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거품 뺀 가격…생산비 보장받고 싼값에 한우사고

축산에는 거부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식량으로서 육류 단백질을 생산해 공급하는 역할은 기본이고 이제 맛과 휴식, 그리고 가족과 이웃과 함께 즐기는 축산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홍천의 홍천사랑말한우는 가격이 비싸야 한다는 선입견을 완전히 깬 사례다. 홍천사랑말한우는 최상의 한우고기를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도 생산자의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낙농목장은 휴식을 제공한다. 충남 천안의 썬러브&효덕목장과 경기 여주 은아목장에서 하루를 보내며 치즈를 만들고 주변 농촌경관을 즐기면 자연스럽게 힐링할 수 있다.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은 덤이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도 한다. 도드람테마파크는 돼지를 소재로 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하는 놀이와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이웃과도 함께한다. 전남 담양의 무등 축산은 냄새 없는 축사를 건립하고 주변경관을 공원처럼 가꾸고 지역 소외계층을 도우며 이웃사랑에 앞장서고 있는 사례다.
소비자 또는 이웃과 함께하는 축산현장의 우수사례를 조명했다.   

우수한 품질의 한우를 평균 25~3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이 있다. 특히 일정기간 할인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거래 매장을 통해 연중 거품을 뺀 가격에 한우고기를 공급하며 한우 직거래 판매의 모범이 되고 있다.
한우고기 소비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곧 한우농가가 살아남는 길이라는 운영방침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생산자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홍천사랑말한우 유통영농조합법인’을 찾아가 봤다.
 

▲ 홍천사랑말한우는 직거래 매장을 운영하며 소비자에게 한우고기를 거품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품질 좋은 한우 저렴하게
김영란법에도 큰 타격 없어
1+등급 평균가보다 30% 저렴
하루 평균 손님 450명 북적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가 한우 산업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홍천사랑말한우 유통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 중인 한우 직매장(정육점)과 식당은 큰 영향 없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역시 저렴한 판매 가격.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접대 손님보다는 부정청탁금지법과 무관한 가족, 친구 단위의 소비자들이 많다.

사랑말한우 정육점에서는 등심 1+등급 한우를 100g 8400원(2016년 12월 16일 기준)에 판매하고 있다. 등심 1인분(200g)을 1만68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가격. 100g 기준, 등심 1+등급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1만1835원)과 비교하면 30%정도 저렴한 금액이다. 고기 가격은 한우 도매가격 흐름에 따라 조금씩 조정 된다.

사랑말한우 정육점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는 정육점에서 구입한 고기 가격에 상차림 비 4000원만 내면 바로 한우구이를 즐길 수 있다. 보통 한우구이 식당의 고기값이 1인분(150~180g)에 350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월등하다는 것이 사랑말한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랑말한우가 연중 한우고기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이유는 한우 농가의 생산 장려금과 소 판매 경비 지원금, 운영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직매장 개설 당시의 운영방침을 철저하게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상적으로 30~100%까지 이익을 남기는 기존 식당들의 방식을 허물면서 소비자가격을 큰 폭으로 내릴 수 있게 됐다.

허경 상무는 “대부분의 산업이 1차 생산물 보다는 2차, 3차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려고 노력하는데 한우의 경우 2차, 3차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면 그 만큼 공급가격이 비싸져 한우 소비 폭이 좁아지게 된다”며 “사랑말한우는 ‘싸게 공급해야 소비자들이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고 농가는 소를 많이 팔 수 있다’는 취지를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랑말한우에서 운영하는 정육점과 식당에는 홍천 지역 사람들은 물론, 홍천을 지나치는 수도권 관광객들까지 몰려 하루 평균 450여명, 연평균 16만40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마을주민과 함께 시작한 사업
마을개발사업으로 축사지어
생산비 절감·품질향상 위해
TMR 사료공장까지 건립


‘사랑말’은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성동리와 북방리, 화동리의 5개 마을을 통칭하는 지역이름이다. 홍천사랑말한우의 시작은 이 사랑말 지역 주민들이 2005년부터 추진했던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추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오랜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 ‘한우사업’ 이었다.

허경 상무는 “마을개발사업을 통해 지원된 예산으로 집집마다 한우를 사육하는데 필요한 축사를 지었다”며 “마을개발사업으로 축사를 지은 것은 사랑말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마을 사람들이 사육하게 된 한우는 2008년 기준 1350여 마리. 그러나 마을의 한우 사육 농가들은 곧 ‘생산비 절감’과 ‘품질향상’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주민들이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한 것이 사료공장 설립이다. 일은 일사천리로 추진돼 44명의 출자를 바탕으로 ‘홍천사랑말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홍천 사랑말 TMR 사료공장’을 건립했다.

사랑말 TMR은 1년간 시험운영 후 2011년 3월 준공했으며, 1일 50톤의 사료 생산·공급 능력을 갖추게 됐다.

허경 상무는 “홍천에 있는 하이트 맥주공장에서 맥주박을 매입해 사료 원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비슷한 품질의 사료 대비 10%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사랑말 TMR에서 생산하는 사료는 현재 조합원 농가와 홍천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준조합원 농가를 포함해 100명의 농가에 공급되고 있다.

TMR공장 운영으로 생산비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업무협약을 맺은 영양자원연구소를 통해 사양관리가 이뤄진 고품질 사료를 먹이게 되면서 조합원 농가들이 우수한 등급의 한우고기를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이는 높은 등급 출현율이 증명해준다. 지난 2015년 사랑말한우의 거세우 기준 1등급 이상 출현율은 96.2%로, 전국 평균 1등급 이상 출현율(84.6%)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1++등급 출현율은 41.4%를 나타내 16.4%를 기록한 전국 평균 출현율과 더 큰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생산비와 품질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도 역시 위기는 찾아왔다. 2012년, 한우 값이 폭락하면서 소 값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진 것. 농가들은 고민 끝에 직접 한우 정육점과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농가-소비자 상생‘유통사업’
정성껏 키운 소 제값 받으려
농가 직영 정육점·식당열어
생산·유통체계 갖춘 기업으로


농가-소비자 상생, ‘유통사업’농가에서 직영하는 정육점 및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 홍천사랑말영농조합법인 조합원 중 33명이 참여해 만든 ‘홍천사랑말한우 유통영농조합법인’ 이다.

지난 2012년 4월에 개업한 정육점과 식당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한우 농가의 생산비 보장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합원들이 정성껏 키운 소를 제값을 받고 출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

저렴한 가격에 한우고기를 공급하자 직매장은 활발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장사가 잘 될수록 비선호 부위가 창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비선호 부위 문제 해결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육가공센터 설립이다. 2013년부터 가동 중인 육가공센터에서는 원료육 생산을 위한 1차 가공과 학교급식을 위한 2차 가공을 진행하고 있다. 육가공센터에서 생산한 한우고기는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홍천 학교급식센터와 인근지역 학교급식 가공업체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허경 상무는 “사랑말한우 육가공센터에서는 그날 잡은 소를 바로 유통해 신선한 상태의 제품을 거래처에 제공하고 있다”며 “1차 가공을 직접 진행하며 원가를 절감하는 것 외에도 소 매입 및 출고, 재고관리, 물량조정, 비선호 부위 유통 등 사랑말한우의 전반적인 유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사랑말한우 유통영농조합법인은 도축과정을 제외하고 TMR공장, 유통센터, 직매장까지 전반적인 생산·유통체계를 갖춘 70~80억 자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선하고 있는 원칙은 한우 농가의 생산기반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한우를 매입한다는 것이다. TMR공장 설립이나 직매장 운영, 유통센터 건립 모두 결국은 농가의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사랑말한우에서는 조합원 농가들이 한우를 출하하면서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일주일에 가장 높은 요일의 가격으로 소를 매입하며, 높은 등급 출현율로 평균 40만원, 등급별 장려금으로 평균 40만원, 기타 유통비용지원(도축비용 등) 등 거세우의 경우 일반 농가보다 두당 평균 120만원의 추가 소득을 얻도록 하고 있다. 조합원 농가들은 대신 출하 소득 이외에 사료공장과 직매장, 유통센터에 대한 지분을 갖지 않고, 모든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이익 배당금도 전혀 받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원료육 매입원가가 비싸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한우고기 공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허 경 상무는 “사랑말한우의 운영 시스템은 한우 생산농가는 생산비를 보장받고, 소비자는 우수한 품질의 한우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농가와 소비자의 좋은 상생모델”이라며 “모든 사업장에서 한우 농가의 생산비 보장 이외의 이윤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격을 설계하고 있지만 이윤이 남게 되더라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랑말한우 유통영농조합법인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정부로부터 ‘축산물 직거래 우수 유통업체 평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나종구 대표
"이익 일부 적립해 생산안정기금으로"

 

“한우 농가들에게 생산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사랑말한우 설립 초기부터 법인을 이끌어오고 있는 나종구 대표. 나 대표도 100여 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는 한우 농가다. 홍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마을이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으로 한우사업을 택하기 이전부터 줄곧 한우를 키워왔다. 때문에 한우 농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고 있다. 나종구 대표는 “한우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농가는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며 “큰돈은 벌지 못해도 최소한 생산비는 받을 수 있어야 농가들이 한우 사육을 이어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농가들의 생산비 보장을 위해 사료공장부터 정육점과 식당, 유통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이 소 값이 생산비 이하까지 폭락할 경우가 떠올라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우 도매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에 나종구 대표는 올해부터 농가들의 생산비보전을 위한 기금조성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미 조합원들과도 논의를 끝냈다. 나 대표는 “직매장 등 유통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생산안정기금으로 적립키로 했다”며 “앞으로 2년 정도만 적립하면 기금 운영에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가에서 한우를 사육하는데 들어간 생산비를 맞추기 위해서는 거세우 1+등급을 기준으로 kg당 1만65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 나 대표의 생각으로, 가격이 1만6500원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에는 생산안정기금에서 그 부족분을 조합원 농가에 보전해 주게 된다.

사랑말한우에서는 현재 정육점과 식당 옆에 ‘로컬푸드 판매장’ 운영도 준비하고 있다. 정육점 및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해 지역 경제도 함께 활성화 시키자는 취지다.

나종구 대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이 농가에게 생산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는 물론 소비자들과도 꾸준하게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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