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악화 '말라가는 논밭'

▲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작황을 살피고 있다. 이들은 가뭄이 이어지면서 생산비가 증가해 ‘돈가뭄’까지 걱정하는 처지라고 하소연 했다.

#갈수록 더해가는 가뭄

평년비 저수율 50% 미만 저수지 312곳, 30% 미만 118개소
모내기 전국적으로 97% 진행…염해지역 긴급가뭄대책 추진


봄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들어 19일 현재까지 강수량이 187mm로 전년동기대비 절반에 머물면서 가뭄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수지의 평균저수율은 40%로 떨어졌고, 저수율 50% 미만 저수지 숫자도 3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농식품부 집계에서는 현재 가뭄영향을 밭고 있는 농경지 면적이 논 5200ha와 밭 1100ha 등 총 6300ha로 대부분의 지역은 물이 공급될 경우 작물소생이 가능하지만 당장 급수가 필요한 지역도 1700ha나 되는 것으로 집계된 상황이다. 특히 서산 간척지 등 염해피해가 발생한 지역이 1만2900ha로 가뭄영향과는 별도로 향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염도가 높아지면서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국 평균 저수율(주·보조수원공 3394개 기준)은 평균 40.6%로 평년 57.6%대비 70.5%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농업용수 사용은 늘었지만 비다운 비가 한 차례도 내리지 않으면서 저수지가 말라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평년대비 저수율이 50% 미만인 저수지가 312개소로 늘어나는 등 정부와 각 기관들의 단기 가뭄대책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19일 기준 주수원공 1852개소 중 평년대비 저수율이 50% 미만인 저수지가 총 312개소, 이중 30% 미만인 경우도 118개소로 크게 늘었다.

평년대비 50% 저수율을 보이는 저수지는 전남 120개·충남 76개·경남 37개·경기 34개 등이며, 30% 미만 저수율을 보이는 저수지는 전남 57개·충남 35개·경기 15개·경남 8개 등이다. 특히 한 달여 전인 지난 달 16일 기준 50% 미만 저수율을 기록한 저수지가 전국에 26개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올 봄 가뭄의 심각성을 짐작케 하고 있다.

모내기는 전국적으로 97%가량 진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공사에 따르면 공사관리 저수지 수혜면적 50만ha 중 지난 19일까지 모내기가 진행된 논은 총 49만ha로 집계됐다.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정부와 농어촌공사는 염해 피해지역과 바닥을 보이고 있는 주요 저수지에 대한 긴급가뭄대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경기의 경우 금광과 마둔지 수혜지역 농지의 경우 1차로 평택호에서 유천 집수암거에 물을 옮겨와 인근 390ha에 급수를 시작했으며, 2차로 유천 집수암거에서 진사보까지 물을 보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24일부터 급수를 할 예정이다.

경기 화성의 경우 지난 15일부터 화성시보에서 물을 끌어와 발안보에 급수 중이며, 남양호와 화성시보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해 이달 30일 급수예정이다. 경기 평택은 1차 진위천과 은산양수장과 진원간선지류간 송수관로를 설치 중인데, 일부 지역에 대해 26일부터 농업용수를 우선공급 할 예정이다.

염해피해가 심각한 충남 서산의 경우 기존 양수장 5개소와 비상펌프 30대 가동 중이다. 18일 현재 염도현황은 3788ppm으로 염해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며, 예비용 못자리 용수공급을 위해 살수차 6대가 운영된다. 부사호에 대해서도 9개소에 임시물막이를 설치하는 한편, 8개 관정을 이용해 담수를 공급 중이다. 비가 부족하게 내릴 것을 대비해 예비못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NH농협손해보험은 벼 재해보험 가입기간을 오는 30일까지 연장했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 벼 재배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 중 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경우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미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으며, 가입하더라도 보험업법과 손해보험상품 약관 상 무효처리가 된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지역별 상황은

경기도 저수지 평균 저수율 26.9%, 0%인 곳도 15곳 달해
밭작물 비중 큰 충북지역 피해 확산…파종조차 못해 발동동

전북 일부 논물마름·밭 시듦현상, 전남 섬 지역 식수난까지
경북 밭작물 피해 속출, 이달 초 단비 내린 제주도 해갈 안돼


가뭄에 때 이른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선 가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에선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내놓으며 가뭄 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부권=경기도의 경우 도내 341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이 19일 현재 26.9%로 나타났다. 저수율이 0%인 저수지도 15곳에 이른다.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경지 가뭄 피해 면적은 계속 늘고 있다. 논 피해 면적은 물마름 401㏊, 미이양 419㏊, 고사 16㏊ 등 모두 836㏊로, 지난주 14일의 789㏊보다 6.0%(47㏊) 늘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19일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동근 행정2부지사와 강득구 연정부지사, 관련 실국장들과 함께 가뭄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도는 단기대책으로 간이양수장 시설, 저수지 준설, 대형관정 개발 등을 조기 추진하고, 오는 30일까지 미이앙 논에 대해서는 대체작물 재배를 유도하기로 했다.

밭작물 비중이 큰 충북도 가품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고추, 옥수수 등이 정상적 생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파종조차 못한 농가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 4만3000㎡에서 콩 농사를 짓는 단양군 단양읍 차모씨는 “몇 백 평 정도면 어떻게 물이라도 실어다 심지만 면적이 있다 보니 아예 엄두를 못 낸다”며 “후작이 아니고 단작으로 콩을 하는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충남의 경우 시군별로 관정 개발, 양수기 지원 등을 통해 어렵사리 모내기를 끝냈으나, 간척지의 염해 피해와 일부 산간지역에서 모내기를 못한 게 걱정이다. 이와 관련 안희정 충남지사와 노박래 서천군수는 18일 보령댐과 부사지구 염해 피해지역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간척지 담수호 간 연결과 해수담수화, 부사방조제 개보수 등을 건의했다. 

▲남부권=전북도에서는 6월초 남원, 순창, 고창 등 일부 지역에서 논 물마름과 밭 시듦 현상이 발생한데 이어 고창 지역에서 염해와 논 물마름 피해가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도는 지난 16일 14개 시·군, 및 농어촌공사 등과 관계기관 합동 가뭄대책 점검 회의를 소집하고 가뭄 총력 대응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전남의 경우 농업용수 부족으로 모내기를 하지 못한 논이 19일 기준으로 신안, 무안 등 10개 시·군 4000여ha에 이르며, 모내기를 마친 논의 가뭄 피해 면적도 968ha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섬지역은 식수난까지 시달리고 있는데, 현재 전남지역 265곳에서 주민 12만6000여명이 농사는 고사하고 당장 마실 물도 없어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에서는 포항시가 18ha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으며, 성주군 9.7㏊, 의성군 3.0㏊ 등의 피해가 집계됐다. 감자, 고구마, 고추, 참깨, 콩, 양배추 등 파종이나 수확을 앞둔 밭작물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경남은 다른 곳에 비해 아직은 비교적 가뭄피해가 덜한 편이지만, 산간지역의 경우 과수원 관정을 끌어와 모내기를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섬 지역은 제한급수를 검토 중이다. 제주지역은 지난 6일 단비가 내린 이후 다시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초기가뭄 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종합>


#물가뭄에 돈가뭄 걱정까지
“물 주랴 병해충 막으랴…1년 영농자금 벌써 바닥”

애써 키워도 헐값에 팔려 울상
정부 수급조절대책으로
수입물량만 늘어날까 노심초사


“물 가뭄은 이겨 낼 수 있지만, 돈 가뭄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 17일 35도 까지 올라가는 폭염 속에서 강원도 정선군 일대의 고랭지배추 농업인들은 차량을 이용해 배추밭에 물을 주면서 때 아닌 돈 걱정을 했다. 가뭄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해 돈가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농민들은 가뭄을 이겨내고 무사히 배추를 키워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생산비용이 30% 이상 증가한다고 전했다. 7km 거리에 있는 냇가에서 물을 퍼오거나, 지하수를 끌어올려 자동차로 배추밭까지 옮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또한 물을 주기 위해서는 추가로 인건비가 소요되며, 가뭄으로 각종 병해충이 발생해 살충과 영양공급을 위한 비용도 평소보다 증가한다.

정선군 임계면에서 3만7000㎡의 배추농사를 짓는 최모씨는 “마지막 출하 예정인 밭에는 아직 배추를 심지도 못했는데 1년 농사를 위해 준비한 영농자금이 이미 바닥났다”며 추가 대출을 신청한 상황을 전했다.

농민들의 더 큰 걱정은 출하시기, 이렇게 애써 키운 농작물이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뭄으로 농산물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 수입 등을 통해 공급물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현장 농민들은 “이것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그동안 경험적으로 체득된 것이다”라며 “정부의 수급조절 대책은 수입이 아니라 가뭄 극복 지원에 집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돈가뭄이 시작된 곳도 있다. 수확이 한창인 감자의 경우 정상적 생육을 못해 생산량과 상품성 있는 감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괴산군 불정면 전모씨는 “감자 한 줄기 당 일곱 여덟 개는 상품이 돼야 하는데 올해는 두 세 개 밖에 안 된다”며 “물이 부족하다보니 알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양지역 마늘 농가들도 수확을 앞당기고 있다고 한다. 평균 1주일에서 열흘을 조기 수확하는 것이다. 평년대로 수확을 하면 가뭄을 더 타기 때문에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

정선=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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