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에서 지난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 제4회 시설원예·식물공장전에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소속의 11개 회원사가 참가해 활발한 판촉활동을 펼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설원예기술을 일본을 통해 들여온 것이 많다. 일본이 주춤하고 있던 지난 20년간 국내업체들이 나름대로의 기술발전을 이뤘고, 지금은 유럽이 놀랄 정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관련기업들의 자평이다. 전시회에서 주목받은 한국기업들을 소개한다.
 

▲대동기업사의 순환팬을 살펴보는 관람객.

●한국산 시설원예자재 호평
친환경적 방제 '버섯파리포획기' 주목


▲대동기업사=시설원예·식물공장전에는 처음 참가했다. 대동기업사는 농민들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팬을 생산한다는 기업정신으로 순환팬을 생산, 보급해온 국내대표기업이다. 침체된 내수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본전시회를 찾았다. 전시제품은 농·축산용 순환팬 3종류와 양송이, 느타리, 표고 등에서 발생하는 ‘버섯파리’를 친환경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버섯파리포획기’. ‘버섯파리포획기’는 경북도농업기술원이 특허출원한 후 대동기업사에 기술이전을 한 제품으로 일본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김미경 대동기업사 대표는 “일본 큐슈지역에서 ‘온가 엔지니어링’이라는 농기자재 유통점을 운영하는 시바타 코우이치 씨와 계약이 성사됐다”며 “예전에 한국산 자동개폐기를 취급한 경험이 있다는데, 전시회가 끝난 이후 전자우편을 통해 상제한 조건을 논의키로 했다”고 설명한다. 관람객들의 관심이 높은 제품은 ‘버섯파리포획기’. 김 대표는 “비슷한 일본제품이 1만5000엔(약 16만원)에 판매된다는데, 우리제품에 유통비용을 감안하면 2만엔이 넘어갈 것”이라며 “가격차이가 있어 나중에 상세한 상담을 하기로 했고, 지붕형 환기팬에 대한 문의도 있어 향후 제품개발에 참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시설원예자재를 취급하는 네덜란드의 바이어가 방문, 영문으로 된 홍보책자를 전자우편을 통해 보내주기로 했다.
 

▲우태하(주)오믹시스 대표가 ‘씨드 스티커’를 보여주고 있다.

"'씨드 스티커' 파종 쉬워 노동력 확 줄어"

▲(주)오믹시스=융합생명공학 전문기업으로, 유전자분석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종자가공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전시회에 나왔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데이터 분석 및 설계가 주요사업 아이템이고, 품종등록 시 신품종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종자유전체 분석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한 것은 10여 국가에서 글로벌 특허를 출원한 ‘씨드 스티커’다. 이 제품은 파종이 간단하고 별도로 흙을 덮지 않아도 되는데, 종자검증기관에서 발아율 검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또 한 패키지 내에 여러 종류의 식물씨앗을 넣을 수 있으며, 파종과정이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가정용원예나 도시농업용, 체험학습용 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상업용도로는 종자발아율이 고르고, 트레이에 식재하는 것과 비교해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육묘장 등지에서도 관심이 높다. 우태하 대표는 “씨드 스티커의 경우 가공비를 계산하면 일반적인 종자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비싸지만 대신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영농법인이나 육묘장, 수경재배를 하는 곳에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전시회에서도 일본의 국립원예연구소 관계자들과 실험장비를 생산하는 업체 등지에서 큰 관심을 가졌다”며 “종자산업에서 육종 못지않게 종자를 가공하는 기술도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바이어와 상담 중인 여권택 대표.

"3중 스크린, 보온력 높고 설치도 쉬워"

▲(주)육일=국제전시회 단골손님이다. 여권택 대표는 “98년부터 일본을 비롯한 국제전시회에 쫓아다녔고, 일본의 경우 2곳의 총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전시회는 판매보다는 제품홍보와 시설원예와 관련된 일본 및 소비자 동향 파악 등을 위해 참가했다”고 전한다.

㈜육일이 이번에 전시한 제품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소재의 다겹보온커튼 및 알루미늄스크린. 여권택 대표는 “서유럽은 이미 난연 소재가 대세이고, 일본도 2~3년 전부터 난연 소재로 된 보온커튼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에서는 아직 시판을 하지 않고 있는 3중 스크린 직물 등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가격문제로 국내에서 시판하지 않고 있지만 3중 스크린의 경우 온실 화재발생 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솜을 이용한 다겹보온커튼에 비해 보온력이 높고, 가벼운 소재라서 설치도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도농업기술원과 같은 일본의 농업관련연구기관에서 온실보온자재의 성능시험을 했는데, ㈜육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효율성이 가장 높게 나오면서 제품구입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여권택 대표는 “우리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 단계에 아래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도 그렇다”며 “장기적으로는 1차 가공한 재료를 일본으로 수출한 후 일본에서 완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택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시설원예협의회장
"정부·업계·학계 힘 모아야 할 때"  

하나의 온실에 여러 제품 사용
시장 개척시 공동마케팅 등 필요

 

20년 전부터 각종 해외전시회를 쫓아다녔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신규제품과 큰 기업들이 많고, 관계자들이 아주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일본정부차원에서 시설원예육성 정책을 펼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우리에게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시설원예관련기술은 주로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그러나 일본이 주춤한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관련기술을 크게 발전시켰고, 유럽 사람들도 깜짝 놀랄 정도다. 하지만 일본의 최근 분위기는 ‘우리의 시설원예 역사가 더 오래됐고, 기술도 앞서 있는데 왜 중국산을 사용하고, 한국에서 파프리카, 토마토를 수입해 먹느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와서 느낀 점은 우리정부와 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잘 대처를 한다면 수출확대의 기회가 되겠지만 이것이 안 되면 그나마 개척해놓은 시장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온실을 짓는데 여러 회사의 제품이 사용되는데, 우리나라의 관련기업들도 서로 협력을 해서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갈 필요가 있다. 유럽회사들이 우리나라에 온실을 지을 때면 관련제품을 턴키(turnkey, 일괄공급방식)로 넣는다. 우리도 유럽처럼 서로 협력해서 거래처도 소개시켜주고, 공동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수출도 늘리고, 시설원예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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