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31일 전북도청 앞에서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와 쌀값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여농은 전국 9개 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오는 8월 23일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 및 ‘국회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여농 "성평등 사각 농어촌
여성농민이 주인된 정책 없어"

농식품부 "관련 정책 준비 중"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두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 등 여성농업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성평등 사각지대’인 농어촌 지역의 여성을 위한 정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여성내각 30% 달성’ 공약을 실현하는 등 성평등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터라 실망감도 큰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100대 국정과제 중 농정과제는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 조성 △농어업 소득안전망의 촘촘한 확충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기반 조성 △깨끗한 바다, 풍요로운 어장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른 실천과제 중 여성농업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정책은 영농·가사도우미 지원 확대 및 여성농어업인 대상 특화 건강검진 시범실시(2021년) 등이 전부다. 물론 여성가족부 주도의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란 국정과제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의 성평등 실현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게 여성농업계의 주장이다.

전여농은 지난 7월 21일 성명서를 통해 “여성농어업인 대상 특화 건강검진 시행이란 부분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를 포함한 여성농어업인육성법 개정과 같은 여성농민의 권리보장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며 “여성농민은 농민의 절반이고, 농업에서의 역할은 절반 그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성농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성평등 정책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성평등의 사각지대인 농어촌 지역의 여성농민을 위한 정책이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로 여성농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는 “그동안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은 도시여성 중심이라는 한계를 보여 왔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 등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농어촌 지역의 성평등 정책 추진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여가부에는 농촌이 없고, 농식품부에는 여성이 없는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며 “성평등 정책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여가부와 농식품부는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성평등 사각지대에 있는 농어촌지역 여성들을 위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따른 세부계획을 만들어 가는 단계로, 여성농업인관련 정책도 준비 중”이라며 “이번에 새롭게 추진되는 건강검진의 경우 내년에 연구용역을 실시해 여성농업인에게 발병률이 높은 질환을 우선 파악하고,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여농은 8월 2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전담부서 설치를 골자로 한 여성농어업인육성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 및 ‘국회 대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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