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충북 지역의 양계 2세 12명이 1999년에 설립한 다한영농조합법인은 산란계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GP센터 운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몰고 온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계란 수급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계란 유통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낙후된 계란 유통구조에서는 수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데다 방역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나는 등의 큰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효율적이고 선진화된 계란 유통구조 조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여기에는 현재 진척되지 않고 있는 계란유통센터(GP)가 중심에 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GP를 통해 산란계 농가의 판로와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품질의 계란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체계다.


산란계 농가 공정한 출하가격 보장·판로 안정화
식용란 선별포장업 신설 축산물위생법 개정해야


▲GP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계란 유통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행 산지유통에서는 산란계 농가들이 공정한 출하가격을 보장받을 수 없는 구조이다. 또한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유통과정의 폐쇄성이 높아 유통가격이 왜곡되고 수급관리의 효율성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계란유통센터(GP)를 육성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물가안정을 위한 축산물과 축산식품 유통체계 개선 연구(2012)’에 따르면 GP를 통해 유통비용이 10% 감소할 경우 산지가격은 0.3~1.9% 상승하고, 도매가격 또한 0.2~1.7%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면서 소매가격은 1~2.1%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 수취가격은 높이면서 소비자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연구 보서에서 “낙후되고 영세한 중간 유통과정 때문에 다단계 구조가 형성되어 있어 많은 거래비용이 발생하고 신선란을 신속하게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광역GP 중심의 산지 유통체계를 확립하면 유통비용 절감과 거래의 투명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P의 규모화와 함께 계란의 도매시장 기능을 융합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계란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생산규모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란계 농가를 보호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거래 기준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이 없는 상황이다. 각 도별로 유통상인과 산란계 농가들이 참여하는 계란가격위원회에서 매일 계란시세를 발표하고 있지만 신뢰성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발표된 시세보다 할인해 거래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계란 출하 대금도 후장기 방식으로 1개월 단위로 할인율을 적용해 지급되고 있어 거래업체가 계산해 주는 방식 그대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계란을 상장거래하고 있으며, 상장가격은 동경,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주요 지역별로 공개되고 있다. 상장시장에서는 전날 계란시세를 참고로 당일 계란 판매 위탁물량과 수요를 감안해 적정 가격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또한 상장가격을 기준으로 출하자와 구매자 간에 거래된 가격을 놓고 협상을 통해 조정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정한 계란가격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계란유통센터 육성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계란 품질 및 위생 수준을 높이고 다수의 수집상과 농가의 접촉을 차단해 질병확산도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계란유통을 GP로 집중하기 위한 제도의 개편도 요구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GP로 계란을 유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에 발의된 식용란 선별포장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축산물 위생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합리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다 안전하고 신선한 품질의 계란을 공급하기 위한 측면에서 GP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186개소에 달하는 식용란 수집판매업 대부분이 선별과 검란 기능이 없어 단순 수집 유통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충북지역 양계 2세 12명 모여 GP 운영 모범
현재 수준 도매가 유지…유통상인 반발 잦아들 것


▲GP 우수사례 다한영농조합법인=다한영농조합법인은 산란계 업계에서 GP 운영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다한영농조합법인은 1999년에 경기와 충북지역의 양계 2세 12명이 ‘다함께, 다 같이 어울려, 다 같이 한다’라는 일념 하에 조직된 이후 2015년에는 경기 광주 곤지암에 GP를 설립하며 학교 급식과 농협유통, 롯데마트 등에 조합원이 생산한 계란을 납품해 연간 40억원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만형 조합장은 GP 건립과 동시에 국내의 모든 계란을 GP를 통해서만 유통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이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만형 조합장은 “정부와 농협이 최근 전국에 GP를 건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GP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정부가 계란을 GP를 통해서만 유통되도록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불합리한 계란 가격 결정 체계 때문에 GP센터 건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제는 고병원성 AI 예방을 위해 GP 센터 건립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GP센터를 통해서만 계란이 유통되면 산란계 농장에 출입하는 차량과 사람의 빈도가 낮아져 방역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방역의 경우에도 산란계 농장이 GP센터와 계란 유통 상인 모두 거래를 한다면, 이동만 더 많아져 방역 효과가 오히려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모든 계란이 GP를 통해 유통되면 거래처를 잃게 되는 계란 유통 상인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이만형 조합장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지역 GP 간 계란 품질과 가격경쟁이 발생해 현재 수준으로 계란 도매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이만형 조합장은 “GP를 통해서만 계란을 공급하게 되면 계란 유통 상인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결과적으로는 투명한 가격결정체계가 형성되고 안전한 계란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또 GP 간 품질과 가격 경쟁이 발생해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란 도매가격이 형성돼 계란 유통 상인들에게도 손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성 안형준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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