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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7월 13일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지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4월 말에는 사드장비가 배치됐다. 이처럼 사드 배치로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지면서, 대중국 농식품 수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드 배치 여파로 우리 농식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거부감이 높아지고, 통관·검역 등 중국 정부의 비관세장벽 강화로 지금껏 상승세를 탔던 대중국 수출은 하향세로 꺾이기 시작했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사드 후폭풍으로 위기를 맞은 대중국 수출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1분기 농식품 통관 거부 68건 작년 32건 보다 두배 증가
"검역 절차 강화로 모든 품목 검사… 각종 증명서 요구도"
김치·삼계탕·쌀 하락세 커… 대중수출 포기기업 속출


▲중국의 사드 보복, 검역 강화=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4월 발표한 ‘2017년 1분기 중국 농식품 수출통관 거부사례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통관이 거부된 한국 식품은 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건) 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출업계에서는 사드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성별로 통관검역 수준이 강화된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현지의 한국식품 전문 수입업체인 싱송푸드 관계자가 “예전에는 12가지 품목을 수입하는 경우 2가지 품목만 검사해서 문제가 없으면 통관을 허용했다”며 “하지만 최근 검역 절차가 엄격해져 12가지 품목을 모두 검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통관 절차와 소요시간도 예전에는 일주일 정도였지만 현재는 2주 혹은 한 달 이상으로 길어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지사가 있는 국내 무역컨설팅업체 대한푸드테크 관계자는 “과거에는 포장 유통기한이 약간 틀려도 수정하면 통과됐지만, 사드 영향으로 수정 허용이 되지 않을뿐만 아니라 모두 통관 거부로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본보 취재 결과, 조미김을 수출하는 A업체 관계자는 “매월 대중국 수출액이 약 6억원 수준이었는데 4월 실적은 4500만원에 그쳤다”며 “다행스럽게 현지 바이어가 재고 부족으로 수입을 요청해 최근 2억원 상당을 수출했지만 중국 검역당국이 조미김의 미생물 수 규격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각종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바이어가 영양성분 확인 증명서를 수출하는 화물 건수마다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며 “증명서를 발급하려면 건당 50만원의 비용과 2~3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예전보다 수출까지 시간과 비용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대중국 수출 감소 현실화=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무역 보복은 대중국 농식품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 1분기 대중국 농식품 수출액은 2억429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4% 증가했다. 2015년 대비 2016년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0.1%에 그쳤기 때문에 올 1분기 수출 증가세는 두드러졌다.

하지만 3월 실적만 살펴보면 사정이 다르다. 올 3월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3월 수출액 9240만 달러 보다 5.84% 줄어든 8700만 달러에 그쳤다. 올 1~2월 누적 대중국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어난 1억559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대중국 수출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이 수치는 3월 전체 농식품 수출액 증가율 8.2%와도 대조를 이룬다. 3월 대중국 수출액이 줄어들면서 1분기 대중국 수출액 증가율은 전체 농식품 수출액 증가율 11.3% 보다 약 4% 감소한 7.4%에 머물렀다.

정부가 한·중 FTA 성과로 대중국 수출 유망품목으로 꼽는 김치와 삼계탕, 쌀의 하락세도 두드러졌다. 쌀의 올 1/4분기 수출량은 23톤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수출물량이 111톤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히 감소한 것. 또한 이는 지난해 1/4분기(173톤)의 13.2% 수준에 불과하다.

김치도 막막하긴 마찬가지. 한동안 10톤을 넘기기 힘들었던 대중국 수출물량은 지난해 10월 16.96톤, 11월 28.66톤, 12월 10.59톤, 2017년 1월 13.55톤 등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 2월 4.71톤, 3월 6.69톤으로 크게 줄었다. B 김치수출업체 관계자는 “상하이 일대의 100개 매장에 한국산 식품을 공급하는 유력 벤더와 100만 달러 수출을 잠정 합의했지만 사드배치 결정 여파로 중국 벤더가 수입을 보류했다”며 “베이징 내 롯데마트 5개 매장에 들어갔던 소량의 김치제품도 지난해 말부터 공급이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C 김치수출업체 관계자는 “사드배치 결정 이후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생겨나면서 김치를 홍보할 때 한국이라는 표기를 빼달라고 중국 바이어가 요청했다”며 “올해 150톤을 수출목표로 잡았지만 4월까지 4.5톤 수출에 그쳤다”고 말했다.

삼계탕은 사드 여파와 함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까지 맞물리면서 가장 처참한 수출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월 평균 28.4톤이 수출됐던 삼계탕은 올 1월에는 전혀 수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올 1/4분기 수출량이 20.57톤에 불과하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삼계탕 수출이 급감한 것은 국내에서 AI가 발생한 여파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사드 영향으로 중국 내 삼계탕 유통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수출품목으로 꼽히는 인삼도 사정이 좋지 않다. 인삼을 수출하는 D업체는 올 2월 6000달러 상당의 제품을 수출했다. 현지 바이어는 알리바바와 위챗 등에 제품을 등록했고 반응이 좋아 오프라인 시장 공략을 위한 추가 물량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드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현지 바이어가 “당분간 수입을 보류하겠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면서 추가 선적이 이뤄지지 않았다. D업체 대표는 “수출 확대를 기대했지만 사드로 수출이 중단되면서 사기가 한풀에 꺾였다”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보였다. 홍삼음료 수출을 진행했던 E업체는 “2000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선적할 계획이었지만 바이어가 사드문제로 수입 중단을 요청했다”며 “수출을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일단은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중국 수출 중단 업체 잇따라=사드 여파로 대중국 농식품 수출이 난항을 겪으면서 일부 업체들은 수출 중단을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제희RPC·이천남부농협RPC 등 대중국 수출용 쌀 가공공장으로 선정된 업체들은 사실상 쌀 수출을 중단했다. 한건희 쌀 수출협의회장은 “지난 1월까지 쌀을 보낸 이후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면서 “사드 배치 이후 수출계약이 이뤄져도 통관이 힘들어지면 우리가 보낸 쌀이 항구에 2~3개월 동안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품질 좋은 쌀을 보내도 오랜 기간 항구에 대기하면 쌀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쌀을 접한 중국 소비자에게 한국산 쌀에 대한 이미지는 나빠질 우려가 있다”며 수출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쌀 수출작업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는 추가 주문이 전혀 없다”며 “대중국 쌀 수출 시작단계라 대대적인 마케팅·홍보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현지에서는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 분위기 때문에 시행을 못하고 있어 당분간 보류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현우·박성은·김효진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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