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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유통구조 확 고치자 <상>낙후된 계란유통이 문제다/영세 수집상이 정산·가격 좌지우지
   
▲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살처분 매몰된 산란계 수가 2300만수를 넘어선 가운데 방역에 취약한 후진적인 계란 유통 구조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계란 수급 파동을 초래하고 있다. 12일 기준 살처분 매몰된 산란계 2300만수로 전체 사육대비 32.9%나 돼 계란 생산 감소와 함께 이동제한 조치로 산지에 묶여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현행 계란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계란 생산액이 1조8360억원(2015년 기준)에 달하고, 지난해 소비자 한 사람이 연평균 268개의 계란을 소비할 정도로 식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식품이다. 그럼에도 계란 유통은 여전히 영세 수집상에 의한 낙후된 방식으로 이뤄지는 후진적 구조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계란 유통과 물류가 후진적 이다보니 AI 등 방역에도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계란 유통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출하위험 분산 위해 1개 농가 5곳 이상 상인과 거래 많아
농가 거래교섭력 발휘 못하고 계란 유통·수급 투명화 한계 


▲계란유통 무엇이 문제인가=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35억5600만개의 계란이 생산됐다. 또한 통계청이 조사한 계란 생산지수는 1조8360억원에 달하는 등 식탁은 물론 외식산업, 식품가공업 등에서 계란은 없어선 안 될 품목이다. 최근 수급난 때문에 정부가 긴급 수입 조치를 할 정도이다.

이 때문에 계란이 생산돼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유통과정에서 산지와 도매단계 유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유통구조에서는 계란 유통과 수급상황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2015년)를 보면 산란계 농장에서 출하된 계란은 산지·도매 유통 단계에서 GP센터 35.7%, 식용란 수집판매업 55.3%(식품유통업 22% 포함), 소매처 직접판매 9% 등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일부 규모화 된 초대형 산란계 농장을 제외하고 상당 부분의 농가들이 다수의 산지 수집상과 거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농가들의 계란 출하 거래처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산란계 농가수가 1060가구인데 식용란 수집판매 업체가 1355개로 농가수보다 많은 상황이다. 출하 관행상 농가들은 다수의 수집상에 출하하고, 수집상 또한 여러 농가와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낙후된 계란 유통 개선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계란 유통 구조에서 일부 초대형 농장을 제외하고 산란계농가들은 다수의 수집상에 출하를 하면서도 거래 교섭력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계란 출하 대금 정산이 한 달 뒤에 이뤄지는 ‘후장기’나 양계협회가 조사해 발표하는 가격보다 할인이 이뤄지는 ‘DC’가 고착화 됐다. 산란계 농가들은 수집상과 거래를 하면서 공정한 가격을 보장받고 있는지 늘 의문이고, 게다가 정산도 늦어지는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안영기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은 “계란 상인들이 유통 물량에 대한 정보와 결정권을 쥐고 있다 보니 정산 시기나 가격 결정이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면서 “계란 유통 구조 개선은 가격 결정과 정산 문제를 꼭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계란유통 구조에서는 출하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산란계 농장들은 많으면 5곳 이상의 계란 유통 상인들과 거래하며 출하를 한다. 산란계 농장들이 여러 명의 계란유통 상인들과 거래하는 이유는 ‘출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1곳만 거래할 경우 유통 시장에 계란이 적체될 때 출하를 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발생하는 등 농가들은 안정장치 없이 계란을 출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계란 유통 상인들은 현재의 계란 유통 구조에 큰 문제점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계란 유통 상인은 현재 시설 현대화와 규모화로 사육 규모가 30만 수 이상의 대형 농장들이 많아지며 가격 결정권을 농가가 가지게 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닭고기·계란 유통실태 분석과 과제(2012)’ 연구에서 “계란 생산량의 67%가 산지수집상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산란계 농가의 안정적인 출하처 확보가 중요한 과제”라며 농가들의 낮은 거래교섭력 실태가 보고된 바 있다.


전국 돌아다니는 수집상 특성상 가축 전염병 전파에 취약
계란 운반 팔레트·난좌·플라스틱 합판 재사용 등도 도마위


▲낙후된 유통 AI 방역에도 취약=산란계 농가들이 다수의 수집상과 거래를 하다 보니 가축 질병에 전염될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해선 산란계 농장과 여러 명의 계란유통 상인이 거래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계란을 운반하는 팔레트나 난좌, 플라스틱 합판의 재사용을 꼽았다. 질병 발생을 막기 위해선 팔레트, 난좌, 플라스틱 합판 등을 침지소독을 해야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또 계란유통 상인들에 의해 전국적으로 떠도는 까닭에 질병 전파에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계란 유통상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계란 유통 상인의 운반 차량에 GPS가 장착돼 있어 질병 발생의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방역을 게을리 하는 상인들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한 계란 유통 상인은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고 산란계 농장의 피해가 커지자 언론이나 업계에서는 계란 유통 상인을 질병 전파의 매개체로 추정하는데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서 “또 계란 가격 결정권도 이제는 상인이 아닌, 농가가 가지고 있는데 유통 상인만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란계 농가들로부터 현장 실태를 들어보면 방역에 매우 취약한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경기도 이천의 한 산란계 농장 대표는 “플라스틱 합판에는 각 계란 유통 상인들의 상호가 적혀 있는데, 거래하지 않는 상인들의 합판이 농장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상호가 적힌 합판도 관리가 안 되는 점을 보면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병성·안형준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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