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농산물 수급과 관련된 여러 결정과 정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평년 생산량은 적정 생산량 재배면적을 구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고, 농산물 생산에 있어 물량이 얼마나 줄고 늘었느냐의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수급정책에도 일정 부문 감안이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지만 (통계청의 평년 생산량 오류가) 수급상황 판단에 오해를 줄 소지는 분명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계 전문가는 “통계청의 통계 결과는 국가의 공식 통계이기 때문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평년 생산량 산출 방식과 결과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농산물 통계 손봐야=이번 통계청의 평년 생산량 조사 이외에도 농산물 통계에 대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통계청의 배추와 무, 마늘과 양파 등 민감 품목의 재배면적 조사차이다.

실제 2017년산 마늘·양파 재배면적 조사 결과를 보면 통계청은 4월말 올해 마늘은 2만4864ha에서 재배돼 평년의 2만4831ha와 비슷하고, 지난해의 2만795ha보다는 19.8% 증가할 것으로 발표했다. 반면 농경연은 4월초 마늘 재배면적이 지난해와 평년의 중간 지점인 2만2220ha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양파도 통계청은 1만9538ha, 농경연은 1만7960ha로 조사해 큰 차이를 보였다.

농업계에선 이번 기회에 수급 대응 등 농산물, 더 나아가 정책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농산물 통계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평년 생산량과의 비교, 정확한 재배면적 등 농산물 통계는 농산물 산업 정책은 물론 농업정책을 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도구이자 기준점이다”며 “기관 간 통계결과가 엇갈리고, 또 이용자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평년 생산량을 쓰는 등 농산물 통계에 대한 여러 문제점과 오류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 정확한 통계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새 정부에서의 농정도 역대 농정과 다르지 않게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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