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습 중심 체계적 직업교육…졸업생 100% 영농창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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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선발, 현장중심 교육을 실시하는 ‘창조농업선도고등학교(이하 창조농고)’가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있다. 현재 60여개 농업고등학교 졸업생 중 영농에 종사는 비율은 1% 남짓. 창조농고는 사실상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농고 개혁의 신호탄이자, 후계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창조농고는 현장실습 중심의 농업직업교육을 실시해 졸업 후 실제 영농에 종사할 후계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는 농업고등학교로, 올 초 보은자영고와 호남원예고, 홍천농고가 각각 창조농고로 선정됐다. 농식품부는 기존 농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졸업생 100%가 영농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영농의지가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내용과 지원방식도 획기적으로 개편했다.


학교운영 방안
학급당 학생수 20명 제한·전문교과 비중 70%로
산학겸임교원제도 등 활용 우수 교원 확보 최선
3학년 실습학년제 운영…주3일 현장인턴십 추진

입학생 혜택은
입학금·수업 실습비·기숙사비 등 학비 전액 지원
우수학생 대상 방학기간 1개월 해외연수 혜택도
졸업 후엔 정부 각종 정책지원사업서 우대 계획


▲교육내용=창조농고는 전체 이수단위의 70%를 전문(농업)교과 내용으로 구성하고, 전문교과 중 70% 이상은 실험실습을 실시한다. 특히 3학년의 경우 주단위로 3일은 현장농가 인턴십, 2일은 교내 교육을 운영하는 도제식 교육과정인 실습학년제를 도입했다. 또한 현장 체험프로그램과 방학기간을 활용한 해외연수, 영농창업 전문교육 등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도 전공분야와 연계해 운영할 계획이다. 내실있는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제한하고, 실제 실습 교육 시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분반 형태로 운영토록 하는 등 교육전반을 꼼꼼하게 설계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 장철이 미래인재실장은 “창조농고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반영한 전문교과 비중을 70% 이상으로 늘리고, 현장실무 중심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기존 농고와 차별화된 부분”이라며 “3학년은 스위스의 도제식 교육을 표방한 실습학습제를 진행하는 등 현장 멘토링을 강화하고, 해외연수 등을 무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같은 내용을 국가가 산업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표준을 일컫는다. 고용과 교육, 자격을 체계화한 시스템으로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 자격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산학겸임교원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교원을 확보하고, 개방형 학교장 공모제를 실시토록 했다. 장 실장은 “현재 농고의 교원 대부분이 임용고시 출신으로, 농업관련 현장실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창조농고는 현장과 연계한 산학겸임교원과 수삭교사제 도입 등을 통해 다양한 교원을 확보하고, 나아가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영농창업을 직접 컨설팅 할 수 있도록 직무연수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장 실장은 “학교장 공모제를 반드시 하도록 했는데, 전문성과 의지가 있는 교장이야말로 창조농고의 성공조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원내용=정부 지원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이미 학교당 개교준비금 20억원이 지원됐고, 2017년 이후에도 운영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선발된 학생에게는 입학금, 수업료, 실습비, 기숙사비 등 학비전액과 우수학생 해외연수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에는 농식품부 관련 규정에 따라 정부 지원에서 우대할 계획이다. 창조농고 선정과정에서 지자체와 지역 교육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담보됐기 때문에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 실장은 “농업 자체가 생물을 다루고 생산주기도 길다보니 단기간에 직무능력을 배양하기 어렵고, 토지와 축사 등 시설기반을 필요로 해 창업 리스크(위험)도 굉장히 큰 편”이라며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에 나선 것도 이런 리스크를 학교에서 최대한 케어해 주지 않으면 학생들이 영농에 나서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창조농고 현장을 가다 '보은자영고'
“영농에 재미 느끼게 수익모델 만들 것”


농기계 교육·HACCP 인증 등
현장서 필요한 것 모두 체험

 

지난 12일 신입생 모집(10월 24일부터) 준비에 한창인 보은자영고를 찾았다. 창조농고 선정 이후 교명을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로 변경할 계획임을 밝힌 보은자영고는 창조농고 선정에 따른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보은자영고 이영실(44) 교사는 “창조농고 선정 이후 교육청에서 전문교원을 증원해주기로 약속했고, 충북도 차원에서도 지원이 있을 예정”이라며 “이미 자영농고 육성법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창조농고 선정으로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창조농고 선정 이후 입학관련 문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실시한 입학설명회에는 충북지역 외에도 전국의 18개 학교 1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미 학과개편을 마친 보은자영고는 학생들이 생산·유통·가공·관광 등 6차산업을 실현해 농업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3년간 생산과 판매, 가공 등 실습하우스를 직접 운영하고, 전기와 냉난방 등 세세한 비용까지 측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다양한 농기계교육을 통해 필요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HACCP 인증 등 농업에 종사하면서 제도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까지 모두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들이 영농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 교사는 “비록 작은 규모지만 실습자체가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학생들 개개인이 수익모델을 만들고, 그 수익으로 재투자를 하거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경영실적을 점수에 반영하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경영마인드를 갖게 되고 영농에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교사는 “아직도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농고하면 인문계고를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 정도로 인식하는 일종의 벽이 있다”며 “농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성공한 영농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영농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현장중심 교육을 실시하는 ‘창조농업선도고등학교’가 2017 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 사진은 이번에 창조농고로 선정된 보은자영고 학생들.

농고 졸업생 중 영농종사자 0.6% <2014년 기준, 44명> 불과
김현권 의원 “국립 농고 설립” 제안


2014년 기준 전국 53개 농고 졸업생 7123명 중 영농 종사자 수는 불과 44명(0.6%)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 농고가 그동안 직업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물론 농고에선 농업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습시설과 시간이 매우 부족하고, 교사들 조차 농업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현재 농고 출신 농업인 배출인원은 연간 50명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기존 공립농고 운영체계로는 정예 농업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특히 인사권과 예산권 등이 교육부에 집중돼 수요부처인 농식품부가 학교운영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립농고를 설립해 영농 후계인력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전문성을 지닌 교원 확충과 함께 질 좋은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영농의욕을 지닌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는 국립 농고 설립이 필요하다”며 “기존 농고를 국립농고로 전환하거나 신설하는 ‘(가칭)국립농업고등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해사고와 인천해사고, 완도수산고 등 해양수산관련 국립 마에스터고는 항해 경력 6~10년의 교사들이 한해 360여명에 달하는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고, 거의 모든 졸업생들이 상선과 어선을 타거나 관련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장철이 실장은 “농고의 교육과정을 정비할 필요성을 느껴 창조농고가 새롭게 도입됐고,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국립농고와 같은 맥락”이라며 “교육과정과 지원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뀐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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