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행 5년차, 농축산 피해는 가속화

 

한·미 FTA 이행 5년차 양국 간 교역결과가 나왔다.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를 의식한 듯 한국 정부는 ‘상호 윈-윈(Win-Win) 효과’를 시현했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농업계는 한·미FTA로 인한 농축산부분의 피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축산물 수입액은 줄었다는 게 한·미 FTA 5년차에 대한 정부의 분석이지만 주요 국내 경쟁품목의 수입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농가들이 FTA 체결에 따른 피해로 가장 우려해왔던 게 ‘값싼 농축산물이 점점 더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이었다는 점에서 관세하락 효과 등으로 무장한 저가 농축산물이 실제 더 많이 수입되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5년차 축산물 수입량 54만6000톤…쇠고기 전년대비 46% 급증
무관세 포도 전년비 25%↑, 체리 이행 전보다 230% 수직상승
국내산 농축산물 생산자-수출업자 달라 특혜관세 이용 걸림돌



■축산물
돼지고기 수입액·수입량 감소

한·미FTA 이행 5년차에 수입된 미국산 축산물은 총 54만6000톤으로 4년차보다 5.1%, 이행 전 평년과 비교해서는 18.5% 늘었다. 수입액은 4년차에 비해 1.9% 감소한 21억800만달러로 나타났으며, 이는 이행 전 평년과 비교해서는 82.9% 증가했다.

특히 쇠고기 부문에서 수입량과 수입액에서 두드러졌다. 5년차 미산 쇠고기 수입량과 수입액은 각각 4년차에 비해 46%·29.1% 늘어난 16만9000톤·10억3500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산 소 도축두수 감소로 인해 부족해진 물량을 수입산이 채웠고, 이중 미국산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가격도 떨어졌다. 5년차 미산 쇠고기 수입가격은 수입단가·환율·관세 등을 포함해 kg당 9241원으로 4년차 1만389원보다 11.1% 떨어졌다. 특히 환율이 4년차 1131원보다 2.6% 높은 1161원으로 나타났지만, 관세율이 29.3%에서 26.6%로 하락하면서 수입가격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돼지고기 수입액은 큰 폭의 감소를 보인 반면 수입량은 소폭 줄어들었다. 수입가격 하락이 원인이다. FTA 이행 5년차 미국으로부터 수입된 돼지고기 량은 총 14만9000톤으로 4년차 대비 1.1%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수입액은 3억93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13.6%나 줄어드는 모습을 나타냈다.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때문이다. 환율과 관세율 등을 포함한 FTA 이행 5년차 kg당 돼지고기 수입가격은2955원으로 4년차보다 14.7%나 떨어졌다. 환율은 4년차에 비해 높아졌지만 관세율과 수입단가가 하락했다.

이행 5년차 수입된 닭고기 량은 7000톤·800만달러가량으로 4년차 대비 각각 33.9%·45.7% 감소했다.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2월 조류인플엔자 발생에 따라 미국산 닭고기 수입이 금지됐고, 이어 2015년 11월 수입금지조치가 해제됐다가 2개월만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재발하면서 다시 수입금지조치가 내려졌다. 이후 지난해 7월에 수금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수입량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한편, 이행 5년차 미국산 치즈와 조제분유 등의 유제품은 FTA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확대 및 관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입단가가 낮은 EU와 뉴질랜드 등으로 수입선이 전환되면서 수입량과 수입액 모두 줄어들었다. 5년차 미국으로부터 수입된 치즈는 4만톤·1억6900만달러로 4년차에 비해 각각 27.1%·32.7% 감소했다.


■과일
주요 과일 수입량·수입액 증가


이행 5년차 주요과일류의 총 수입량과 수입액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오렌지·체리·석류·포도·레몬·자몽 등을 포함한 신선과일 수입량은 21만8786톤으로 집계되면서 금액으로 4억6300만달러어치가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4년차에 비해 각각 21.6%·4.8% 상승한 것이다.

특히 수입물량 면에서는 오렌지·체리·포도·레몬이 각각 14만6483톤·1만2387톤·7523톤·1만3152톤 수입되면서 4년차 대비 각각 42.4%·2.6%·24.7%·1.5% 늘었다. 반면 석류와 자몽은 수입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4만6483톤이 수입된 오렌지의 경우 전년대비 수입량이 42.4%나 증가하면서 FTA 이행 2년차 수준을 회복했다. 이행 5년차에 FTA TRQ 증량과 작황호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행 5년차에 접어들면서 관세율은 4년차 15%에서 10%로 떨어졌고, 수입가격도 kg당 1810원으로 4년차 대비 12.1% 하락했다.

무관세로 전환된 포도 수입량이 7523톤으로 4년차 대비 24.7% 늘었고, 이행전과 비교해서는 98% 증가했다. 이행 전 3748톤에 불과했던 체리 수입량도 5년차 1만2387톤으로 230.5% 늘었다. 체리의 경우 FTA 이행 즉시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수입량은 대체로 미국 주산지 작황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농경연은 분석했다.

■곡물류
옥수수·밀은 줄고 대두는 증가


이행 5년차 미국산 곡물 수입은 수입선 전환과 수입단가 하락 등으로 발효 전 평년에 비해 옥수수와 밀의 수입량이 감소한 반면, 대두 수입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년차 옥수수 수입량은 66만톤으로 발효 전 평년 114만1000톤에 비해 42.2% 감소했고, 수입액도 1억3900만달러로 55.8% 줄었다. 111만7000톤·2억9100만달러어치가 수입된 밀은 발효 전 평년보다 수입량 6.7%·수입액 25.1% 감소했다. 반면 대두는 22만5000톤·1억2400만달러어치가 수입되면서 발효 전 평년에 비해 68.3%·62% 늘었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곡물공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들 품목은 FTA 발효 전부터 관세율이 낮았다. 따라서 곡물류의 경우 한·미FTA 체결에 따른 효과보다는 국제곡물가격과 각국의 가격, 그리고 수입선에 따라 수입량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낮은 특혜관세이용률
미국은 62% 활용, 우리는 48.7%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특혜관세이용률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농경연에 따르면 이행 5년차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 중 특혜관세를 활용한 수입액이 44억5000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62%를 차지한다. 특히 주요 수입품목인 돼지고기·쇠고기·오렌지·체리·치즈 등은 모두 99%대의 특혜관세활용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특혜관세활용율은 48.7%에 불과한 상황. 생산자와 수출업자가 달라 원산지 증명이 어렵거나, 농식품의 경우 대부분 완전생산기준을 적용한 원산지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입재료를 사용해 재가공한 식품류의 경우 원산지증명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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