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발표 평년 생산량
실제 생산량보다 낮게 산출
전문가 “산정방식 오류 탓”


매년 8만톤 이상이 생산됐는데 평년 생산량은 7만톤이 나올 수 있을까. 올해 재배면적에 평년 단수를 곱하면 올해 생산량 예상치가 아닌 평년 생산량이 될 수 있을까. 통계청의 논리대로라면 가능한 일이다. 반면 통계의 기준이자 농산물 수급 대책 등의 중요한 잣대가 될 통계청의 농산물 평년 생산량 산정에 대해 농가와 통계 이용자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내놓은 ‘2017년 고추, 참깨 생산량 조사 결과’를 보면 고추의 경우 2012년 10만4100톤, 2013년 11만7800톤, 2014년 8만51000톤, 2015년 9만7700톤, 2016년 8만5500톤이 생산됐다. 최근 5년간 8만톤 밑으로 생산된 적이 한 차례도 없었지만 통계청의 고추 평년 생산량은 7만1900톤이다. 참깨도 평년 생산량은 1만3700톤으로 제시됐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어느 해도 생산량이 1만3700톤을 넘어서지 못했다. 

주식인 쌀도 마찬가지. 10월 17일 통계청의 ‘2017년 쌀 예상생산량 조사 결과’에서 올해 쌀 총 생산량은 396만톤으로 평년의 394만톤보다 0.5%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012년 401만톤, 2013년 423만톤, 2014년 424만톤, 2015년 433만톤, 2016년 420만톤 등 최근 5년 모두 쌀 생산량이 평년 생산량인 394만톤보다 많았다. 언론에선 올해 쌀 생산량은 평년보다 적어 쌀값이 어느 정도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할 수 있지만 통계청의 통계대로라면 올해 쌀 생산량은 평년보다 늘어 쌀값을 잡아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평년 생산량을 구할 때 면적은 올해 재배면적으로 한다. 평년 재배면적이란 것이 없기 때문이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렇게 해왔다”며 “타 부처와 기관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계를 접하는 농가와 통계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평년 생산량 산정은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통계청이 단수는 평년을 적용하면서 재배면적은 당해 연도를 곱해 평년 생산량을 도출하는 건 사실상 통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통계청의 평년 생산량은 평년의 단수가 올해 나온다면 생산될 수 있는 생산량 가능치나 예상치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평년 생산량은 적정 생산량 재배면적을 구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뿐더러 정부의 수급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농가와 통계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없는 평년 생산량 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번 평년 생산량 산정뿐만 아니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통계청의 주요 민감 품목에 대한 현격한 재배면적 조사 차이 등 농산물 통계에 대한 불신은 이어지고 있다. 농업계에선 이제라도 농산물 통계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통계는 하나의 산업을 지탱하고 정책을 펴는 기준점이 되는 것인데 계속해서 불신이 쌓인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정확한 통계가 바탕이 되지 않고선 현 정부에서도 지난 정부의 잘못된 농정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에 이제라도 농산물 통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