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성농업계의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변화’라는 한마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1월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2016~2020년)’이 새롭게 시작됐고, 2월에는 ‘공동경영주 인정’이 이뤄지는 등 어느 해보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다. 하지만 정책 추진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노출되면서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올 한해 여성농업계의 주요 이슈와 그 의미를 되짚어보고, 2017년도 주요 정책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올해 주요이슈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계획 첫발
양성평등 개념 처음으로 도입


올 초 ‘실질적 양성평등으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 구현’을 비전으로 한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2016~2020년)’이 확정·발표됐다. ‘양성평등’ 개념이 처음으로 도입된 이번 기본계획은 여성농업인의 공동경영주 인정과 정책참여 확대 등 양성이 평등한 농업·농촌 구현을 주요 전략과제로 제시했다. 여성농업인 교육관리 강화와 ‘양성평등 가이드’ 도입, 각종 포상을 통한 기본계획의 실현가능성을 높인 것이 주요특징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기본계획에 따른 연차별 시행계획이 늦어지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2016년 여성농업인육성 시행계획’은 5월말 확정·발표됐다. 당초 농식품부는 2월까지는 시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시행계획 수립이 늦어진 것이다. 연차별 시행계획이 있어야 예산 반영을 할 수 있고, 점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공동경영주 시대의 개막
홍보 부족…1%만 등록 아쉬워


공동경영주 인정은 올해 단연 최고의 이슈다. 여성농업인의 직업적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공동경영주’ 시대가 마침내 열린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24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업인은 배우자의 동의만 얻으면 언제라도 공동경영주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4월말까지 진행된 ‘농어업경영체 등록 및 직불금 통합신청’에서 여성농업인의 공동경영주 등록이 8668명에 그쳐 실망감을 안겼다. 현재 농업경영체 등록에서 ‘경영주외 농업인’으로 분류돼 있는 여성농업인이 80만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약 1%만이 공동경영주로 등록한 셈이다.

홍보부족이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올 초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동경영주 등록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 안내공문 발송 △다양한 언론매체 및 이·통장회의 홍보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한 홍보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농업인 바우처 확산
제주도 5번째로 시범사업 주목


7월 제주도에서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가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충북과 경기, 강원, 전북에 이어 5번째다. 제주도의 깜짝 발표 후 경남도에서도 여성농업인의 복지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브라보 바우처’ 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경남도는 보건복지부 및 사회보장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내년 1월 중 여성농업인의 신청을 받아 지원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사용처다. 경남도의 경우 농협을 통해 바우처 카드를 발급받아 연간 10만원(자부담 2만원 포함) 한도 내에서 병원, 약국, 미용실, 화장품점, 영화관, 찜질방, 안경점, 서점 등 16개 업종에서 ‘브라보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충북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서 바우처의 의료목적 사용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경남도의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자체가 행복바우처 등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하는데, 의료목적 사용은 기존 복지정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생생바우처’를 도입한 전북도의 경우도 복지부의 반대로 의료목적 사용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의 경우 사회보장기본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2년 행복바우처가 도입돼 의료목적 사용이 가능하다.


#2017년 주요 정책과제

▲여성농업인육성 계획 점검
정책사업 시행 꼼꼼히 따져야


연초에는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 따른 연차별 시행계획의 평가 및 수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장 ‘2016년 여성농업인육성 시행계획’이 제대로 작동됐는지 점검하고, 늦어도 3월까지는 ‘2017년 여성농업인육성 시행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2016년 주요과제로 제시한 △공동경영주 등록 활성화 △여성농업인광장 개편 △여성농업인교육 내실화 △여성친화형농기계 확대 △행복꾸러미 복지서비스 강화 등의 정책사업이 제대로 시행됐는지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공동경영주 활성화
홍보·교육 강화…등록 유도 시급


공동경영주 등록 활성화를 위한 홍보강화가 요구된다. 공동경영주의 경우 수시로 등록이 가능하지만, 주로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되는 ‘농어업경영체 등록 및 직불금 통합신청’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기에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하고, 이를 주관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관련 공무원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 공동경영주 등록을 유도해야 한다.


▲바우처 전국 확대·의료목적 사용 
복지부와 의료목적 사용 협의를


충북과 경기, 강원, 전북, 제주에 이어 경남에서 바우처 사업이 추진된다. 아직도 바우처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지역의 여성농업인들은 바우처 도입을 위해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형평성에 어긋난다. 예산이 없다. 유사사업과 중복된다’는 등의 이유로 바우처 사업이 확산되지 못했지만, 이미 6개 광역지자체에서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전국적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여성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의료목적으로 바우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복지부와 협의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
관련법 개정안 국회 통과 주목

최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여부가 관심거리다. 전담부서 설치에 관한 내용을 여성농어업인육성법에서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여성농업인육성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전담부서가 필요한 만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역농협 여성임원 할당제 정착
여성임원할당제 연착륙 감독을


지역농협 여성임원할당제가 연착륙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2016년 6월말 기준 전국 1132개 농·축협 여성임원 비율은 6.5%(656명)로 확인됐다. 2014년 4.6%, 2015년 4.8%에 비해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당초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실제로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인 지역농협 674개 중 100곳이 넘는 지역농협이 농협법 개정 이후에도 여성임원을 선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개정을 통해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인 지역농협은 여성임원을 1명 이상 선출하도록 했지만, ‘안 지켜도 그만’인 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여성임원할당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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