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이축산의 계사 전경(사진 위쪽) 및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내부 모습.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하남현 대표는 농장 입구 주변에 근사한 정원을 만들어 농장 주변 관리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축산물 품질 및 위생과 관련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불거지면서 축산물의 품질·위생·안전성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과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축질병에,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AI가 확산되면서 위생 및 안전성에 대한 중요성이 몇 배나 더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을 실천하며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고품질의 위생적이고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과연 축산물 HACCP은 축산물 위생 및 안전관리의 대안이 되고 있을까? 축산물 HACCP이 운영되고 있는 생생한 현장 세 곳을 찾아가 봤다.


항생제 잔류검사 기록·관리
병아리 새로 들어올 때마다
분변 채취, 살모넬라 검사


▲HACCP 고려한 농장설계=거북이축산은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 위치한 육계농장이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가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곳. 농장에 도착하니 ‘농장에 오면 왜 이곳에 농장을 만들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하남현 대표의 말이 바로 이해가 됐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농장이 외부에 노출돼 있지 않고, 때문에 축산 농장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었다.

하 대표는 1980년 생으로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치고는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한다. 원래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근무하다 아버지의 제안으로 함께 육계 농장을 시작하게 된 것. 축산에 ‘ㅊ’자도 몰랐던 하 대표는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계사 바닥관리, 환기 문제로 생긴 닭의 ‘배딱지’가 모든 닭에 당연히 있는 것으로 알았을 정도로 닭에 대해 무지했었던 그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부분은 농장을 설계할 때부터 축산물 HACCP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무창 계사에 날마다 사용한 물의 양과 온도까지 기록되는 현대식 시설을 갖춰 닭을 키우는 과정에서 시도했던 여러 가지 실험이 실패를 해도 이를 빨리 개선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준비돼 있었다.

하남현 대표는 “농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닭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HACCP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며 “농장 시작부터 HACCP 인증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HACCP인증을 받으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HACCP에서 답을 찾다=거북이축산은 체리부로의 계열농장으로 현재 3동의 계사(총1만6500㎡)에서 9만5000수의 닭을 키우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정성껏 키운 닭을 출하해 현재는 계사가 모두 비어있는 상태. 이번까지 모두 39차의 출하를 마쳤다.

농장 운영 초기, 실패를 거듭하던 거북이 축산이 최적의 사육 환경을 만들어 정상 괘도에 오르기까지 만 1년이 걸렸다. 상당히 짧은 기간에 적응을 끝낸 것. 닭은 소와 같은 대 가축에 비해 출하까지 사육기간이 짧아 1년에 6~7회전을 하는데, 실패와 성공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모두 기록에 남겨 새롭게 병아리가 들어오면 적용시켰다. 이러한 관리는 거북이 축산이 현재 HACCP을 운영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거북이 축산은 2012년 HACCP인증 준비에 들어가 2013년 HACCP인증 취득을 완료했다. 애초에 HACCP인증을 마음에 두고 농장을 설계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인증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하 대표의 설명이다.

거북이축산 HACCP의 중요관리점(CCP)은 항생제 잔류검사 기록·관리와 병아리가 새롭게 들어올 때마다 실시하는 살모넬라 확인을 위한 분변 채취 및 검사다. 이 가운데 가장 번거로운 것이 기록 및 관리지만 워낙에 기록하는 것이 처음부터 습관이 된 터라 지금은 농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연스러운 일과가 됐다. 하 대표는 각 계사의 제어 시스템에 저장 돼 있는 그날그날 사용한 물의 양, 온도 등을 컴퓨터로 옮겨 정리한 후, 매 회 출하가 끝나면 이를 모두 출력해 모아 놓고 있다.

이렇게 모아 놓은 자료들은 하 대표가 농장을 운영하는 가장 소중한 자료가 된다. 닭을 키우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한 후 개선점을 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얼마 전에는 꼼꼼하게 기록·관리한 것을 인정받아 ‘2016 축산물HACCP 운용 모범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축산물 HACCP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내 가족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좋은 닭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당연한 과정이라는 하남현 대표. 그는 “HACCP 자체로 보면 산란계가 낳은 알이 부화해서 병아리가 되고, 육계 농장에서 닭이 돼 가공이 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 농장은 일부분인 셈”이라며 “좋은 닭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우리 농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닭 꼭 재워 새벽관리”
#하남현 대표

 

“닭 잘 키우는 비결이요? 항상 닭하고 함께 지내는 겁니다.”

하남현 거북이축산 대표는 하루 일과를 닭과 함께 시작하고 끝낸다. 닭이 먹고 자는 패턴과 자신의 생활 패턴을 맞춰놓은 것.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닭을 하루 4시간 동안 재우는 것이 하남현 대표의 사육 방식인데, 닭들이 새벽에 사료도 많이 먹고, 영양제를 줘도 이때가 가장 효과적이란다. 때문에 하 대표도 여기에 맞춰 활동을 시작한다. 하남현 대표는 “닭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인 새벽 한 시에 무조건 나가본다”며 “이 때 닭 상태를 자세하게 살펴보는 새벽관리가 우리 농장에서 좋은 닭을 키우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농장을 살펴볼 때는 닭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HACCP을 운영하며 기록했던 자료를 참고해 물 높이, 사료 통 높이를 편안하게 맞춰주고 계사 밝기도 시기마다 다르게 조절해 준다. 또 털갈이 등 닭이 예민한 시기에는 최대한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이러한 새벽관리를 바탕으로 거북이축산은 더위가 극심했던 올해를 제외하고는 생산지수 37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키우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닭을 출하하고 나면 새로운 병아리를 입식(입추)하기 전까지 3주 동안 계사 정리에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계분을 모두 치우고 완벽한 먼지제거 및 소독 후 새 왕겨를 깔아 놓는 것. 하 대표는 “닭을 키우는 것 보다 정리와 준비가 더 큰일”이라며 “‘건강한 닭을 키우자’라는 농장 운영 목표를 위해서는 깨끗한 계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남현 대표가 꿈꾸는 거북이축산의 최종 목적지는 ‘방사형 농장’이다. 하지만 겨울철 질병으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다. 그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동물복지농장. 현재 운영 중인 HACCP은 동물복지농장으로 가는 첫 단계로, 2014년에는 HACCP인증을 발판 삼아 친환경인증까지 취득했다.

하 대표는 가축질병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농장 방역을 강화하는데 더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하남현 대표는 “농장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최근 축산업 추세에 맞춰서 앞으로 HACCP의 중요관리점에 방역 강화 방안을 추가할 생각”이라며 “어떤 병아리가 들어와도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우는 거북이축산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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