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맞나' 싶을 만큼 깔끔, 주민 소통 꾸준 '더할 나위 없네'

최근 축산업에 있어 가장 큰 골칫거리는 냄새다. 축산업을 하는 데 있어 가축의 분뇨에서 발생하는 냄새 때문에 지역에서 축산업에 대한 인식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이 냄새 발생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해지며 축산업 종사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전남 담양에 위치한 오리 사육 농장인 ‘무등 축산’은 이 같은 걱정이 없다. 오리 사육에 미생물 제제를 사용해 분변 냄새를 저감하고, 농장 울타리에 개나리를 심고 곳곳에 꽃밭을 가꾸며 농장 주변에 고풍스러운 한옥까지 짓는 등 미화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오리 사육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지역의 노인과 결손 가정을 지원하고, 지역 축제에는 오리 고기를 협찬하는 등 지역과 함께 즐거운 축산을 이어 나가고 있다.
 

▲ ‘무등 축산’의 농장 전경. 농장 사이를 잇는 콘크리트 길은 항상 오염물이 없는 상태로 유지된다.

■냄새 없는 오리 농장
건조한 계사바닥 유지 필수
폐사체 관리까지 철저히
농장 곳곳 꽃 심고 미화에 각별

“이제는 소비자들이 먹거리를 직접 보고 느낀 후 구매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항상 깨끗하고 냄새 없는 사육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전남 담양에서 오리 사육을 20년째 하는 김종구 대표의 농장은 겉에서 봤을 때 농장인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냄새와 소음을 차단하는 무창계사를 비롯해 농장 내부 곳곳에는 꽃밭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라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었지만, 봄이 되면 꽃으로 뒤덮인 농장을 볼 수 있다는 게 김종구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농장 내 계사와 건물들을 잇는 바닥은 흙이나 오염물질이 없는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오리 입식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계사 내부에는 분뇨 냄새가 없는 상태였다.

김종구 대표는 계사 내 냄새를 저감하기 위해선 언제나 바닥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사 내부에는 건조된 흙이 깔려 있었고, 이는 보통 오리 농장에 물을 좋아하는 오리의 습성상 물 웅덩이나 진흙이 존재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김종구 대표에 따르면 바닥을 건조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기계를 활용해 바닥의 흙을 뒤엎어주고, 잘 건조한 왕겨를 뿌려주는 게 중요하다.

김종구 대표는 “일부 오리 사육 농장의 경우 출하 후 계사 바닥을 청소하지 않고, 재입식을 하는데 오리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고 냄새 발생도 증가하는 등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바닥만 건조하게 관리하면 냄새를 상당 부분 줄어들고, 사육지수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종구 대표가 냄새를 저감하는 또 다른 방법은 미생물 제제 사용이다.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받은 미생물제제를 음용수에 첨가하고, 분무 기계를 통해 오리에게 살포하고 있는데 사용 전과 비교해 냄새 저감에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청결한 폐사체 관리도 냄새 저감 요인 중 하나다. 폐사체를 퇴비와 함께 부숙시키면 야생 짐승이 섭취하는 과정에서 농장 곳곳에 잔존물을 남겨 악취가 발생하고, 미관상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폐사체가 외부로 반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무등축산의 경우 국립축산과학원과 전남농업기술원, 담양군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올해 ‘가축폐사축 처리시스템이용 기술보급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가축폐사축 처리시스템 기계를 보급받아 활용하고 있다.
 

▲ 김종구 무등축산 대표는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서 오리 1만5000수가량을 사육하며, 지역 주민들과 교류를 통해 즐거운 축산업을 하고 있다.

■시설현대화로 거듭나다
냄새·위생 탓 민원 들끓어
각서까지 쓰며 시설현대화
친환경축산·HACCP인증 획득


김종구 대표도 오리 사육 초창기에는 냄새 저감이나 미화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오리 사육을 처음 시작한 때는 지난 1998년. 오랜 시간 전남 광주에서 신문보급소를 운영하다 은퇴 후 오리 사육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축산업이 영세했고, 그중에서 오리의 경우 기타 가축으로 분류돼 있던 까닭에 무허가로 주먹구구식의 사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리 4000~5000수를  비닐하우스에 보온덮개만 씌워 사육해 현재처럼 입추부터 출하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닌, 주 단위로 출하를 했다.

2000년에 들어서며 오리 고기 가공 기술이 발달하고, 효능이 좋다는 인식이 퍼지며 산업이 급부상하며, 차츰 전업농으로 확대됐다. 이에 김종구 대표도 본격적인 전업농으로 뛰어들기 위해 기존의 무허가 축사를 허물고 시설현대화를 계획했다.

김종구 대표는 “오리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사육 마릿수를 급격하게 늘리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기존의 하우스 계사로는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시설현대화를 계획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업화되며 규모가 커지자 문제가 발생했다. 분변으로 인한 냄새와 청결하지 못한 농장 위생으로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김종구 대표의 시설현대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김종구 대표에 따르면 2011년에 전남도로부터 영세축산농가 시설현대화사업 대상으로 결정되고 보조 30%, 융자 50%, 자부담 20%로 총 8억원 규모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김종구 대표가 시설현대화사업과 더불어 축산업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하던 중, 농장 500m 이상 거리에 떨어진 중학교에서 냄새가 발생하고 미관상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시설현대화사업과 축산업 허가가 지연됐고, 교육청과 지자체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민원을 해결하는 시간 동안 담담 지자체 공무원도 3번이나 교체됐고, 이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설명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김종구 대표는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하우스 축사를 허물고 깔끔하게 새로 지으려 했는데, 마을 주민들은 계사 규모를 넓히는 것으로 오해해 반대를 했다”면서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을 상대로 냄새 저감과 환경 미화에 힘쓰겠다는 각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2013년에 총 공사비 10억원을 들여 현재의 무등축산을 완공했다. 이후 2014년에는 친환경축산을, 올해에는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까지 인증을 받는 등 사육 환경의 질적 향상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 김종구 대표가 거주하는 한옥

■지역민과 교류하며 상생
주민들 수시로 한옥으로 초대
농장 보여주며 인식 개선 노력
지역사회서 나눔활동도 15년째


김종구 대표의 오리 사육 농장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계사 근처에 김종구 대표가 거주하는 한옥이다. 지난 2000년에 지은 한옥은 고풍스러운 멋이 있어 자연 환경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종구 대표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지역 주민들과 지인들을 한옥에 초대해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이 같은 이유는 지역 주민들과 지인들이 오리 농장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지 직접 보고 느끼게 해, 축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켜 나가기 위해서다.

김종구 대표는 “질병이 절 발생하는 여름에 지역 주민 및 지인들과 한옥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이야기도 나누는 등 교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종구 대표는 지역 사회에 나눔 활동을 15년째 진행 중이다. 그가 담양군 창평면에 자리를 잡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노인의 날’ 때마다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오리 관련 식사를 대접하고, 지역의 장애인 시설이나 어려운 환경의 가정에 500만원 상당의 훈제오리 제품을 기탁하고 있다. 또 매년 5월에 진행되는 담양군 대나무 축제에도 오리 훈제 제품을 협찬해 축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종구 대표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6남매의 가장 역할을 했기 때문에 어려운 환경의 가정을 보면 동질감을 느낀다”면서 “많은 양은 아니지만 어려운 환경의 가정이 훈제 오리 고기를 먹고 조금이나마 힘을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종구 대표가 이같이 지역 주민과 교류를 하고, 나눔을 하는 이유는 축산업과 지역의 상생을 중요시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산 농가들이 전업화하는 과정에서 지역과 교류나 상생 없이 규모만 늘리면 축산업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부정적인 인식만 증가하기 때문에 교류를 통해 지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구 대표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대화 등을 통한 지역민과의 교류가 없이는 절대 완화되지 않는다”면서 “축산 농가들이 사육 규모를 늘려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지역과 교류하고 상생을 위한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이어나갔으면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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