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 ‘20대 총선 농정공약 개발을 위한 현장인식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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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물론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은 총선을 겨냥한 공약을 제시하며 자신이 ‘국민의 일꾼’임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농업·농촌 현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농정공약이 없다는 것. 농업인들의 표가 현장의 요구사항을 담은 농정공약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농정공약은 총선의 미래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이정표다. 이에 한국농어민신문 부설 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농정공약 개발을 위한 현장인식 조사를 실시하고, 농민들이 요구하는 농정공약과 정당 및 후보자 선택기준 등을 알아봤다.

77%가 19대 국회 활동 ‘불만’…FTA 피해대책·농업예산 확보 등 낮은 점수
현 정부 역점 과제로 6차산업화 활성화·직불제 확충·정책금리 인하 등 꼽아
20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31.2%가 ‘통상협상서 농업피해 최소화·대책 마련’ 


●설문참여 표본의 특징
한농연 시도 임원·시군구 회장단
144명 응답, 평균연령 52.9세


2016년 2월 11일과 12일 양일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시·도 임원 및 시·군·구 회장단 292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한 가운데 조사에 응한 144명의 결과를 정리했다. 이들은 농업종사자이면서도, 각 지역의 농정심의위원, 농·축협 이·감사 및 대의원 등에 참여하고 있어 농업정책 및 농촌현안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비교적 높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농촌사회의 여론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오피니언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시·도 임원 및 시·군·구 회장단을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됐다.

응답자의 평균나이는 52.9세로, 50대가 76.4%로 가장 많았다. 후계농업경영인 선정 이후 일정한 활동경력을 쌓은 회원들이 시·도 임원 및 시·군·구 회장단으로 선출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40대 이하가 17.4%, 60대 이상이 6.2%였다.

매출이 가장 높은 품목을 기준으로 분류한 영농형태는 식량작물(31.3%), 과수(20.1%), 채소·특작(15.3%), 한우(11.8%), 양돈(5.6%), 낙농(2.8%), 양계(2.1%), 기타(11.1%) 순이었다. 이 중 기타 응답자는 복합영농으로 특정품목의 매출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기타’로 답했다. 응답자의 연간 농축산물 판매액(매출액)은 평균 약 1억5090만원이었으며, 5000만~1억원 미만이 31.2%, 5000만원 미만이 27.1%, 1억~2억원 미만 24.2%, 2억원 이상 17.4%였다. 거주지 분포는 대구·경북 20.1%, 서울·경기 16%, 대전·세종·충남 15.3%, 강원 11.1%, 광주·전남 9.7%, 부산·울산·경남 9% 순이었고, 충북, 전북, 제주는 각각 6.3%였다.


#19대 국회에 대한 평가

19대 국회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함께, ‘대기업의 농업생산분야 진출규제를 위한 간담회’,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대책의 평가와 과제 관련 토론회’, ‘농업회의소 법제화 토론회’, ‘FTA 시대 농정의 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 ‘농어촌 지역 학교 통폐합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수확기 쌀 수급동향과 전망 토론회’ 등 농정현안에 대해 농업계의 요구를 수렴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농업인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9대 국회가 현장과 다소 엇박자 행보였다는 평가다.

‘19대 국회가 농업·농촌의 회생 및 농업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입법 및 예산 수립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물음에 ‘불만족하다’가 응답자의 45.8%, ‘아주 불만족하다’가 31.3%로 무려 77%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0.7%에 그쳤다.

왜 19대 국회에 대한 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떨어졌을까. FTA 피해대책, 농업예산 확보, 농산물값 하락대응 등에 소홀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19대 국회의 농업·농촌 관련 입법·예산 활동 중 미흡했던 분야를 우선순위별로 3가지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4.3%가 ‘중국 등 FTA 관련 대응책’이라고 답했다. 1순위의 또다른 답은 ‘농림분야 예산의 증대’(18.8%), ‘쌀값을 포함한 농산물 가격하락 대응책’(13.9%)이었다. 1~3순위를 합한 수치는 FTA 대응책(16.2%), 가격하락 대응책(13.7%), 농림분야 예산증대(11.8%) 순으로 높았다. 응답비율의 13.4%는 ‘기타’였는데, 이유는 ‘모두가 미흡했다’였다.

19대 국회의 농정성과를 묻는 질문을 통해 정치권에 대한 현장 농업인들의 불신이 높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9대 국회의 활동성과에 대해 1순위와 2순위, 3순위 모두 ‘기타’로 답한 응답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성과가 없다’, ‘나아진 게 없다’는 게 기타의견이다. ‘기타’를 제외하고 응답자들이 1순위로 답한 내용들을 보면, ‘농림분야 예산의 증대’(11.1%), ‘우량농지보호 및 농업생산기반 정비’(9.7%), ‘직불제 단가인상 등 개선책’(9%) 등이다.

이처럼 19대 국회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20대 국회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9대와 함께, 20대 총선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낮지만, 농업인들의 권익을 위해서는 농업인들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20대 총선이 농업·농촌 및 농업인의 문제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응답자의 46.5%가 ‘도움이 안된다’고 답했다. ‘절대 도움이 안된다’는 응답률은 11.1%.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14.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총선 투표 참여여부와 관련해 ‘총선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88.9%로 압도적이었고, 8.3%는 ‘아직 투표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2.8%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박근혜 정부 역점과제

박근혜 정부가 4년차를 맞은 가운데, 농업인들은 박근혜 정부가 직불제 확충, 정책자금 금리인하 등을 추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정책 우선순위별 3가지’를 묻기 위해 ‘농업의 6차산업 활성화’, ‘농업인에 대한 맞춤형 복지강화’,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직불제 확충’, ‘농업 재해보험 및 재해지원 내실화’, ‘정책금리 인하 등 농가금융부담 완화’ 등을 답변문항으로 제시했는데, 응답자의 25%가 ‘농업의 6차산업 활성화’를 1순위로 선택했고,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직불제 확충’(23.6%), ‘정책금리 인하 등 농가금융부담 완화’(17.4%) 등을 그 다음으로 꼽았다.

1~3순위를 종합할 때는 직불제 확충(18.5%), 농가금융부담 완화(16%), 6차산업 활성화(13.9%), 맞춤형 복지(12%), 재해지원 내실화(10.4%)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반면, ‘ICT융복합 스마트팜 확충’(0.9%), ‘들녘경영체 확대 및 내실화’(3.2%), ‘농식품 수출 확대’(6%) 등은 응답비율이 다소 낮게 조사됐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20.4%(1~3순위 합계)는 ‘WTO·FTA로 인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대책’을 ‘농업·농촌 및 농업인들이 직면한 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내다봤다. ‘농가소득의 정체·하락에 대한 대책’과 ‘악성 농가부채 해소대책’, ‘농업경영주의 고령화에 대응한 인력육성 대책’, ‘불합리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의 응답률은 16%와 15.2%, 12.7%, 12.3%로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답변에는 농업인들이 시장개방 확대, 농가소득 하락, 농촌 고령화 등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앞으로 2년동안 정부가 농가경영안정을 농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달라는 농업인들의 바람이 담겨있다.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일

20대 총선에서 농업인을 움직일 열쇠는 ‘농정공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인들은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과 정당을 고르는 기준 모두 농정공약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농림축산분야에 전문성과 농정공약에 공감이 가는 후보자’를 1순위로 답한 비중이 35.4%로 가장 높았다. ‘농민단체와의 연대활동 경력이 많은 후보자’(28.5%),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자’(25%) 등이 뒤따랐다.

‘정당을 선택할 때의 기준’을 물었을 때 1순위로 고른 답변은 ‘정당의 농업정책과 농정공약’이었다. 응답률은 41%로,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정당의 국정수행력’(18.1%)보다 그 비율이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역시 1~2순위를 합쳤을 경우에는 ‘농업계 출신 지역구·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여부’도 정당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8.8%가 답했는데, ‘정당의 농업정책과 농정공약’(28.1%), 기타(23.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이었다. 19대 총선 당시 농업계 출신 비례대표가 새누리당 1명, 통합진보당 1명 등 단 2명에 불과해, 비례대표 선정과정에서 농업계를 홀대했다는 불만이 많았었다. 농업계 출신 비례대표의 유무도 총선에서 농업계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기타’ 응답자의 대부분은 ‘정당을 보지 않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20대 국회에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농업인들이 19대 국회 때 미흡했다고 지적했던 과제들이 고스란히 20대로 넘어왔다. 그만큼 농업계의 관심도가 높은 과제들이란 방증이다. ‘20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농업·농촌 관련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1.2%가 ‘통상협상에서 농업분야 피해 최소화 및 농민보호대책 마련’를 1순위로 밝혔다. 지난해 한·중 FTA에 이어 올해에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 메가 FTA 협상속도도 더욱 높여갈 것으로 예상돼 농업인들은 시장개방에 따른 피해대책을 강하게 주문할 것이란 해석이다.

농업예산의 경우 2016년에 19조3946억원이 편성됐는데, 2015년 대비 0.5%밖에 늘지 못한데다, 국가전체 예산 중 농업예산 비중 역시 지난해 대비 0.1% 감소했다. 또 농업정책자금 금리도 1%대로 인하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상당수가 2%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응답자들은 20대 국회의 우선과제로 ‘농업분야 예산 확충 및 운용 내실화’(28.5%), ‘후계농업경영인 등 인력육성정책 정비’(9%), ‘정책자금 금리인하·농업금융정책 혁신‘(5.6%) 등의 순으로 지목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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