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율 인하로 쇠고기·과일 수입 큰 폭 증가
정부는 수입액 감소만 부각 “명백한 왜곡” 빈축

한·미FTA 이행 후 5년차를 맞은 지난 해, 우리나라는 232억5000만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농축산부문의 경우 64억6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관련연구기관은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액이 이행 3년차부터 감소하는 추세고 무역전환효과와 수입수요 감소 등으로 FTA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주요 경쟁 또는 대체가능 농축산물의 경우 가격하락과 함께 수입량도 늘어나고 있어 정부 측의 이 같은 분석을 무색케 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한·미FTA 발효 5년차 농축산물 수입·수출액은 각각 71억8000만달러·7억2000만달러로 나타났다. 또 5년차 농축산물 수·출입 결과 전년에 비해 수입액은 2억6000만달러가 줄어 들었고, 이행 3년차인 2015년 83억3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미 수출액은 이행 1년차 4억8500만달러에서 이행 5년차인 지난해 7억18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행 5년차를 기준으로 대미 농축산물 수출입 수지는 64억6000만달러 적자를 보였고, 이는 대미 수출 총액의 9배가량이나 된다. 특히 관세율 인하로 인해 주요 경쟁품목인 쇠고기와 과일류는 수입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상황.  

국내 소 도축두수 감소로 인해 미산 쇠고기의 경우 수입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입액과 수입량 모두 증가했으며, 돼지고기도 수입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수입단가 하락으로 인해 수입액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또 지속적으로 수입 증가세를 보이고 과일류는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수입량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수입단가 하락으로 수입액은 소폭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수입액을 기준으로 한 분석이 마치 수입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지적. 이에 따라 ‘미산 농축산물 수입액이 감소했다’는 식의 정부기관 분석을 두고 일종의 ‘착시현장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성명서를 내고 ‘농경연이 한·미FTA 이행 5년차 미국 농축산물 수입액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고, 수출은 14.4% 증가했다고 분석했는데 한·미FTA 발효 전 평년과 비교하면 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면서 ‘정부의 성과 발표는 오류를 넘어 의도적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한농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미FTA 이행에 따라 관세율이 낮아지면서 수입단가가 하락한 농축산물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실제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액 증감이 문제가 아니라 수입량의 증감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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