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설원예와 식물공장의 최신동향과 발전수준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렸다

일본의 시설원예산업 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제4회 시설원예·식물공장전(2016GPEC, Greenhouse Horticulture & Plant Factory Exhibition, Convention)이 지난달 27~29일까지 도쿄 오다이바 국제전시장(빅사이트)에서 개최됐다. 이 전시회에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소속의 11개 회원사를 비롯해 160여개의 관련기업들이 참가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2014년 네덜란드 온실산업을 둘러본 이후 지원정책을 확대하면서 일본의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 관련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 한국참관객들의 평가다. 전시회에서 파악된 일본의 시설원예산업 최근 동향을 정리했다.


●제품 다양화·전시규모 확대
전시규모 2배로 커지고 입장객 4만여명 방문
식물공장 기자재·자율주행 농기계·로봇 소개  


일본시설원예협회가 주관하는 시설원예·식물공장전은 지난 2010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며 올해가 4회째다. 7월 27~29일 동안 전시장을 찾은 입장객은 4만424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2014년 3만8421명보다 5%가량 늘어난 것이며, 전시규모는 2014년보다 2배 가량(빅사이트 1개 홀에서 2개 홀로 늘어남) 커졌다.

이번 전시회에는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과 관련된 기자재뿐만 아니라 자율주행기능을 갖춘 미래형 농기계, 로봇, 포장기계, 종자, 식물영양제 등 매우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소개됐다.

아시아 최대의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인 후지츠(Fujitsu)는 ICT를 접목한 온실관리기술을 선보였다. 또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파나소닉(Panasonic)은 인공광을 이용한 최신 식물공장기술을 소개했다. 구보다(Kubota)는 ‘농업기계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자율주행 트랙터 및 이앙기들을 특별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전시회 기간 동안 전용회의장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네덜란드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세미나가 3일 내내 지속됐다. 세미나에서는 전문가들이 ‘세계 식물공장 최신동향’, ‘한국 시설원예·식물공장 현황과 연구개발 사례’ 등의 주제발표를 했다.

특히 주제별로 1000엔(약1만1000원)의 입장료가 있었는데도, 길게 줄을 설 만큼 교육열기가 높았다. 또 전시업체들도 별도의 회의장에서 자사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3일 내내 개최했다.

“신규로 진출한 기업이 많고, 제품이 다양해졌으며, 아주 적극적이다”는 게 이번 전시회를 둘러본 한국참관객들의 대체적 평가다. 또한 전시회를 참관한 한국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우리나라가 파프리카, 토마토와 같은 신선농산물과 시설원예관련 기자재를 일본, 중국과 같은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농업생산액의 40%가 원예이고, 이중 상당부분은 시설원예가 차지하고 있는데, 2014년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네덜란드 온실을 방문 후 자국의 시설원예를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 시설원예 육성 앞장
"국제표준 우리가 주도" 기술 노하우 체계화 돌입
일본식물공장산업협회 발족·농민들 교육열기 후끈
"한국은 일·중 사이서 어중간…중장기 계획 필수"


전시회를 참관한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복구사업 특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응한 저비용화 부가가치 제고 대책이 추진되면서 시설원예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본이 경우 2015년 마련된 ‘차세대 시설원예 도입 가속화 지원사업’을 비롯해 각 부처의 보조사업을 바탕으로 대규모 재배시설 설립 및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고성능 재배설비 도입 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 전문가로 초청된 손정익 서울대 교수(한국원예학회장)는 “시설원예에 대한 일본 정부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ICT를 적용해서 시설원예와 관련된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공장산업의 동향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를 주도하기 위해 지금까지 발전시켜온 기술적 노하우를 체계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손정익 교수는 “일본이 30여 년 전부터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유럽과 미국의 온실시공회사들이 대규모의 식물공장을 운영하면서 남 좋은 일을 시켰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며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최근 일본식물공장산업협회를 발족시켰다”고 전했다. 일본식물공장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식물공장 및 시설원예와 관련된 모델개발, 기술표준화, 인공광 기준 마련 등의 현안을 풀어갈 계획이란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시설원예의 집중적인 지원을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중국의 전문가가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신선채소의 공급을 위한 방안으로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 파프리카, 토마토의 주요수출국이다. 하지만 일본 역시 파프리카를 비롯한 시설채소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시회를 찾았던 이기명 전 경북대 교수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농업은 전문지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이번에 와서 느낀 것인데 일본정부가 시설원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농민들의 교육열기도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좀 더 긴장해야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설명에 따르면 한국산 파프리카가 일본시장의 70%를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보다 저렴한 난방비용과 함께 농민교육을 강화했던 영향이 크다. 시설원예 난방비의 경우 일본의 1/6~1/5수준이었고, 초기에 파프리카가 보급된 경남에서 네덜란드의 전문가를 초청해 기술교육에 집중했기 때문에 빠르게 일본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에도 최근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이기명 교수는 “일본의 ‘세이와’는 스크린커튼 전문업체에서 출발한 온실시공자재회사인데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연구소를 만들고, 이번 전시회에서도 연구소를 소개하고 있었다”며 “1인당 연간 200만~300만엔(약2200만~3300만원)의 비용을 내고 토마토생산을 위한 고급기술교육을 받은 후 창업으로 이어진다는데 열기가 굉장히 높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시장의 변화와 관련, 손정익 교수는 “일본은 기술력이 앞서 있고, 중국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이 넓다는 장점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내부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산학연 단위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시설원예나 식물공장과 관련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야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시설원예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여권택 ㈜육일 대표 역시 “대규모의 시설원예, 식물공장 전시회를 일본시설원예협회가 주최하고 있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시설원예와 관련된 협회와 단체가 여러 곳인데 빠른 시일 내에 통합해서 서로 협력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야만 앞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속된 말로 우리가 기술이 더 앞서 갔는데 왜 중국산 자재를 사용하고, 한국으로부터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수입하느냐는 반성을 바탕으로 일본정부차원의 시설원예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도 빨리 시설원예와 관련된 체계적인 육성계획을 세우고, 정부, 대학, 연구소, 기업 간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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